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너무 올랐다"...위안화 강세정책 접는 中

11거래일째 절상...6.5위안 붕괴

수출둔화·성장률 저하 우려 고조

中 '선물환 거래대금 예치' 폐지

지준율 인하 등 부양책 가능성↑



급격한 위안화 가치 상승세가 이어지자 중국 당국이 앞서 외환보유액 방어를 위해 꺼내 들었던 환율통제 조치들을 하나둘 거둬들이기 시작했다. 가파른 위안화 가치 상승으로 수출둔화와 성장률 저하가 우려되는 상황에 대응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시장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지급준비율 인하 같은 실물경기 부양책을 고려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 산하 외환교역센터는 11일 달러 대비 위안화 기준환율을 전날보다 0.05% 내린(위안화 가치 절상) 달러당 6.4997위안으로 고시했다. 위안화 기준환율이 달러당 6.5위안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5월12일 이후 1년4개월 만이다. 중국 당국은 지난달 28일부터 이날까지 위안화 가치를 11거래일 연속 절상 고시했다. 이는 지난 2005년 이후 12년 만의 최장기간 절상이다.


이처럼 위안화 가치가 가파르게 오르는 것은 달러화 약세와 중국 경제의 상대적 안정이 맞물린 결과로 보인다. 위안화 가치는 지난해 말까지도 급격히 하락하며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7위안 붕괴 위협에 시달렸지만 이후 8개월여 만에 가치가 6% 넘게 오르며 경착륙 논란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환율 및 외환보유액 관리에서 중국이 완승했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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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에는 지나치게 빠른 위안화 가치 절상이 문제 되기 시작했다. 지난 4개월간 가파른 위안화 절상이 이어지면서 수출증가율 등 경제지표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달러화 기준 중국의 수출 증가율은 지난달 5.5% 증가에 그쳐 2개월 연속 둔화했다. WSJ는 “위안화의 가파른 가치상승이 중국 제조업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면서 “투자와 내수소비가 부진한 상황에서 수출에 의지해온 중국 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당국이 지나치게 유동성 고삐를 죈 탓에 완다·안방보험그룹 등 일부 대기업이 자금 문제에 봉착하는 등 경제 전반으로 위기가 확산될 위험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처럼 위안화 급등에 따른 부작용 우려가 고조되자 인민은행은 앞서 위안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빼 들었던 카드들을 하나둘 거둬들이며 통화정책 방향을 180도 전환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민은행이 선물환 거래 시 거래대금의 20%를 1년간 예치하도록 의무화한 시중은행 규제 조치를 철회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중국 시중은행들은 달러화 예치 부담에서 벗어나 위안화를 한결 수월하게 매도할 수 있게 됐다. 인민은행은 또 지난해 1월부터 외국계 은행에 부과해온 위안화 지급준비율도 일시 폐지하기로 했다. 시장에서는 외환보유액 급감에 대응하기 위해 당국이 도입한 해외투자 억제조치도 조만간 완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위안화 강세로 금융시장에 여유가 생긴 중국 정부가 실물경제 부양을 위해 유동성 완화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중국 외환관리국 국제수지사 사장을 지낸 관타오 중국 금융40인포럼 수석연구원은 “위안화 강세로 당국의 정책개입 여지가 커졌다”며 “지준율 인하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중국 금융뉴스 포털 화얼제젠원도 인민은행이 시장 유동성을 높이기 위해 9월 말 이전에 지준율을 낮출 수 있다고 내다봤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홍병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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