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첫 민간출신 금감원장 '역지사지' 초심 잃지 말아야

최흥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은 그제 취임식에서 “금융회사를 윽박지르는 시대는 끝났다”고 힘줘 말했다. 최 원장이 여러 메시지를 던지기는 했지만 간결한 이 한마디가 금융감독기구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그의 생각을 잘 대변해준다. 최 원장은 “감독 당국의 권위와 위엄은 금융회사를 윽박지르는 것이 아닌 전문성에서 비롯된다”며 “금융회사의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 그들과 눈을 맞추고 교감하라”고 주문했다. 백번 옳은 말이다.


누구라고 지칭하지는 않겠지만 과도한 완장 권력의 맛에 취한 수장이 그동안 없지는 않았다. 이것저것 수시로 시장에 메시지를 던져 되레 혼선과 분란을 자초한 금감원장도 있었다. 시장을 들쑤시고 엉뚱한 존재감을 드러내라고 검사·감독권을 부여한 것이 아닌데도 말이다. 군기잡기 식 감독권 행사와 고무줄 유권해석, 근거도 없는 창구지도 같은 것은 분명 시대의 흐름을 거슬러간 역주행이었다. 그런 측면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명을 다 하는 ‘무명의 영웅’이 돼달라”고 당부한 것은 일단 기대감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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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역지사지를 강조한 것은 아무래도 첫 민간인 출신 수장이라는 점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대학교수와 금융연구원장 거쳐 감독 대상인 하나금융지주 사장까지 맡았으니 감독기관의 이상형을 나름대로 그렸을 것이다. 전임 진웅섭 금감원장은 모피아 출신임에도 소리 없이 소임을 다했다. 무엇보다 금감원 내부의 완력행사 요구를 최대한 자제시킨 점은 후한 평가를 받는다. 신규 보험상품에 대한 당국의 승인권을 없앤 것은 여간 어려운 결단이 아니었다.

시장 소통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금융회사의 건전성과 소비자 보호라는 막중한 책무의 첫 단추도 여기서부터다. 역지사지의 초심을 잃지 말고 자율규제 원칙에 입각해 소비자와 금융회사가 윈윈할 토대 마련에 힘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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