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윤종규 회장 인터뷰] "행장 분리, 이사회와 이미 논의 중…노조와 대화창구 열려있어"

노조 연임 반대에 몸 낮추면서도

사외이사 추천 요구엔 선그어

'리딩뱅크 탈환' 함께 노력한

직원들 보상 키우는 방안 고민

KB금융 차기 회장 후보로 단독 추천돼 사실상 연임이 확정된 윤종규 회장이 15일 오전 서울 국민은행 여의도 본점으로 출근하면서 평소 즐겨 메는 백팩을 들고 차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KB금융 차기 회장 후보로 단독 추천돼 사실상 연임이 확정된 윤종규 회장이 15일 오전 서울 국민은행 여의도 본점으로 출근하면서 평소 즐겨 메는 백팩을 들고 차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2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은 자신의 사무실에서 ‘2020년 사업계획’을 짜고 있었다. KB금융 이사들로 구성된 확대지배구조위원회가 차기 회장 후보 쇼트리스트 발표를 앞둔 시점이다. 윤 회장은 당시 기자와 만나 “연임이 안 될 수도 있으니까 대비해야 되지 않겠느냐”며 “새로 (회장을 맡아) 들어오는 사람이 바로 (업무를) 시작할 수 있게 보완할 것은 보완하고 완벽하게 짜는 게 (전임자의) 예의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KB노조가 연임을 강력히 반대하면서 윤 회장도 심적으로 흔들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굳이 노조반대를 무릅쓰고 연임을 해야 되느냐는 생각이었던 것이다. KB금융 관계자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 윤 회장의 성격으로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며 “KB금융 직원들 전부가 반대하면 깨끗이 자리에서 물러나려는 생각까지 해 내부에서는 이를 말리는 게 더 힘들었을 정도”라고 귀띔했다.


윤 회장은 전날 확대위의 단독 추천으로 사실상 연임이 확정된 15일 국민은행 여의도 본사로 출근하는 기자들과 만나 “아직 심층 평가가 남았으므로 주주와 이사들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잘 준비하겠다”며 여전히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그는 “(차기 회장을) 맡으면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연임을) 최종 승인 받을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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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회장과의 만남은 지난 12일과 이날 두 차례 이뤄졌다. 윤 회장은 연임 과정에서 노조의 반대가 심했던 것과 관련해 ‘깔딱고개’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번에만 치고 나가면 (신한은행을 제치고) 1등 자리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으니 조금만 참고 같이 달려보자”는 뜻에서 임직원들을 독려해왔다. 실제 윤 회장은 리스크 관리를 위해 부실기업에 대한 대출을 강력히 통제해왔다. 이러다 보니 영업을 해야 하는 일선 직원들의 실적 부담은 그만큼 늘었다. 이런 불만이 회장 연임 과정에서 폭발했고 노조가 입김을 키우기 위해 이를 활용하면서 증폭됐다. KB금융 내부에서도 윤 회장이 안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올 정도였다. 이 같은 일을 겪고 난 윤 회장은 “혼자 가면 빨리 갈 수 있지만 멀리 가려면 함께 더불어 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직원들과 소통·공유하려고 생각한다”며 직원들에 유화 제스처를 보였다. 노조를 향해서는 “대화 파트너”라며 “늘 경영을 같이 고민하고 대화창구는 열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제 정성이 부족했다”며 한껏 몸을 낮췄다. 그러면서도 노조가 사외이사를 추천하면 수용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것은 별개의 문제”라며 과도한 경영 개입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윤 회장은 현재 겸임 체제인 지주 회장직과 국민은행장직을 분리할 것이냐는 질문에 “은행장 겸임에 대해서는 이사회와 이미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윤 회장은 “계열사 포트폴리오나 은행 비중에 따라 유연하게 달라져야 하는데 우리는 무조건 (회장·은행장을) 분리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다”고도 했다. 듣기에 따라 회장·은행장 분리에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금융 당국 차원에서 회장·은행장 분리를 직간접적으로 주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분리는 시간문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부에서는 윤 회장이 연임 확정과 동시에 다가오는 임원인사 시즌에 신임 은행장을 임명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윤 회장은 지금까지 묵묵히 인내하며 KB금융을 리딩뱅크로 만든 임직원들에 대해서는 “(최근 신한을 꺾고 1등이 됐는데) 직원들이 보상 측면에서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열심히 일한 직원에게 더 많은 월급이 돌아가도록) 직무급과 초과이익분배금(PS) 제도를 단계적으로 도입하자고 직원들에게 제안했다”고 말했다. /황정원·조권형기자 garden@sedaily.com

황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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