청와대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결과에 대해 “상상도 못 했다”며 “헌정 질서를 정치적으로 악용한 가장 나쁜 선례로 기록될 것”이라고 밝혔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11일 수석보좌관회의 후 브리핑에서 “다른 안건과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연계하려는 정략적 시도는 계속됐지만 그럼에도 야당이 부결까지 시키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며 “후보자에게는 부결에 이를 만한 흠결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 국회에서 벌어진 일은 무책임의 극치, 반대를 위한 반대로 기록될 것”이라며 “국민의 기대를 철저하게 배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로써 223일째 이어온 헌법재판소장 공백 사태는 계속될 것”이라며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국민께서 가장 잘 아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소년법 개정 문제에 충분한 사회 의견을 수렴할 필요가 있다는 뜻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소년들의 형사책임 연령을 낮출 필요가 있는지 등 논의가 필요하다”며 “담당 수석이나 부처 장차관도 개인 의견으로라도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청와대 홈페이지를 통해 활발하게 토론을 해보면 어떨까 싶다”고 제안했다. 최근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으로 미성년자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데 따른 대응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한국의 자살률을 낮출 방안을 마련하라는 지시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접견했다. 반 전 총장은 이 자리에서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이란식 해법 등을 제안하는 움직임이 국제사회에 있음을 소개하면서 이런 것을 포함한 유엔 차원의 중재 노력을 생각해보는 것도 어떻겠느냐고 문 대통령에게 조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식 해법은 핵 폐기가 아니라 핵 동결 및 핵 감축 정도에서 국제적 제재를 해제하는 방식이다. 핵 개발 단계에 있던 이란과 달리 사실상 핵 완성 단계에 있는 북한에 적용할 경우 논란이 불가피하다.
한편 안보 위기감이 높아지며 문 대통령 지지율 70%대 선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붕괴됐다. 리얼미터가 9월 1주차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긍정 평가는 69.1%로 8월 5주차 때보다 4%포인트 내렸다. 세부적으로 ‘매우 잘함’이 43.2%, ‘잘하는 편’이 25.9%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