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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초점] 워너원·태양 카드도 활용 못한 ‘오빠생각’…영업 실패

‘오빠생각’이 막을 내렸다. 스타를 영업하겠다고 야심차게 출사표를 던졌으나 스타는커녕 프로그램 자체 영업에도 실패했다.

지난 11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오빠생각’ 마지막은 국민 프로듀서의 선택을 받은 워너원이 장식했다. 뜨거운 화제성을 자랑하는 워너원을 앞세웠지만 ‘오빠생각’은 2%를 넘지 못했다. 도리어 지난 방송분이 기록한 2.0%(닐슨코리아 전국기준)보다 0.5%P 하락한 1.5%에 머물며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했다. 워너원의 잘못은 아니다. ‘오빠생각’은 프로그램의 성격도, 재미도 분명치 않았던 탓이 더 컸다.




/사진=MBC ‘오빠생각’/사진=MBC ‘오빠생각’


‘오빠생각’은 지난 1월 설 특집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첫 선을 보였다. 최근 팬들이 자체적으로 영업 영상을 제작하는 데서 아이디어를 가져와 스타가 직접 영업 영상을 만들어보자는 취지였다. 이후 ‘우리 결혼했어요’가 시즌 종영된 자리인 토요일 5시에 정규 편성됐다. 첫 게스트는 유명 아이돌 그룹 위너로 시작했으나 시청률은 내내 2~4%대로 저조했다. 시청률과 화제성 모두 놓쳤다.

MBC의 개편에 따라 7월 31일부터 월요일 오후 11시에 방송됐다. 옮긴 후 첫 게스트로는 역시나 인기가도를 달리던 레드벨벳이 출연했으나 시청률은 1%대까지 떨어졌다. 이후로도 비슷한 수준의 시청률을 유지하다가 결국 시즌 종영을 선언했다. MBC 측에서는 폐지가 아니라고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시즌2가 제작될 가능성은 아직까지 희박한 상황이다.

‘오빠생각’의 아이디어는 나쁘지 않았다. 실제 온라인에서 한 장의 사진이나 짧은 영상으로 화제를 모아 스타덤에 오르는 이들은 생각보다 적지 않다. 앞서 언급된 아이돌 외에도 비투비, 트와이스, 젝스키스부터 설운도, 서민정, 홍진영 등 분야와 세대를 가리지 않고 특급 게스트들이 출연했으니 매력만 잘 뽑아내면 여느 프로그램보다 경쟁력이 있어 보였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영업 영상이 정말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정도로 신선했는지에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스타의 ‘인생 짤’을 보고 장점을 부각시켜 영업 영상을 만든다는 것인데, 여타 예능프로그램에서 물어봤던 질문과 시켰던 개인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이 패착이었다. ‘오빠생각’에서만 볼 수 있는 콘텐츠는 사실상 찾아보기 힘들었다.

‘해피투게더3’, ‘라디오스타’ 등 토크쇼와 ‘나 혼자 산다’, ‘무한도전’, ‘런닝맨’ 등 리얼 버라이어티가 넘치는 상황이다. ‘주간아이돌’처럼 아이돌 팬들이 출연을 고대하는 아이돌 특화 방송까지 있다. 영업을 전면으로 내세운 ‘오빠생각’은 영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내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예능적 재미를 만들지도 못했다. 일반 시청자는 물론 팬덤의 마음도 잡지 못한 것이다.


멀리 갈 필요 없다. 워너원 편만 봐도 문제점을 찾는 것이 어렵지 않다. MC들은 의뢰인의 ‘인생 짤’을 보고 토크를 하다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바로 영업 영상을 제작한다. 그런데 그 ‘인생 짤’이라는 것이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것이고, 거기에서 파생되는 질문과 요구사항 또한 숱하게 봐왔던 것들이다. ‘나야 나’ 무대에서 박지훈이 선보인 ‘저장 애교’와 순위 발표 시 느꼈던 감정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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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팬들에게는 좋아하는 스타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볼 수 있으니 좋은 기회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어디에서도 볼 수 없던 모습이라고 칭할 정도로 특별하지 않을뿐더러, 이런 식의 개인기 나열이 월요 심야 예능을 보는 다양한 연령층을 사로잡기에 적절했는지 의문이 든다. 워너원의 자체 리얼리티를 본 팬들이나 ‘해피투게더3’ 출연분을 봤던 시청자들에게는 더더욱.

/사진=MBC ‘오빠생각’/사진=MBC ‘오빠생각’


지난달 28일 방송된 빅뱅의 태양 편도 마찬가지다. 그는 새 앨범을 발표하면서 ‘나 혼자 산다’와 ‘오빠생각’에 모두 출연했다. 반응은 극명하게 나뉘었다. ‘나 혼자 산다’에서는 그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태양의 일상을 보여줬다. 밀짚모자를 쓰고 정원을 관리하고, 유별난 잠옷 사랑을 보이고, 잠옷 그대로 약수터에 가는 등 희소성 있는 모습들이었다.

그러나 ‘오빠생각’에서는 다른 곳에서도 얼마든지 볼 수 있는 태양의 춤과 노래 무대에 집중했다. 혹은 말장난 개그를 하거나 콩트를 하는 식이었다. 그나마 색다른 점이 있었다고 한다면 김흥국과 함께 한 컬래버레이션 무대라고나 할까. 하지만 모두들 알지 않는가. 그 정도로는 수준 높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버겁다.

‘나 혼자 산다’와 ‘오빠생각’ 중 어느 것이 더 회자될 지는 뻔하다. ‘나 혼자 산다’는 영업 영상을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수많은 ‘짤’과 ‘캡처’로 재생산돼 온라인에 퍼져나갔다. 태양이 즐겨 보는 TV프로그램부터 타고 다니는 차, 심지어 ‘나 혼자 산다’ 고정 출연진들에게 준 선물까지 여기저기 떠돌았다. 영업은 이런 것이다.

한 마디로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다. 단편적인 영업 영상을 제작하려 하니까 코너 사이사이에 연속성도 없고 흐름은 계속 끊어졌다. 탁재훈, 이상민, 허경환 등 ‘말빨’ 좋은 예능인들이 MC로서 고군분투해도 짧은 웃음으로 그칠 뿐이다. 심지어 이 같은 ‘말빨’은 독이 되기도 했다. 의뢰인을 살리기보다 본인이 나서서 분위기를 띄우는데 급급했기 때문이다.

MBC에서 여러 파일럿 프로그램을 시도하고 반응을 살핀 후에 정규편성까지 나아가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최근 더욱 상승세를 탄 ‘나 혼자 산다’도 결국은 파일럿에서 시작돼 기회를 얻은 것이니 말이다. 그러나 게스트의 유명세, MC들의 입담에만 기대는 안일한 기획은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는다.

“영업 영상을 제작하겠다”는 번뜩였던 아이디어가 아쉽다. 출연진의 영업 포인트를 살펴보기 전, 그렇다면 과연 ‘오빠생각’이 시청자들에게 영업될 수 있는 포인트는 무엇인지 조금 더 깊게 생각해봤다면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양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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