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佛협화음' 노동계…마크롱, 노동개혁 노림수 통했다

제 2노조 반정부 시위 나섰지만

제 1·3노조 총파업 합류 보이콧

노동계 대표 사회당도 당내 분열

취임후 끈질긴 노사정 협의 통해

온건·강성 노조 분리전략 먹힌 듯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노동개혁에 반대하는 노동조합 연대가 12일(현지시간) 프랑스 서북부에 위치한 렌시에서 “게으름뱅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파업 시위를 벌이고 있다./렌=AFP연합뉴스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노동개혁에 반대하는 노동조합 연대가 12일(현지시간) 프랑스 서북부에 위치한 렌시에서 “게으름뱅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파업 시위를 벌이고 있다./렌=AFP연합뉴스


“현존하는 것에 대해 아무 말도 못한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프랑스 노동개혁에 맞선 노동계의 대규모 반정부시위를 하루 앞둔 11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던진 말이다. 역대 대통령 중 취임 이후 최단 기간에 파업·시위를 맞닥뜨렸다는 지적에도 자신만만한 그의 태도는 노동개혁안 통과를 위해 이미 만반의 준비를 마쳤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풀이된다. 끈질긴 노사정 협의로 온건·강성 노조를 분리하고 노동법 개정안의 성격을 ‘노조 약화’로 인지하도록 한 그의 전략이 이번 대규모 파업과 시위를 이전과 다른 ‘분열 양상’으로 이끌며 프랑스 경제계의 숙원인 노동개혁에 한발 더 다가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르피가로는 이날 프랑스 제2노동조합인 노동총동맹(CGT)의 필리프 마르티네 사무총장을 인용해 “12일부터 180건의 가두시위와 총 4,000개 사업장의 파업이 전국적으로 시행된다”고 밝혔다. 파리·마르세유·리옹 등 주요 도시에서 대규모 가두행진이 예고된 가운데 프랑스국영철도(SNCF)·파리교통공사(RATP) 노조도 파업에 동참하며 곳곳에서 교통마비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파업·시위는 마크롱 대통령 취임 후 처음 전국적으로 시행되는데다 그의 핵심정책인 노동개혁을 두고 벌어지는 것이어서 일찍부터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달 △근로자 소송가능 시간 단축 △노사협상 기준 산별노조에서 개별노조로 변경 등 노동 유연화 및 거대 노조의 협상력 약화를 노린 노동법 개정안을 발표해 노동계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프랑스는 고실업이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왔음에도 지난 1990년대부터 추진된 노동개혁이 대규모 파업의 벽에 부딪혀 번번이 무산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노동법 개정안을 의회의 사후표결이 가능한 대통령 명령으로 채택하기로 의회의 동의를 받아 개정안 시행은 기정사실이다. 이 때문에 이번 대규모 파업은 노동개혁의 마지막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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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 등 프랑스 언론들은 특히 이번 파업이 이전과 달리 주요 노동조합과 정당이 단합하지 못하고 ‘흩어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 지난해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이 추진한 ‘주 35시간 근로제’ 수정 당시 힘을 합쳤던 최대 노동단체 민주노동총연맹(CFDT)과 제3노조인 노동자의힘(FO)은 이번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다. 극좌정당인 프랑스 앵수미즈(굴복하지 않는 프랑스)는 오는 23일 파리에서 반정부대회 개최를 계획하고 있지만 강성 노조인 CGT는 파업이 정치화될 것을 우려해 앵수미즈와의 연대를 거부한 상태이며 그간 노동계를 대표해온 사회당도 당론분열 속에 파업 참가를 포기했다.



영국 경제주간 이코노미스트는 노동계 분열의 상당 부분이 마크롱 대통령의 치밀한 공작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프랑스 정부는 마크롱 대통령 집권 이후 온건성향의 CFDT를 포섭하기 위한 노사정 협의 모임을 100번 넘게 주최했다. 그 결과 CFDT는 마크롱의 노동개혁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도 강경파인 CGT와 다른 노선을 걷기 시작했다. 마크롱 정부는 또 노동법 개정안이 강성 노조만 겨냥한 개혁안이라는 점을 부각해 개혁에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는 데 성공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추진하는 개혁에는 그동안 대상에서 제외됐던 자영업자·농민 등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연금체계를 개편하는 안이 담겨 있다. 국정 지지도가 30%대로 고꾸라진 가운데서도 국민의 절반 이상이 노동법 개정에 긍정적 반응을 보이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다만 분열된 노동계가 다시 연합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FO 측은 파업 불참이 아닌 ‘유보’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마크롱 대통령이 포섭을 위해 공을 들인 CFDT 역시 노동법 개정안이 법률 명령으로 추진되자 ‘분노’를 표명하며 추후 태도를 바꿀 여지가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최근 마크롱 대통령이 노동개혁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게으름뱅이’로 지칭한 것도 새로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마크롱은 이날 “그동안 개혁에 용감하지 못했던 지도자들을 지칭한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그의 권위주의적 태도를 드러낸 이번 발언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는 미지수다.

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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