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업계의 불황으로 취업 문이 좁아지면서 대학가가 술렁이고 있다. 조선업 관련 학과가 우수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뿐 아니라 전과(轉科)를 희망하는 재학생도 늘어나고 있다.
12일 서울대에 따르면 이 대학 조선해양공학과는 최근 전과 희망 학생이 급증하자 내규를 만들어 재학생 이탈 방지에 나섰다. 학과사무실이 공지한 내규에 따르면 전과를 희망하는 학생은 신청 최소 한 학기 전에 학과사무실에 의사를 전달해야 한다. 또 해당 학생의 지도교수를 학과장으로 변경해 상담을 진행해야 하며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을 경우 전과에 대한 승인이 어렵다고 공지했다. 아울러 전과를 희망하는 학생은 학과 장학금 수혜대상 후순위에 배정되도록 했다.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가 이런 내규를 만든 것은 전과신청 학생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조선해양공학과에서 전과를 신청한 학생 수는 총 8명이었다. 이 학과의 한해 입학정원은 46명이다. 학과 관계자는 “2∼3년 전 한 해 평균 4명 수준이었던 전과 신청자 수가 2배로 늘었다”며 “특히 입학하자마자 조선해양공학과 전공 수업을 전혀 듣지 않고 다른 전공 수업을 듣는 학생이 늘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단순히 서울대에 입학하기 위한 통로로 조선해양공학 전공을 선택한 학생이 늘었다는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조선업에 대한 인식 변화는 입시 경쟁률에도 드러난다.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정시모집 경쟁률은 2014학년도 5.38대 1에서 2015학년도 3.94대 1, 2016학년도 3대 1로 하락했다. 2017학년도는 3.63대 1을 기록했다. 조선업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수험생들 사이에서도 확산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해양공학과가 있는 다른 대학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관계자는 “전과 외에 졸업유예나 휴학을 신청하는 학생들이 많이 늘었다”며 “아마도 졸업을 미뤄 당장 취업이 힘든 시기를 벗어나 보자는 생각이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경영학이나 기계공학 등 다른 전공을 복수·부전공하는 학생들도 많아졌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손샛별인턴기자 setj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