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종합] 박성진 후보자, 지명 22일만에 자진 사퇴

"전문성 부족을 이유로 부적격 채택을 한 국회 결정 납득 못한다" 불만 토로

중소업계에선 "백지신탁 등 현실적 어려움 많은 기업인보단 힘 있는 정치인 출신 지명" 목소리도

지난 11일 국회 청문회에 출석한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의원의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지난 11일 국회 청문회에 출석한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의원의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15일 자질 논란과 정치권의 공세를 버텨내지 못하고 자진 사퇴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중기부 초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지 22일 만이며, 지난 11일 국회 인사청문회 이후 나흘 만이다.


포항공대 교수인 박 후보자는 지명 이후 창조과학회 활동, 뉴라이트 역사관 등이 문제가 된 데 더해 부동산 다운계약서 탈세, 주식 무상 증여 등 각종 논란에 시달리며 거센 사퇴 압력을 받아 왔다.

박 후보자는 이날 중기부 대변인실을 통해 발표한 입장문에서 “청문회를 통해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서의 이념과 신앙 검증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음에도 불구하고, 전문성 부족을 명분으로 부적절 채택을 한 국회의 결정을 납득하기 어려웠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하지만 “제가 국회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한 말에 책임을 지기 위해 국회의 결정을 존중하여 자신사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나라가 진정으로 통합하고 상생하여 사람 중심의 더불어 잘 사는 나라로 발전하길 소망한다”며 “저를 지명해주신 대통령님과 저와 함께해주시고 청문회까지 최선을 다해 준비해주신 모든 관계자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박 후보자는 장관 후보자 임명 당일인 지난 24일부터 창조과학회 활동이 드러나며 자격 시비 논란이 불거졌다. 창조과학회는 기독교 근본주의에 기초해 ‘기독교 창조론 세계관’을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학회다. 이 때문에 과학계 일각에서는 창조과학회 회원으로 활동하는 과학자들을 유사 또는 사이비 과학자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박 후보자는 논란이 커지자 한국창조과학회 이사직에서 물러났지만 비난 여론을 잠재우지 못했다.

관련기사



청와대는 개인의 종교 문제라며 장관 임명을 강행할 의사를 내비쳤지만 이번엔 그의 ‘뉴라이트 역사관’이 문제가 됐다. 1948년 정부 수립을 ‘건국’으로 보는 뉴라이트 역사관은 현 정부의 핵심 지지 기반인 진보 진영에서 민감하게 받아 들일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여기에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부결’ 사태를 계기로 명백하게 드러난 여소야대 구도에서 여당의 위치와 한계 등도 민주당의 ‘전략적 선택’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수 여당으로서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의 국회 임명동의안 처리, 각종 민생·개혁입법 과제 및 내년도 예산안 등의 관철을 위해서는 야당의 협조가 절실한 만큼 야당에서 반대하는 ‘박성진 카드’를 굳이 고수할 이유가 없었다는 해석이다.

박 후보자의 낙마로 지난 7월 26일 출범 후 50일이 지나도록 장관이 공석 상태인 중기부는 업무 추진에 더욱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새 정부 들어 독립 부처로 승격하며 ‘중소기업 시대’를 이끌 주무 부처로 기대를 모았던 중기부는 수장 공백 장기화로 계속 표류하고 있다. 소상공인정책실장 등 3개 실장(1급) 인사는 무기한 연기되고, 중소기업 관련 정책들을 힘있게 펼치기는 커녕 최저임금 인상 등 여러 변화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이 길어지게 됐다.

더구나 어렵게 찾은 장관 후보자의 자진 사퇴에 중소업계는 강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내놓은 성명에서 “새 정부가 출범한지 4개월이 넘었는데 중기정책을 총괄하는 수장이 없어 안타깝다”며 “중기부 장관은 각부처에 흩어져 있는 중소기업 정책의 컨트롤 타워 기능을 수행하고 대기업 중심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최저임금 인상이나 근로시간 단축 등 중소기업이 당면하고 있는 현안 해결을 위한 현장과의 소통은 물론 국무위원으로서 정치권과 적극 소통하는 능력도 갖추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박성택 중기중앙회장은 “기업인만 30명 가까이 접촉한 끝에 어렵게 찾은 박 후보자가 낙마한 상황인 만큼 장관 후보자를 찾는 일은 더욱 어려울 것”이라며 “중기부 초대 장관인 만큼 정치권 출신이 와서 힘 있는 정책을 추진하는 게 현실적인 접근법”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지난 7월 여야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합의 통과시킨 것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처한 어려운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정책 컨트롤타워를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고 전제한 뒤 “내년부터 최저임금이 인상되고 생계형 적합업종 법제화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많은데 장관 공석으로 대화 창구가 없어 답답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벤처기업협회도 “중기부는 벤처정책과 관련 조세 당국은 물론 산업부, 교육부 등 타 부처와 협업이 필수인데 장관 부재 장기화로 벤처정책까지 표류할 수 있다”며 우려를 전했다.

/정민정·서민우기자 jminj@sedaily.com

정민정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