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금한령 6개월]"명동 임대매물 쏟아지고 수개월째 공실"…면세점엔 中 보따리상만

●큰손 사라진 명동 가보니…

20m 거리 텅빈 점포 5곳…중국어 입간판도 실종

면세점 다이궁은 K-뷰티 대신 해외명품에 집중

"유커 손님 10%대 미만으로 뚝" 가로수길도 한산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 ‘금한령’이 6개월째인 15일 서울 명동 거리에 위치한 한 화장품 가게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왼쪽 사진). 이면도로에 위치한 점포에는 임차인을 구하는 ‘임대’ 간판이 걸려 있다. /이호재·변수연기자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 ‘금한령’이 6개월째인 15일 서울 명동 거리에 위치한 한 화장품 가게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왼쪽 사진). 이면도로에 위치한 점포에는 임차인을 구하는 ‘임대’ 간판이 걸려 있다. /이호재·변수연기자




중국 정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의 일환으로 금한령을 내린 지 6개월째를 맞은 15일. 기자가 찾은 명동 거리는 황량하기 그지없었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유커)에 치여 발 디딜 틈이 없던 명동 메인 거리는 그나마 국내 로드숍 화장품 매장에 4~5명의 관광객들만 서성이고 있었다. 일본·대만·홍콩·동남아시아 관광객들이 대신 채워주고 있었지만 숫자와 객단가 면에서 유커들의 빈자리를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특히 명동의 큰손이었던 유커들이 자취를 감추면서 명동 상권은 심한 타격을 입고 있다. 명동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구기수(81) 공인중개사는 “지난해 9월 전까지만 해도 명동에서 임대 매물 자체를 찾아보기 힘들었는데 올 들어 임대 매물이 나와도 수개월째 공실 상태인 곳이 많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명동 지도에서 ‘명동 2가’를 콕 짚으며 “화장품·옷을 팔았던 매장들이 지금 열 군데 넘게 임대로 나와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명동 중심가에서 한 블록 안쪽으로 들어간 명동 2가에 가보니 1~3층짜리 점포 출입문에 ‘임대 문의’ 광고가 눈에 띄었다. 20m를 걷는 동안 다섯 군데 점포가 연이어 공실이었다. 아디다스·자라·매그앤매그 등 유명 패션 브랜드들이 입점했던 곳이다.

한 달 매출이 30억원에 달했던 신발 매장도 지금껏 주인을 못 찾아 비어 있었다. 해당 점포 소유주들은 “올 3월 중국 정부의 금한령 이후 매출 부진을 걱정한 임차인이 계약기간을 연장하지 않았고 이후 들어오겠다는 사람이 없어 계속 공실 상태”라고 읍소했다.


그나마 줄 선 중국인을 볼 수 있는 곳은 롯데면세점뿐이었다. 하지만 유커와 싼커는 없었다. 헐값에 면세품목을 사려는 ‘다이궁(代工·중국 보따리상)’들이 대부분이었다. 불과 올 초까지만 해도 면세점과 백화점 안팎에서 유커들로 혼잡을 빚던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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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면세점 소공점 11층 LG생활건강의 ‘후’ 매장 앞에는 30여명의 다이궁이 줄을 섰는데 이들은 가방에서 현금 다발을 꺼내 여러 세트씩 사갔다. 한 매장 직원은 “금한령 이후 유커는 없고 싼 값에 물품을 사려는 다이궁들만 있다”고 말했다.

면세점에서도 다이궁이 찾는 품목이 달라졌다. 사드의 영향으로 한국 제품에 대한 중국 통관 절차가 까다로워지자 수익을 극대화하고 보다 쉽게 세관을 통과하기 위해 해외 명품 시계와 주얼리를 택하는 다이궁들이 늘면서 한국 화장품보다는 럭셔리 시계나 해외 명품 매장에서 다이궁들의 모습이 많이 포착됐다. 이렇다 보니 국내 브랜드숍은 한산해 K뷰티 열풍이 사그라든 모습이다.

유커들의 공백은 달라진 프로모션 광고판에서도 쉽게 발견됐다.

지난해까지 중국어 일색이던 광고 입간판은 내국인 위주로 바뀌었다. 롯데면세점 본점 에스컬레이터나 코너 곳곳에는 황금연휴 여행을 떠나는 내국인 고객을 위한 광고판이 확연히 눈에 띄었다. 과거 중국인 대상 한류 인기 브랜드 상품전, 중국인 VIP 대상 고객 맞춤형 서비스 등 중국인을 위한 이벤트에 적극적이었던 롯데백화점 본점에서는 중국어 입간판을 찾기 어려웠다.

유커의 천국이던 명동보다도 중국 개인 관광객이 줄을 이었던 가로수길은 더욱 한산했다. 금요일이면 오픈 가두 카페에 진을 치고 앉아 있던 중국 관광객은 물론 거리에서 사진을 찍던 중국인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지나가던 30대 중국인 여성은 “내게 사드에 대해 묻지 말라. 난 모른다”며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한 브랜드숍 직원은 “중국 관광객은 거의 들어오지 않고 있어 중국어를 쓰는 직원도 줄였다”고 말했다. 이곳 라이프스타일숍 직원 역시 “과거 전체 고객 중 절반 이상이 중국인이었는데 지금은 10%대 미만으로 떨어졌다”면서 “객단가도 30만~50만원에서 10만원대로 줄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심희정·변수연기자 yvette@sedaily.com

심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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