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다중트랩 '단호한 한국' 보일때다] 中이 매달리는 韓반도체·바이오...보복 맞서 '전략무기' 활용을

■사드 해법 뭐가 있나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中 반도체보다 경쟁력 월등

기타정밀화학제품 등 중간재도 보복조치 피할 제품으로



국내 제약업체인 ‘바이넥스’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조치가 한창이던 지난 5월과 7월 중국에서 잇따라 낭보를 전해왔다. 정보기술(IT)·바이오 기업집단인 칭화동방그룹에 이어 그 계열 제약사인 드래건팜과 현지 합작법인을 연이어 설립한 것이다. 바이넥스는 지난해에도 칭화홀딩스에서 2,1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칭화홀딩스는 칭화대가 투자한 회사로 중국 정부의 직간접적인 통제를 받는다. 롯데마트와 현대차 등이 사드 보복 조치로 어려움을 겪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사드 ‘무풍지대’에는 개별기업만 있는 게 아니다. 삼성전자는 올해 사드 보복 조치 등에도 해외 사업 중 중국에서 가장 높은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중국 입장에서 대체 불가능한 ‘메이드인 코리아’ 제품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의 주력 품목이었던 게 원인이었다.

실제로 올해 들어 사드 보복으로 중국에 진출한 자동차 산업이 위기에 빠졌지만 대중국 수출은 되레 늘었다. 11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7월 기준 대중국 수출액은 762억5,660만달러로 전년 대비 11.5% 증가했다. 자동차부품(-40.9%) 등의 수출이 대폭 감소했지만 메모리반도체(139억4,450만달러) 수출이 전년 대비 72.5% 급증했다. 메모리반도체는 대중국 수출 1위 품목이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세계 경기 불황 탓에 수출이 뒷걸음질하기도 했다.


사드 보복이 한창이었던 4월 반도체를 ‘전략 무기’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 3·4분기 전 세계 모바일용 반도체 D램 시장의 87.3%(매출액 기준)를 석권했다. 사실상 우리 기업이 전 세계 시장에서 독점체제를 구축한 분야다. 또 중국이 수입하는 품목 중에서 15%를 차지하는 1위 품목이 집적회로 분야이기도 하다. 정창원 노무라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 반도체 업체들의 경쟁력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가 대중국 수출을 억제 또는 조절한다면 화웨이·오포·비보 등 중국의 주요 IT 기업들은 악영향을 받게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사실상 문을 닫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실제로 사드 배치 이후인 지난해 7월 레이쥔 샤오미 최고경영자(CEO)는 첫 방한을 통해 삼성전자 DS부문 전영현 메모리사업부 사장 등을 만나기도 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샤오미가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공략을 위해 삼성전자의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방한한 것으로 분석했다.

메모리반도체뿐만 아니다. 눈을 돌려보면 대중국 수출도 업종별로 희비가 엇갈린다. 33.2%의 증가율을 보인 개별소자 반도체를 비롯해 파라자일렌(22.5%), 기타 정밀화학제품(8.0%), 전자제품 프로세스(7.5%) 등 상위 10대 품목 중에서 5개 품목의 수출이 늘었다. 아직도 중국에 기술 경쟁력이 앞서 있는 중간재의 경우에는 교묘한 사드 보복 조치를 피해 성공적으로 세계 1위 내수시장에 안착하고 있는 셈이다.

사드 해법을 두고 정부가 외교적 노력을 통해 해법을 찾는 것에만 의존하지 말고 기업 차원에서도 경쟁력을 높여 ‘비교 불가능한’ 힘의 우위를 확보해놓아야 한다는 조언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조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드 갈등으로 관광 분야나 자동차 산업 등에서 피해를 봤다고는 하지만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춘 분야에서는 되레 수출이 늘고 있다”며 “2012년 조어도 문제로 일본 기업이 중국에서 크게 당한 뒤 무분별하게 시장을 개척하기보다는 품질 경쟁력을 갖추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을 교훈 삼아 우리 기업도 중국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쟁력을 높이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상훈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