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北 '괌 사정권' 미사일 도발 이후] IRBM 시험 넉달만에 실전배치...ICBM 정상각 쏴 핵무장 선언하나

■北 미사일 개발 어디까지...

전문가들 "北 협상력 높이려 준비되는대로 실험"

"유엔 경제제재 효력 나타나기 전 완성 목표" 분석

화성-14형 등에 핵탄두 실어 재진입 도발 가능성





북한이 지난 15일 발사한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이 하늘로 치솟고 있고(위 사진)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발사 장면을 지켜보면서 웃고 있다(아래 사진). 김 위원장은 “핵 무력 완성이 거의 종착점에 도달했다”고 위협했다. /연합뉴스북한이 지난 15일 발사한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이 하늘로 치솟고 있고(위 사진)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발사 장면을 지켜보면서 웃고 있다(아래 사진). 김 위원장은 “핵 무력 완성이 거의 종착점에 도달했다”고 위협했다. /연합뉴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주기가 빨라지고 있다. 기술력이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북한이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 발사에 성공했다며 전력화를 선언한 것 또한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지난 15일 미사일 시험발사 현지지도에서 “화성-12형의 전투적 성능과 신뢰성이 철저히 검증되고 운영성원들의 실전능력도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하다”며 “화성-12형의 전력화가 실현됐다”고 밝혔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16일 보도했다.


화성-12형의 전력화가 실현됐다는 말은 사실상 실전배치 선언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무기체계의 전력화란 무기의 성능 검증뿐 아니라 이를 운용하는 병력과 제반시설까지 완비하는 것을 말한다. 유사시 무기체계를 바로 가동할 수 있도록 실전배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전력화를 거쳐야 한다. 북한이 화성-12형 실전배치에 들어간 것은 시험발사에 처음 성공한 지 불과 4개월 만이다.

북한이 이처럼 미사일 개발에 속도를 내는 까닭은 유엔의 경제제재 효력이 나타나기 전에 핵무장을 완성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화성-12형을 발사한 것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새 대북제재안을 채택한 지 사흘 만이다. 이번 제재로 국제사회는 연 10억달러의 북한 외화수입을 차단하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중앙통신은 유엔 제재를 겨냥해 “대국주의자들에게 우리 국가가 저들의 무제한 제재 봉쇄 속에서도 국가 핵 무력 완성 목표를 어떻게 달성하는가를 똑똑히 보여주어야 한다”며 “이제는 그 종착점에 거의 다다른 만큼 전 국가적인 힘을 다해 끝장을 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 교수는 “북한은 핵·미사일을 완성하면 이를 전략적 수단으로 삼아 협상하겠다는 목표를 위해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라며 “실제 빨라지고 있는 기술의 발전 속도에 맞춰 준비되는 대로 실험을 하면서 거침없이 나가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화성-12형이 3,700㎞를 비행한 것을 두고 북한이 ‘살라미 전술’을 활용해 조금씩 진보된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살라미 전술이란 하나의 과제를 여러 단계별로 세분화해 하나씩 해결해나가는 전술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3,700㎞를 비행하기 위해서는 고도가 1,000㎞는 돼야 하는데 북한이 770㎞의 고도에서 발사한 것은 보다 큰 엔진 추진력을 가지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것이다.


북한의 다음 도발 수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북한은 이미 두 차례 시험발사한 ICBM급 ‘화성-14형’ 개발에도 매진하고 있으며 최근 김정은의 국방과학원 화학재료연구소 시찰 당시 구조 도면을 노출시킨 SLBM ‘북극성-3형’ 개발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이미 화성-14형으로 사거리를 어느 정도 보여줬기 때문에 핵탄두를 실어 대기권 재진입 정상각도(30~45도)로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핵·미사일 기술 개발에 ‘올인’하는 북한은 올해 3월 돌파구를 열었다. 북한은 3월18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발사장에서 액체연료를 쓰는 신형 엔진 연소시험에 성공하고 공식 매체를 통해 이를 공개했다.

연소시험을 참관한 김정은은 이를 ‘3·18혁명’으로 부르며 극찬하고 엔진 개발을 주도한 과학자를 업어주는 등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추진력 80tf(톤포스·80톤 중량을 밀어올리는 추력)로 추정되는 이른바 3·18혁명 엔진은 화성-12형의 엔진으로 이용된 것으로 분석됐고 5월14일 이뤄진 화성-12형의 시험발사에서 성능을 입증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북한이 7월4일과 28일에 발사한 ICBM급 화성-14형도 1단 추진체에 3·18혁명 엔진을 장착한 것으로 추정됐다. 화성-12형의 엔진을 그대로 쓰되 2단 추진체를 추가해 사거리를 늘린 것으로 분석됐다.

무수단은 비행 중 자세 제어를 위해 그리드 핀(보조날개)을 달았지만 화성-12형과 화성-14형은 그리드 핀도 없다. 그만큼 엔진의 안정적 비행성능을 보여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박효정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