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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먼저 왕서방부터 배부르게 해주자

이규엽 한국대성자산운용 대표





만시지탄(晩時之歎)이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때다. 그러지 않으면 중국에서 우리 상품이 점점 사라지고 태국 등 다른 동남아 국가들이 우리 자리를 대신 차지할 것이다. 이제는 대중국 한국 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중국에서 나의 이익을 최대한 남기겠다는 생각에서 중국과 이익을 공유하겠다는 경영방침으로 전환해야 한다. 중국과의 관계도 경쟁 관계에서 협력관계로 재설정해야 한다. 나아가 중국 본토에서는 왕 서방부터 배를 부르게 해주고 그다음 내 배를 채워야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현재 중국을 대표하는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의 과점 주주는 미국·일본·남아프리카공화국이다. 바이두는 미국 기업인 DFJ캐피털사가 3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일본계 소프트뱅크사가 24%를 가졌다. 텐센트 역시 남아공 MIH사가 34%를 갖고 있다. 이런 사실로 알 수 있듯이 미국·일본 등 자금력이 풍부한 외자들도 중국 내에 투자할 경우 그들의 중국 내 지분을 3분의1 이상 넘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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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중국에 진출하는 우리나라 기업은 중국 파트너가 없는 한국 자본 100%인 독자 기업 형태를 선호하거나 법상 허용되는 최대 지분을 보유하고자 한다. 문제는 최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 후 롯데마트·현대자동차 등 중국 내 한국 기업의 약세다. 중국 롯데마트는 주식 100%를 롯데가 보유하고 있다. 중국 내 현대자동차도 중국 법상 허용되는 범위에서 최대 지분을 갖고 있다. 이러한 회사 형태의 중국 내 외국 기업은 중국이 반격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오면 최우선 공격 목표가 되기 십상이다. 우리의 자본과 기술력이 우위일 때 과욕을 부리다가 점점 시장을 잃어가는 것보다 처음부터 중국 파트너에게 과점 지분을 양보하고 신뢰하는 파트너십을 쌓아 장기적으로 함께 가야 한다.

켐핀스키호텔은 지난 1987년 10월12일 총자본금 398억4,400만원으로 설립됐다. 설립 당시 대우건설은 99억6,100만원을 투자해 25%의 지분을 취득했다. 나머지 지분은 중국 정부 기업인 북경관광공사가 40%, 호텔 운영을 맡은 독일 회사가 11%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2016년 말 켐핀스키호텔은 총매출액 1,046억원, 당기순이익 295억원을 시현했다. 한국 대우건설은 주주배당금으로 세후 71억원을 송금받았다. 매년 투자 원금에 해당하는 만큼의 금액을 꼬박꼬박 얻어내고 있다. 사드 배치 결정 후에도 한국의 대우건설이 켐핀스키호텔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호텔 매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한국 기업은 중국 시장 진출 초기부터 지분을 적당하게 보유하는 것이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오히려 유리하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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