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우는 13일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 총파업 집회에 참석했다. 지난 2012년 MBC의 170일 총파업 당시를 회상하며 “2012년 총파업이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성공하지도 못했다. 권순표 앵커가 후배와 동료들이 파업하는데 마이크를 잡을 수 없다고 내려놨다. 내가 아는 MBC 기자들, 선배들은 그렇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아나운서, 진행자들이 파업에 동참하겠다고 마이크를 내려놨다. 스포츠 캐스터도 내려놨다. 그런데 그 자리에 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들어와 마이크를 잡았다”며 방송인 김성주를 지목했다. “특히 그(김성주 전 아나운서)가 특별히 많이 잡았는데 그런 사람들이 더 밉다. 진짜 패 죽이고 싶다”고 공개 저격했다.
주진우는 김성주를 저격하면서 그의 누나인 조선일보 김윤덕 기자의 이야기도 함께 꺼냈다. 시사인 사무실에 갔는데 김윤덕 기자에게서 항의 전화가 왔었다는 것이었다. 강재형 아나운서가 시사인에 쓴 파업일지 속 김성주 이름이 한 줄 들어간 것이 항의 내용이었다. 주진우는 “매너나 예의라고는 하나도 없이 우리 선배를 윽박질렀다”고 덧붙였다.
강재형 아나운서가 지난 7일 ‘아나운서 대상을 받고 유배지로 향했다’라는 제목으로 쓴 글에는 김성주가 언급돼있다. 아나운서의 빈자리가 어떤 사람에게는 기회의 땅이 되며, 그곳에서 도드라진 사람이 김성주라는 것이었다. 2012년 런던올림픽 메인 캐스터를 발판으로 친정에 안착하고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현재 방송인으로 활약하고 있는 김성주는 2000년 MBC 공채 아나운서로 입사해 2007년 프리선언을 하며 퇴사했다. 퇴사한 아나운서들이 그렇듯 MBC에 복귀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아 보였으나 2012년 MBC에서 총파업이 일어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당시 스포츠제작국장과 아나운서국장이 김성주에게 런던올림픽 중계 캐스터를 맡아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한 때 동료였던 이들이 파업에 참여하면서 생긴 자리였다. 김성주 역시 이에 대한 좋지 않은 눈초리를 인식하고 있었다. 그는 런던올림픽 기자간담회에서 “올림픽 중계를 하게 됐다는 얘기에 격려도 해주시지만 왜 하필 지금이냐며 걱정하고 질타하시기도 한다”며 “올림픽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크기 때문에 일단 회사를 돕는 게 우선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처음에는 축구 중계만 제안 받았다. 한두 경기만 맡으면 될 거라는 생각에 긍정적으로 고민했는데 총파업이 길어지다 보니 부탁받은 종목이 늘어났다. 지금도 아나운서국이 중심이 돼 올림픽 중계를 이끌어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파업이 타결되면 흔쾌히 물러나겠다는 생각으로 제안을 어렵게 수락했다”며 여론을 의식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22일 MBC 아나운서국이 시청자에게 쓴 글을 보면 2012년 당시 상황을 알 수 있다. 아나운서 27인은 방송거부에 돌입하며 “2012년 파업 이후 유례없는 비극과 고통을 겪었다. 11명의 아나운서가 부당 전보됐다. 얼마 전에는 지속적 상습적 방송출연 금지 조치에 절망한 나머지 김소영 아나운서가 사표를 던졌다. 모두 12명의 아나운서가 회사를 떠났다”고 전했다.
김성주는 런던올림픽 중계에 임한 것을 시작으로 소치올림픽, 브라질월드컵, 인천 아시아게임 중계 캐스터를 맡았다. 이후 MBC 예능프로그램 ‘아빠 어디가’, ‘복면가왕’ 등에 출연하며 방송인으로서 확고히 자리를 잡았다. 현재도 다수의 프로그램에서 진행자로 활약하고 있으며 MBC에서는 ‘복면가왕’, ‘랭킹쇼 123’의 진행을 담당하고 있다.
이처럼 전 동료들이 떠난 자리를 채운 김성주에 대한 비난 여론이 적지 않다. 일부 네티즌들은 주진우의 저격 발언에 공감하면서 “전 직장 동료들과 후배들이 파업을 하고 있는데 그 자리를 채운 것은 기회주의자적 행동이다. 동료애가 없다”고 의견을 남겼다. MBC 노조원들에게 힘을 실어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반대로 김성주를 옹호하는 의견 또한 존재한다. 2012년 당시 김성주는 이미 회사를 떠난 지 5년이나 된 프리랜서였으므로 MBC의 파업과는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프리랜서 방송인으로서 불러주는 곳에 갈 수밖에 없다고. 또한 주진우가 공개적으로 과격한 발언을 하고 누나를 언급한 것이 경솔하다는 의견도 있다.
발언 이틀째인 오늘까지도 두 사람에게 모이는 시선은 여전히 뜨겁다. 주진우 발언의 과격성은 제쳐두고 오로지 김성주의 2012년 행동만 말하자면 정의와 생계라는 서로 다른 가치 추구로 이분화되고 있다. 파업이 일어날 때마다 구성원의 참여 및 시용 경력직의 채용이 화두로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MBC 본부는 지난 4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했다. 아나운서국 뿐만 아니라 예능국 시사제작국 등에서 제작을 거부하며 김장겸 사장 및 경영진 퇴진과 공영방송 정상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번 주진우의 발언이 높은 화제성을 가진 만큼 얼마나 많은 네티즌들에게 공감을 얻을지, 반대로 반감을 불러일으키지는 않을지, 총파업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