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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불허전’①] “타임슬립 한계 넘겼더니”…잘 나가다 제동 걸린 개연성

잘 나가던 tvN 토일드라마 ‘명불허전’의 승승장구에 살짝 제동이 걸렸다. 각 인물간 개연성을 잃어버린 급격한 감정의 변화로 인해 ‘타임슬립’이라는 소재보다 더 뻔하고 진부한 갈등과 진부한 이야기들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침을 든 조선 최고의 한의사 허임(김남길 분)과 메스를 든 현대 의학 신봉자 외과의 최연경(김아중 분)이 2017년의 서울과 16세기 임진왜란이 일어나고 있는 조선을 넘나들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는 ‘명불허전’은 김남길과 김아중의 케미에 대한 기대와 작품에 대한 우려가 높았던 작품이었다.




사진=‘명불허전’ 캡처사진=‘명불허전’ 캡처


그도 그럴 것이 ‘명불허전’은 타임슬립을 극의 사건을 발생시키는 중심 소재로 사용하기 때문이었다. 주인공들이 시공간을 뛰어넘는다는 설정의 타임슬립은 한 동안 안방극장에 유행이라고 불릴 정도로 자주 등장했고, 그로 인해 처음 안방극장에 전해주었던 신선한 재미를 잃은 지 오래였다. 뒤늦게 타임슬립물에 합류한 ‘명불허전’은 자칫 잘못하면 ‘어디서 본 듯한’ 뻔한 내용을 이어갈 수 있다는 위험요소가 컸다.

삐끗할 수 있는 요소들이 많았던 ‘명불허전’이었지만, 막상 뚜껑을 여니 사람들의 우려를 비웃듯 ‘타임슬립’이라는 장치를 설득력 있게 풀어냈다. 주인공들이 죽을 위기에 처할 때마다 서울에서 조선으로, 조선에서 서울로 보내면서 ‘왜 타임슬립이 필요한지’에 대한 명확한 이유를 주었던 것이다. 여기에 주인공들이 낯선 시공간에 적응하는 과정을 재치 있게 그려내면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갔다. 그리고 이는 성적으로 나타났다. 첫 방송 시청률 2.7%(이하 닐슨코리아, 유료 플랫폼, 전국기준)으로 시작했던 ‘명불허전’은 꾸준한 시청률 상승세를 이어나갔으며, 지난 10일 방송된 10회에는 6.5%라는 자체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타임슬립의 한계’를 뛰어넘으며 승승장구하던 ‘명불허전’이 최근 위기에 빠졌다. ‘명불허전’의 재미요소는 서로 다른 시대에 떨어진 타임슬립을 하는 두 주인공 허임과 최연경이 낯선 환경에서 적응하며 지내는 과정이다. 자타공인 조선 최고의 침구술 실력을 지녔으나 천출이라는 신분의 벽에 가로막혀 초심을 잃은 개차반 의원 허임이 400년 후의 미래인 2017년 서울로 올라오면서 모든 것에 놀라고 어리바리 하는 모습을 선 보여 웃음을 주었다면, 최연경은 신분제가 분명한 조선시대에서 당당하게 맞서 싸우는 여인으로 등장해 시청자들의 보는 재미를 높여주었다.


이른바 잘 나갔던 ‘명불허전’이지만 최근 특유의 매력을 잃고 말았다. 지난 9일 방송된 ‘명불허전’ 9회에서는 두칠(오대환 분)의 간청으로 허임은 곶감을 훔쳐 먹다가 죽도록 맞아 죽음을 앞둔 그의 딱새를 힘들게 살려내지만, 오히려 이는 양반의 화를 사게 하는 결과를 만들어 냈다. 겨우 목숨을 건진 딱새는 결국 또 다시 매를 맞으면서 죽음을 맞이했고, 허임은 광에 갇히게 됐다. 이 과정 가운데 왜 허임이 속물 의원으로 살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사연도 공개됐다. 과거 허임은 노비였던 동막개(문가영 분) 어머니의 목숨을 주인 허락 없이 살렸다가 의금부에 끌려가 매질을 당했고, 애써 살린 동막개 어머니 역시 매질로 목숨을 잃는 경험을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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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출로서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못한다는 조선의 현실에 분노한 허임은 서울로 올라오면서 냉혹해졌다. 자신이 아끼는 침통을 한강에 버리고, 돈 되는 환자만 받기 시작한 것이었다. 차갑게 변한 허임은 모든 사정을 알고 자신을 위로하려는 최연경에게도 쌀쌀맞게 대하면서 무시하기 일쑤였다.

문제는 이 같은 허임의 변화가 안방극장에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허임이 살고 있는 조선의 가장 큰 갈등요소는 바로 ‘신분제’이다. 환자의 신분이 천하다는 이유로 치료도 하지 못하게 하는 양반의 행태에 분노하고 상처받은 허임이지만, 엉뚱하게도 신분제가 없는 서울로 올라온 뒤 ‘자신이 어떻게 사는지 봐라’고 하면서 돈이 되는 환자만 치료해 나갔다. 이는 이전까지 환자를 치료해 나갔던 허임과 다른 행동이자 그의 감정 선과는 반하는 모습이었다.

심지어 이 같은 허임의 방황은 다소 어설프게 마무리 됐다. 서울에서 엄니라고 부르는 치매 할머니(김영옥 분)가 쓰러져 죽음에 가까워지자, 급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극의 전환점을 돈 만큼 갈등을 최고조로 높이기 위해 ‘허임의 흑화’를 그린 ‘명불허전’이었지만, 아무리 충격을 받은 사건이었을지라 허임의 변화는 지나치게 급격했고 또 아예 다른 드라마를 보는 듯 개연성도 부족했다.

갑작스럽게 급물살을 이룬 허임과 최연경의 러브라인도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대한민국 드라마의 고질병인 ‘기승전사랑’이 또 다시 등장하는 거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허임의 방황이 끝나기는 했지만 한 번 삐끗한 ‘명불허전’은 과연 처음의 재미와 호흡을 놓치지 않고 끝까지 ‘웰메이드 드라마’로서 남을 수 있을까.

/서경스타 금빛나기자 sestar@sedaily.com

금빛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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