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또 낮춘 전력수요 전망 … 脫원전에 꿰맞추나

8차 수급계획 최종안 발표

원전9기 분량 안지어도 돼

두달전보다는 원전1기 줄어



오는 2030년까지 당초 예상보다 12.7GW의 발전설비 규모가 줄어들 것이라는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요전망 최종안이 나왔다. 이는 건설중단 여부가 공론화된 신고리 5·6호기(각각 1.4GW) 규모의 원전 9기와 맞먹는 수준이다. 지난 7월에 내놓았던 초안과 비교해도 원전 1기 분량이 줄었다. 2년 새 급격히 뒤바뀐 전력정책을 두고 정권에 입맛 따라 춤추는 ‘고무줄’ 전력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전력거래소와 전력수급기본계획 수요계획실무소위원회는 15일 서울 중구 한국전력 서울지역본부에서 회의를 열고 8차 계획 전력수요 재전망안을 발표했다.


재전망안에 따르면 2030년 목표 전력수요는 100.5GW로 7차 계획(113.2GW) 대비 12.7GW 줄었다. 새로 지어지는 원전 APR-1400 모델의 설비 규모가 1.4GW인 것을 감안하면 이번 계획으로 원전 9기 분량의 발전소를 짓지 않아도 되게 된 셈이다. 7월 내놓았던 초안(101.9GW)과 비교해도 1.4GW 줄어든 수준이다.

소위원회는 성장률 전망치의 하향 조정과 누진제 개편으로 인한 수요 증가 효과 제외, 수요관리 목표량 확대 등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7차 계획에서 정부는 연평균 성장률 전망치를 3.4%로 추정했지만 8차 초안에서는 2.5%로 낮췄고 이번 최종안에서는 2.4% 수준까지 떨어뜨렸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9월 정부의 국내총생산(GDP) 재전망으로 연평균 성장률이 2.47%에서 2.43%로 줄면서 0.4GW, 누진제 개편 효과 제외로 0.6GW, 수요관리 목표량 확대로 0.4GW가 줄면서 7월 초안 대비 2030년 수요가 1.4GW 감소했다”고 말했다.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소위원회가 전력수요 전망치를 두 차례에 걸쳐 크게 떨어뜨린 가장 큰 이유는 낮아진 정부의 성장률 전망에 있다. 2016년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발표 당시 정부는 우리 경제가 2017년 4.0%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2025년 들어 3.0%로 떨어지겠지만 2029년까지 연평균 3.4%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2030년까지 113.2GW의 전력설비를 계획했었다.

문제는 정부의 중기 성장률 전망치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장기 성장률 전망치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는 점이다. 소위원회는 초안에서 연평균 성장률 전망치를 2.5%로 추정했고 이번 최종안에서는 다시 2.4%로 낮춰 잡았다.


초안과 최종안이 다른 가장 큰 원인도 정부의 중기 성장률 전망이 낮아진 데 있다. 지난 초안에서는 정부의 2016~2020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바탕으로 성장률이 △2017년 2.6% △2018년 3.2% △2019년 3.4% △2020년 3.4% △2021년 3.6%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달 1일 정부가 새로 내놓은 국가재정운용계획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우리 경제의 성장률을 3.0%로 대폭 떨어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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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들쭉날쭉한 성장률 전망에 15년 단위 계획인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춤을 추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정책에 전력정책이 코드를 맞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여전하다.

두 달 새 말이 뒤바뀐 것도 있다. 소위원회는 누진제 개편 효과로 인한 전력수요 증가 효과가 없을 것으로 추산했다. 7월 초안에서는 지난해 누진제 개편으로 인해 2030년 최대 전력이 약 600㎿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었다. 소위원회 관계자는 “호수에 돌을 던졌을 때 먼 곳으로 가면서 물결이 점차 약해지다 결국 없어지는 것”이라며 “누진제 개편으로 인한 전력수요 증가 효과도 일시적인 것으로 시간이 갈수록 누진제 개편의 체감도가 떨어지면서 수요증가 효과도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수요관리 목표도 상향 조정됐다. 소위원회는 당초 초안 대비 수요관리 목표를 400㎿ 늘려 잡았다. 2030년까지 수요관리책을 통해 13.2GW 규모의 설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게 소위원회의 계산이다. 소위원회 관계자는 “공장과 건물·가정에서 에너지 관리 시스템을 확대하는 방법 등으로 6.5GW, 에너지저장장치(ESS) 보급 확대와 수요자원(DR) 시장 등을 활용해 6.7GW 절약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수요관리책은 노무현 정부 당시 전력정책의 핵심 수단이었지만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 9·15 대정전 사태를 불러온 원흉으로 지목돼왔다.

다만 소위원회는 2030년까지 100만대 보급을 목표로 하고 있는 전기차 확대 정책으로 300㎿의 전력수요 증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소위원회 관계자는 “전기차 보급이 활발한 제주도와 미국 캘리포니아의 시간대별 충전 패턴 시나리오를 통해 검토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수요전망안은 제7차 때와 마찬가지로 ‘전력패널모형’을 통해 추정됐다. 전력패널모형은 전 세계 100여개국의 전력수요 패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경제성장률(GDP), 전력가격 변화 등을 변수로 넣어 전력수요를 도출하는 모형으로 김창식 성균관대 교수가 개발했다. 이 모형은 에너지 분야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학술지 ‘에너지이코노믹스’에 2016년 등재되기도 했다.

/세종=김상훈·박형윤기자 ksh25th@sedaily.com

세종=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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