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설익은 反시장정책 곳곳 부작용] 파견·용역직까지 정규직화 압박...인력재편 막힌 은행 경쟁력 저하

■정규직 전환

민간 외주업무 인력 공기업 유출

공공부문 비대화·비효율성 커져

"몇년 뒤 신입채용 급감" 지적도

한 은행의 창구 모습. 무기계약직 및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바람에 시중은행들의 인건비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 /연합뉴스한 은행의 창구 모습. 무기계약직 및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바람에 시중은행들의 인건비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다양한 업종에서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다. 일단 적용 대상은 공기업이지만 민간기업도 정부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이를 의식한 무리한 조치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는 비정규직의 범위가 ‘외주·하청업체’로까지 확대돼 기업 부담이 급증하는 추세다.


일례로 콜센터를 비롯해 소프트웨어 등 정보기술(IT) 분야에서는 공기업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외주를 받아 작업하는 민간기업의 정규직이 많았는데 이들이 공기업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속출하고 있다. 공기업이 외주 업무를 직접 챙기면서 인원을 새로 채용하면서 빚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당연히 인력유출에 따른 갈등, 공기업 비대화에 따른 효율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민간기업들도 외주업체 챙기기에 한창이다. 불필요한 곳에 전력을 낭비하는 꼴이다. 금융권의 정규직화 움직임도 상식적이지 않다. 정부가 최대주주인 기업은행은 무기계약직(텔러, 전화상담원, 사무지원 등) 4,000여명의 100% 정규직 전환, 직간접적으로 고용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민간은행은 정부 눈치를 더 본다. 대부분의 은행들은 이미 지난 2013년 비정규직을 대거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정부가 워낙 ‘비정규직 제로’를 밀어붙이는 바람에 청원경찰, 콜센터 직원 등 파견·용역직마저도 정규직으로 바꿔야 하는 압박감에 시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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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되는 부분은 경쟁력 저하다. 인터넷은행 등 인건비를 대폭 낮춘 경쟁자가 출현하는 와중에 사회적 반감, 정부 입김 등을 이유로 인력재편에 신경 써야 하는 탓이다. 업계 관계자는 “직접고용 비정규직의 경우 고액연봉을 받는 전문직 직원이 대부분이라 정규직화가 불가능하다”며 “문제는 파견·용역 등 간접고용 비정규직인데 정부 정책이 선심성 정책으로 흘러가다 보니 부담 증가로 성장에 발목이 잡히고 있다”고 토로했다.

강압적 정규직화에 따른 부작용도 적지 않다. 갈수록 은행 점포는 없애고 있는데 정규직 숫자는 늘어 신입 채용이 어렵다. 한 은행 관계자는 “올 하반기 시중은행 채용 규모가 지난해에 비해 600여명 늘었지만 정부의 일자리 창출 기조에 따른 구색 맞추기”라며 “당장은 보여주기 식으로 채용이 늘 수는 있어도 몇 년 지나면 불어나는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해 신입 채용은 줄이고 희망퇴직은 늘리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직원들 간에도 정규직화에 따른 의견이 갈린다. 무기계약직의 경우 정시 출퇴근이 가능하고 실적 압박이 상대적으로 적어 정규직 전환을 기피하기도 한다. 반면 일부 정규직 사이에서는 역차별이라고 반발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정규직의 경우 힘들게 입사했는데 비정규직으로 들어온 직원들과 같은 대우를 받으니 손해본다는 느낌을 토로한다”고 설명했다. /이상훈·이주원기자 shlee@sedaily.com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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