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데스크 제언]'단호한 한국' 보일 때다

사드·북핵·한미FTA '다중트랩'...핵무장 등 '배수진의 자세'로 나서야

북핵에 맞서 美 '핵 확산' 본격화하나

1216A01 서울경제 데스크 제언




역사의 시계추를 79년 전으로 돌려보자.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는 유럽 정복의 야욕을 불태우고 있었다. 당시 영국 총리였던 네빌 체임벌린은 히틀러의 흑심(黑心)을 간파하지 못하고 어르고 달래는 유화(appeasement) 정책에 함몰됐다. 급기야 1938년 9월, 그는 히틀러와 만나 독일에 체코의 수데텐 지방을 할양하는 뮌헨협정을 맺었다. 체임벌린은 “평화를 지켜냈다. 이제 전쟁은 없을 것”이라고 큰소리쳤다. 그로부터 1년 뒤인 1939년 9월 히틀러는 폴란드를 침공하면서 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다. 냉혹한 국제정세 해석 능력과 지도자의 판단력 결여가 초래한 비극이었다.


한국은 지금 ‘다중 트랩’에 빠져 있다. 전술핵 재배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완전배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중국의 경제보복 등 국민 생명과 나라 경제에 직결되는 중차대한 문제들이 수두룩하다. 문재인 정부가 단호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지지층에 치우쳐 좌고우면한다면 나라 기둥이 흔들릴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북한과 국제사회에 ‘단호한 코리아’의 결연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배수진의 심정으로 국정운영을 해야 한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고장 난 라디오처럼 대화 타령에 매달려서는 안 된다. 미국과 전향적 방향에서 전술핵 재배치를 포함한 핵무장을 논의해야 한다. 존 매케인(공화당) 미국 상원 군사위원장은 10일(현지시간)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국방장관이 며칠 전 핵무기 재배치를 요구했다. 심각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미국과 전술핵 공조방안을 모색해야 할 기회이기도 하다.

사드 완전배치는 결말을 내야 한다. 사드 사태를 겪으면서 온 나라에 심한 생채기가 났다. 지난해 7월 사드 배치 결정 발표 이후 426일 만에 겨우 끝났다. 문재인 정부의 어정쩡한 환경영향평가 운운 탓에 보수와 진보는 갈라졌고 중국은 경제보복에 나섰으며 미국은 한미동맹에 의구심을 가졌다. 모두가 패배한 게임이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금도 ‘임시배치’라며 편 가르기에 빠져 있다. 안보 자해(自害) 수준이다. 민주당은 진보 지지층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안위를 생각해야 한다.

전술핵 재배치가 시험대가 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와 여당은 ‘제2의 사드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전술핵 도입과 배치에 전향적으로 나서야 한다.


공포의 균형을 갖춰 북한의 추가 도발을 제어할 수 있고 중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북한 제재에 나서도록 압박하는 양수겸장의 묘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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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한국시간)로 예정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에는 대북 원유수출 상한 설정, 섬유제품 수출 금지 등 강력한 제재방안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사회에서 “지금 한국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경제 분야에서도 수세적 입장에서 공세적 태도로 변해야 한다. 사드 배치를 이유로 중국이 가하는 경제보복은 ‘무역 폭행’에 가깝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규범과 외교 관행을 무시한 행태를 보이고 있는 만큼 국제사회와 공동 대처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서경펠로(자문단)인 지철호 중소기업중앙회 감사는 “중국의 경제 ‘근공(近攻)’에 국제기구와 협력해 대처하는 ‘원교(遠交)’로 맞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미 FTA 개정 협상도 마찬가지다. 회피하거나 외면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되며 당당하게 맞서야 한다. 우리가 미국에 양보한 만큼 얻어내는 ‘등가 원칙’에 기초한 협상을 해야 한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4일 “한미 FTA 폐기도 하나의 가능성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FTA 폐기’를 들고 나오자마자 정면으로 맞받아친 것이다. 백 장관의 발언에 대해 갑론을박이 있었지만 시장에서는 미국의 압박을 이겨내려면 폐기도 불사할 만큼의 결연한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한미 FTA에 대해 폐기 자체는 고려하지 않는다는 방어적 자세를 고수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배수진의 정신으로 맞서야 제대로 된 한미 FTA 개정 협상을 할 수 있다.

2003년 과감한 하르츠 개혁을 통해 유럽의 병자였던 독일을 유럽의 패권자로 변신시킨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는 “리더는 정권을 잃더라도 시대적 과제를 회피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복합 위기에 처한 문재인 정부에 던지는 처방전이다.

막스 베버는 저서 ‘소명으로서의 정치’에서 정치인이 갖춰야 할 세 가지 요소로 열정, 책임감, 균형적 판단력을 꼽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어떠한 판단력을 갖고 복합 위기에 대처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운명이 갈린다. 결단과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다./서정명 정치부장 vicsjm@sedaily.com

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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