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서울경제TV][투데이포커스] 은행권, 채용 확 늘렸지만... 속내는 찜찜



[앵커]

은행권이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앞장서는 모양새입니다.


올 하반기 채용규모를 지난해 두 배 수준으로 늘리고, 고용시장의 활기를 불어 넣겠다며 어제는 전 금융권 공동으로 대규모 취업박람회도 개최했는데요.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감원 칼바람과 함께 채용문을 닫았던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입니다.

정부 정책에 따라 자연스럽지 않게 늘어난 채용규모가 향후 부작용을 일으킬 것이란 우려의 시각도 나오고 있는데요. 금융증권부 정훈규기자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앵커]

Q. 정 기자, 우선 이번 하반기에 은행권 채용규모가 얼마나 늘어난 겁니까?

[기자]

네, 5대 시중은행에 기업은행까지 합하면 올 하반기 채용규모는 2,000명 정도로 예상되는데요.

아직 채용 계획을 밝히지 않은 농협은행을 제외한 인원수가 1,850명에 달합니다.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확대 정책 기조에 발맞춰 지난해보다 채용 규모가 늘어날 것은 어느 정도 예상됐는데요.

시중은행들은 이 예상을 뛰어 넘어서 적극적으로 고용시장에 나서고 있습니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 채용규모를 지난해 두 배로 수준으로 늘려서 각각 500명과 400명을 뽑을 예정이고요. 신한은행도 450명을 채용하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3사만 합한 채용규모만 1,350명으로 지난해보다 540명 더 많습니다.

KEB하나은행의 경우 지난해 보다 100명 더 늘려서 250명을 채용하기로 했는데요.

비교적 적은 숫자지만, 옛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 이후 점포 통폐합이 이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다른 은행들 못지 않게 통 크게 나선 겁니다.

[앵커]

Q.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인데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는 뭡니까?

[기자]


네, 올해 임용시험 선발 인원을 두고 엄청난 혼란에 빠진 교육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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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은 최근 5년간 매년 약 600명에서 900명에 달했던 초등교사 임용고시 선발 인원을 이번에 105명으로 뚝 떨어뜨렸습니다.

이렇게 선발 인원이 급감한 이유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은 “이전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에 따른 교육부의 요구로 선발 인원을 수요 인원보다 늘려 채용했다”고 밝혔는데요.

임용고시 합격률이라도 높여서 청년 실업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소했다고 보여주려는 정부의 압력 때문에 신규 발령 자리가 없는데도 일단 많이 뽑아놓았다는 얘깁니다.

교대생들의 거센 반발로 논란이 커지자 서울시교육청은 초등교사 신규 임용 인원을 애초 예고했던 105명보다 4배 가까이 늘려 385명으로 확정했는데요.

이미 미발령 임용대기자가 1,000여 명에 이르는 상황에서 시간벌기용 미봉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사실 상황이 이렇게 벌어진 이상 달리 내놓을 묘책이 없는 게 사실입니다.

은행권의 경우도 지속적인 점포 축소로 일할 자리는 줄어드는 가운데, 정부 정책 기조에 따라 갑자기 채용규모를 늘렸다는 점에서 비슷한데요.

자연스럽지 않은 채용 확대가 향후에는 이전보다 심각한 채용절벽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앵커]

Q. 임용 문제의 경우 인구가 줄어들면서 학생 수도 자연히 줄어든 게 근본적인 원인인데, 민간 은행의 일자리와 같다고 할 수 있습니까?

[기자]

네, 인구 감소와 같은 환경적인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할 수는 없기 때문에, 다가올 문제를 예상해 준비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저출산으로 학령인구가 줄어든다는 것을 몰라서 이번 임용대란이 발생한 것은 아닙니다.

떨어질 바닥의 위치는 정해져 있는데, 성과를 보이려는 정부가 억지로 끌어올린 탓에 추락의 높이만 더 높아져 충격을 키운 셈인데요.

은행권도 핀테크라는 거스를 수 없는 환경변화에 놓여 있습니다.

대부분의 금융거래가 스마트폰이나 PC로 가능해지면서 점포를 찾아오는 손님은 계속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지난 몇 년간 은행들이 점포와 직원 수를 단계적으로 줄이면서 이 같은 환경변화에 대비해 체질을 바꾸기 위해 노력한 것인데요.

올 하반기라고 해서 딱히 이 같은 상황에 변화가 생긴 것도 아니고, 인터넷은행의 등장으로 앞으로 점포 축소는 더 가속화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지난 몇 년 간 희망퇴직으로 직원들을 내보내던 명분은 어디로 사라지고, 은행들이 새 정부 정책 기조에 맞춰 일자리 창출만 외치고 있는 겁니다.

올 상반기 까지만 해도 고용에 인색했던 은행들이 금세 태도를 바꾼 것을 보면, 언제 또 돌변해도 이상하지 않은데요.

우려스러운 것은 민간 은행은 공공부문인 교육계와 달리 변화에 대한 대비가 늦어질 경우 향후 채용절벽을 넘어 기존 직원들에 대한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까지 고려할 수 있다는 겁니다.

정훈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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