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자금세탁방지법' 도입 2년 됐지만… 은행 혼란 여전

절차 확인 복잡해 누락 잦아

금감원, 첫 적발…제재 착수

보험사·저축은행도 '구멍'

지난해 1월 시행된 자금세탁방지법이 시중은행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여전히 실무에서는 혼선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금융감독원은 지난 4월 경영실태평가(옛 종합검사)에서 신한은행 실무자가 자금세탁방지법 일부를 위반한 사실을 파악하고 과태료 부과 등 제재 수위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이 자금세탁방지법 위반으로 금융회사를 제재하기는 처음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자금세탁방지법은 지난해 1월부터 신규 계좌 개설과 2,000만원 이상의 1회성 금융거래 시 ‘실제 소유자’의 확인 절차를 거치도록 했다. 이는 지난 2006년부터 시행돼오던 고객확인 절차가 강화된 것으로 지난해부터는 개인이나 법인이 금융사에서 계좌를 개설할 때 그동안 써내던 신상정보 외에 계좌의 실소유주가 누구인지도 추가로 밝히도록 한 것이다. 사업보고서 제출 의무가 없는 소규모 법인의 경우 지금까지는 사업자등록증만으로 비교적 간단히 계좌를 만들 수 있었지만 지난해부터는 계좌의 실소유자 확인 단계에 따라 25% 이상 지분 소유자, 임원 과반을 선임한 주주, 대표자 등을 기재해야 하고 이를 증명할 법인등기부등본·주주명부 등도 함께 제출해야 할 정도로 까다롭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 실무자들은 법과 관행 사이에서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의 경우 바뀐 절차를 일부 적용하지 않다가 금감원 종합검사 과정에서 적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도 실무자의 실수를 인정하면서도 법 조기 정착을 위해 제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더구나 신한은행 미국법인인 신한아메리카가 이미 미국 금융감독 당국으로부터 실제 소유자 확인을 위한 절차를 구축하도록 행정제재 명령을 받은 만큼 제재 수위가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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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법에 따르면 실소유자 확인 절차를 누락할 경우 금융사는 위반 건수당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도록 돼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자금세탁방지법이 시행된 지 2년이 다 돼 가지만 실소유자 확인 절차의 경우 번거로운 절차 때문에 기업 고객들이 꺼리고 은행은 편의상 이를 생략하는 경우가 많아 현장에서는 잘 적용되지 않고 있다”며 “신한은행뿐 아니라 다른 은행과 보험사·저축은행 등에서도 위반 사례가 많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법 시행 이후 조기 정착을 위해 경영실태평가 때 법 위반 여부 등을 들여다볼 계획이다.

이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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