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 분홍색 자판기가 보인다면 잠깐 멈춰 서보자. 당신의 마음이 한순간 설레게 될지 모르니 말이다.
이 자판기는 국내 최초로 헌책을 파는 자판기다. 5,000원을 투입구에 넣고 ‘로맨스’ ‘추리’ ‘여행’ ’지식’ ‘자기계발’ 등 원하는 버튼을 누르면 책이 포장된 상태로 나온다. 무슨 책이 나올지 몰라 궁금증을 자아내게 해 ‘설렘 자판기’라는 이름도 붙었다. 겉포장을 뜯으면 장르별 헌책과 함께 그 책을 추천한 헌책방 사장님의 얼굴 사진이 있다. 왠지 책을 꼭 펼쳐봐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설렘 자판기를 만든 이는 대학생들이다. 국제 비영리단체인 인액터스(Enactus)에서 활동하는 연세대의 ‘책 it out(잇아웃)’ 팀이다. 이들은 서울 청계천 헌책방을 살려보자며 3년 전 이 프로젝트를 처음 생각해냈다. 반세기 넘게 자리를 지켜온 청계천 헌책방은 한창 성수기였을 당시 200여개 업체가 밀집해 있었지만 지금은 20여개로 줄어들 정도로 존립 자체가 위태로운 곳이다.
‘책 it out’이 보내는 ‘두근거리는 초대장’ |
책 판매 수입은 자판기 운영에 필요한 최소 비용을 제외하고 모두 헌책방 주인에게 돌아간다. 지난 6월 서울 종로구 혜화동 대학로에 처음 설치한 1호 설렘 자판기는 두 달 동안 총 700여권 판매, 4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최근 문을 연 쇼핑몰 스타필드 고양으로 위치를 옮긴 뒤에는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이색 아이템으로 입소문까지 났다. 처음에는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이제는 헌책방 주인이 누구보다 학생들의 활동을 지지하고 있다.
책잇아웃팀은 다음 스토리펀딩 등 크라우드펀딩으로 모인 자금으로 앞으로 더 많은 설렘 자판기를 설치할 계획이다. 이들의 최종 목표는 헌책방 거리가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히지 않는 것이다. 이현진(21·연세대 경영학) 팀장은 “당장의 수입보다 젊은 소비자에게 헌책방 거리가 알려져 만족하는 헌책방 주인들의 모습을 꼭 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자세한 기사 보기 : ‘설렘자판기’를 통해 ‘책 it out’이 보내는 ‘두근거리는 초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