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금호산업 인수때 매듭 꼬여...타이어 매각 싸고 치킨게임

산은-박삼구 회장의 '질긴 악연'

산은 협조없인 회생 불가능

양측 극적 화해 여부 주목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타이어(073240)의 조기 회생을 위해 6,300억원의 자구계획안이 실패할 경우 우선매수권을 포기하는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지만 금호타이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박 회장과 산은은 금호타이어 매각 과정에서 수차례 갈등을 빚어왔다. 외부에는 금호타이어 채권단이 박 회장과 갈등하는 모양새로 비쳤지만 내막은 산은과 박 회장, 양측의 갈등이 전부였다.


박 회장과 산은 간 악연은 가깝게는 지난 2015년 금호산업 인수 때부터 시작됐다. 대우건설 등을 무리하게 인수하는 바람에 워크아웃에 들어갔던 금호산업을 산은으로부터 다시 인수하는 과정에서 박 회장은 2015년 말 설립한 금호홀딩스(금호기업이 금호터미널과 합병한 뒤 사명 변경)를 통해 금호산업을 인수했다. 금호산업은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기 때문에 박 회장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기업이었다. 이후 박 회장은 그룹의 완전한 재건을 위해 금호타이어 인수에 나섰지만 산은이 중국 타이어 업체인 더블스타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하고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 매각작업에 나서면서 양측 간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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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매수권을 보유한 박 회장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금호타이어 인수전에 참여하겠다고 했지만 산은은 이를 거부했다. 금호그룹을 공중분해시킨 장본인이 또다시 계열사의 돈으로 금호타이어를 인수한다는 부정적 시각이 산은 내부에서 팽배했다. 박 회장 측은 산은이 더블스타와 동등한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며 불만을 드러내며 갈등이 표면화됐다.

금호타이어 매각을 놓고 산은과 박 회장 간 이견과 갈등이 반복되며 곪을 대로 곪아온 것이 금호 상표권 사용 허용 여부를 놓고 폭발했다. 산은과 박 회장 측이 금호타이어 매각을 놓고 마치 출구 없는 ‘치킨게임’을 벌이는 형국이어서 결론이 어떻게 나든 양측이 상처뿐인 영광을 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그때부터 나왔다.

당시 이동걸 산은 회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그동안 공식적인 입장을 자제하던 것과는 달리 “그동안 박 회장 측의 발언에 대응하는 것이 말다툼 양상으로 비칠 수 있어 자제해왔다”면서 “박 회장이 그렇게 하면 안 된다”며 격한 감정을 표출했다. 하지만 박 회장도 산은이 금호타이어 매각을 왜 이렇게 서두르는지 알 수 없다며 끈질긴 여론전에 나서며 산은과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산은 관계자는 사석에서 박 회장에 대해 입에 담기 어려울 정도의 험담을 늘어놓기도 했다. 결국 산은 주도의 금호타이어 매각이 실패하면서 다시 박 회장에게 금호타이어 인수 기회가 주어졌지만 6,300억원의 자구계획을 이행해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다. 더구나 앙금이 쌓일 대로 쌓인 산은이 박 회장 측이 제시한 자구계획안을 그대로 승인하고 박 회장의 경영권을 인정하면서 재매각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산은 내부에서는 박 회장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강하다. 금호타이어 회생을 위해서는 산은의 협조가 절대적인 상황에서 박 회장이 어떤 식으로 화해의 손을 내밀지 주목된다. 일부에서는 우선매수권을 포기한 것 자체가 박 회장이 산은에 한 수 접고 가겠다는 사인을 보낸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노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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