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美애니메이션 성공 비결요? 무조건 '재미'가 있어야죠"

에미상 3관왕 '로스트 인 오즈' 김재홍 총감독 인터뷰

어둡고 진지한 메시지보다는

웃음 터지는 이야기 만들어야

한국 설화 응용 작품도 나오길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성공하는 비결이요? 철학적 메시지나 교육 아니라 무조건 ‘재미’죠.”

‘2017 에미상’ 3개 부문에서 수상한 아마존의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로스트 인 오즈’의 총감독 김재홍(46·사진)은 12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지나치게 어둡고 진지한 메시지보다는 한 번 보고 웃음 터지는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 대학생들이 만든 작품을 봤는데 암울한 사회 현실을 고발하는 르포 느낌의 작품이 많았다”며 “미국의 애니메이션은 오로지 ‘엔터테인먼트’이지 ‘에듀테인먼트’가 아니다. 처음에 미국에서 스토리 프리젠테이션을 할 때 그들이 요구한 것도 오로지 ‘재미있는 쇼’에만 신경 써라라는 주문이었다”고 부연했다.

김 총감독은 미국에서 활동하는 대표적인 한국계 애니메이터로 지난 11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추최하는 ‘2017 애니메이션 프리프로덕션 부트캠프’ 강연을 위해 8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가족들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 간 그는 대학을 졸업한 이후 워너브러더스를 시작으로 폭스, 카툰네트워크, 드림웍스 등 유수의 애니메이션 제작사를 거쳐 2015년부터는 아마존 프라임의 파트너사인 ‘뷰로 오브 매직(Bureau of Magic·밤)’에서 ‘로스트 인 오즈’의 총감독을 맡고 있다.


한국 영화와 K팝(Pop) 등 한류 콘텐츠는 이제 세계인이 인정하는 대중문화로 우뚝 섰다. 그러나 유독 애니메이션만은 세계 무대로의 도약 앞에서 주춤하고 있다. 김 총감독은 다양성의 부재와 애니메이션이 유아용이라는 편견이 이런 현상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업계의 요구가 반영된 것인지, 교육 탓인지 모르겠지만 한국 애니메이션을 살펴보면 다 비슷비슷해요. 일본 애니메이션 풍이 인기다 싶으면 다 그렇게 만들고, ‘뽀로로풍’이 인기다 싶으면 다 그렇게 만들고요. 그리고 애니메이션이 유아용 위주인 것도 문제죠. 미국에서는 애니메이션은 아이들만이 아닌 가족들이 함께 보는 장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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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민화, 설화, 민담 등 한국적 이야기와 캐릭터를 응용한 애니메이션 스토리가 나오지 않은 현실에 대해서 안타까움와 함께 기대감을 드러냈다. “디자인으로 이야기한다면 우리나라 민화에 나오는 호랑이의 이빨 이건 거 굉장히 좋거든요. 디즈니의 ‘뮬란’도 중국의 전설 중 하나였고, 픽사의 ‘메리다와 마법의 숲’은 켈트 신화에 바탕을 두고 있는데 미국에서 굉장한 사랑을 받았잖아요. 우리나라 옛날 그림에서 캐릭터 디자인의 힌트를, 민담 등에서는 스토리의 힌트를 얻었으면 해요.”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의 최근 트렌드인 가족애는 한국인들의 공략포인트라는 점도 강조했다. “‘로스트 인 오즈’는 따뜻한 가족애에 초점이 맞춰진 이야기죠. 요즘 쓰레기 같은 애니메이션이 범람하는데 ‘정말 괜찮은 애니메이션’이라는 감상평을 인터넷에서 봤어요. 예전에 나왔던 ‘영구와 땡칠이’가 가족애를 담으면서 웃긴 영화였잖아요. 가족애는 한국인들에게 굉장히 중요한 정서이기 때문에 한국 애니메이터들이 가족애를 소재로 한 감동적인 스토리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김 총감독은 앞으로 영상콘텐츠가 점점 더 일회용, 소비성이 강한 쪽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애니메이션 뿐만 아니라 ‘벤허’, ‘대부’ 같은 영화를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 등으로 시청하면 집중력이 떨어져요. 그렇기 때문에 그냥 틀어 놓고 언제든지 ‘쓰윽’하고 봤을 때도 이해가 되는 콘텐츠가 주목을 받겠죠. 이런 점에서 자극적이고 액션이 화려하고, 딱히 스토리가 복잡하지 않은 일본 애니메이션이 모바일 시대에 적합한 콘텐츠가 아닐까 싶어요.”

사진제공=한국콘텐츠진흥원



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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