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제주항공, 저비용 넘어 고수익 순항고도 진입 ‘ 제3의 국적항공사’ 비상 꿈꾼다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7년도 9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저비용항공사(LCC·Low Cost Carrier) 제주항공이 성공 신화를 쓰고 있다. ‘저원가·고수익’ 사업모델을 바탕으로 2013년 이후 매년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다. 이런 우수한 성적표를 기반으로 국내 저비용항공사 중 처음으로 2015년 코스피에 상장하기도 했다. ‘빅3 국적항공사’로서의 입지를 다져가고 있는 제주항공의 성공 방정식을 살펴본다.










제주항공이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하며 거침 없는 고공 비행을 이어가고 있다. 올 2분기 제주항공의 매출액은 2,280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0.7%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6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2,434% 상승했다(지난해 2분기 영업이익은 6억 3,000만 원에 불과했다. 리스 기간이 끝난 항공기를 반납하면서 정비 비용이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시장 추정치를 웃도는 깜짝 실적에 업계도 놀란 눈치다. 당초 증권사들은 전통적으로 4∼6월이 항공업계 비수기인데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여파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고 있어 저조한 실적을 예상하고 있었다.

제주항공이 사드 후폭풍을 비켜간 것은 중국 노선에 투입되던 항공기를 일본과 동남아 쪽으로 돌린 기민한 대처 덕분이었다. 여기엔 해마다 급증하는 한국인의 해외여행(아웃바운드) 수요도 한몫을 단단히 했다. 최근 인천공항에서 출발하는 여행객 수가 하루 10만 명을 돌파하며 개항 이래 최다를 기록하는 등 해외여행 수요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한 해 700만 명을 웃돌던 중국인 관광객 급감으로 인바운드(외국인 관광객) 수요가 크게 줄어들었음에도 아웃바운드 수요가 제주항공의 성장을 뒷받침 해준 셈이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말한다. “제주항공은 중국 노선이나 부정기선에 투입했던 항공기를 일본과 동남아 노선 등으로 돌리는 전략을 썼습니다. 파격적인 항공권 할인 행사를 실시하기도 했고요. 그 덕분에 전년 동기 대비 올 2분기 일본 노선 매출이 80% 증가했고, 동남아 노선 매출도 70% 성장했습니다. 10월에도 추석 연휴가 열흘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또 다른 비수기인 4분기에도 2분기와 비슷한 수준의 실적 향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2005년 설립된 제주항공은 2006년 제주~김포 노선에 처음 취항했다. 국내선에서 경험을 쌓은 뒤 2008년엔 제주~일본 히로시마에 취항하면서 국제선 시장에 진출했다. 제주항공은 출범 당시 오랫동안 적자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됐다. 저비용항공사에 대한 국내 소비자 인식이 긍정적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제주항공은 2010년까지 적자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그 동안 제주항공은 모기업인 애경그룹 계열사들로부터 적잖은 자금을 지원받아야 했다. 그러나 제주항공의 암흑기는 생각보다 짧았다. 2011년 매출액 2,577억 원, 영업이익 139억 원을 기록하면서 첫 흑자로 돌아섰다. 2008년 금융위기가 제주항공에게 기회가 됐다. 신민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말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저비용항공사를 바라보는 국내 소비자들의 인식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합리적인 소비 습관이 만들어지면서 제주항공을 찾는 수요가 점차 늘어났죠. 그 결과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같은 대형항공사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갈 틈이 생겼습니다.”

취항 첫해인 2006년 매출액 118억 원을 올린 제주항공은 지난해 매출액 7,476억 원을 기록하며 10년 만에 60배 이상 규모가 커졌다. 또 적자에서 벗어난 2011년 이후 2016년까지 6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 같은 성장세에 힘입어 저비용항공사론 최초로 2015년 증시(코스피) 입성이라는 쾌거도 일궈낼 수 있었다.









단일 기종 운용·부가사업 확대로 고수익 추구

덩치로만 보면 제주항공은 아직 국내 대형항공사들에 크게 못 미친다. 2분기 대한항공은 매출 2조9,052억 원, 영업이익 1,728억 원을 기록해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제주항공과 10배 이상 차이를 보였다. 같은 기간 아시아나항공도 매출 1조4,919억 원, 영업이익 428억 원을 올려 제주항공에 비해 매출 규모 7배, 영업이익 2배 이상을 기록했다.

하지만 성장세 측면에선 제주항공의 기세가 훨씬 더 무섭다. 아주 실속있는 사업을 하고 있다. 2분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각각 2,003억 원과 748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반면, 제주항공은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 151억 원을 올리는 매우 짭짤한 장사를 했다.

제주항공은 창립 초기부터 성공한 해외 저비용항공사의 사업모델을 철저히 벤치마킹했다. 그 때 선택한 핵심 경영 키워드가 ‘저원가’와 ‘고수익’이었다. 그 중 원가 절감의 핵심은 보유 항공기를 모두 단일 기종으로 구성하는 것이었다.

항공사가 여러 기종을 운용하려면 승무원, 정비에 필요한 제반 설비, 정비사 등 다양한 자원들을 각 기종에 맞게 별도로 구비해야 한다. 단일 기종으로 운용하면 그 기종에 최적화된 설비와 인력만 구성하면 된다. 비용 절감은 물론, 정비 능력 향상 측면에서도 유리할 수밖에 없다.

현재 제주항공이 운용 중인 항공기는 29대로, 모두 보잉 ‘B737-800NG(186~189석 규모)’ 기종이다. 신민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말한다. “운용 항공기 대수가 30대에 육박하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습니다. 개별 항공기마다 진행하던 리스와 중정비 계약을 묶음 단위로 한꺼번에 맺을 수 있죠. 그렇게 하면 항공기 1대당 발생하는 리스료와 중정비 비용을 기존 계약에 비해 20% 가량 절감할 수 있습니다.”

제주항공은 올해 안에 동일 기종의 항공기를 추가 도입해 총 32대를 운용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동일 기종 항공기만 30대 이상 운용하는 국내 최초의 항공사가 된다. 향후 제주항공이 규모의 경제로 얻는 원가 절감 효과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단일 기종 보유 전략으로 얻는 비용절감 효과는 세계 유수 저비용항공사에 의해 이미 입증된 바 있다. 예컨대 미국 사우스웨스트항공은 보유 중인 항공기 가운데 700대 이상이 ‘보잉 737’ 기종이다. 이를 통해 항공사 운영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요 비용을 크게 절감하고 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말한다. “제주항공은 규모의 경제를 통해 항공기 정비 비용과 임차료 부담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유류비를 제외한 항공기 1대당 단위비용이 전년 동기 대비 4%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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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부가사업에도 집중하고 있다. 부가사업은 항공권 판매를 제외한 모든 사업을 의미한다. 제주항공은 추가 수하물, 사전 주문 기내식, 에어카페(2014년 제주항공이 선보인 기내 매점 콘셉트로 음료, 스낵, 라면, 주먹밥, 치킨맥주 세트 같은 간단한 식사를 판매한다), 기내 면세품 판매, 좌석지정 서비스 등을 부가사업으로 하고 있다. 제주항공이 부가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것은 비수기와 성수기에 관계없이 일정한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항공업계의 비수기는 여행객이 상대적으로 적은 2분기와 4분기로, 수요와 공급 원칙에 따라 항공권 가격이 떨어져 수익성이 나빠진다.

부가사업은 이미 갖춰진 인프라를 가지고 진행하는 사업인 만큼 추가 비용이 크게 들지 않는다. 이 때문에 영업이익률이 85%에 이른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추가수하물 사업으로 81억 원, 좌석지정 서비스 등 부대수익으로 82억 원, 에어카페 사업으로 28억 원, 사전주문 기내식과 면세품 기내판매로 2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제주항공은 앞으로 부가사업에서 발생하는 매출을 더욱 늘릴 계획이다. 말레이시아 국적 에어아시아는 화물과 기내 판매 등을 통한 부가 매출이 전체의 약 30%를 차지한다. 아일랜드 국적기 라이언에어는 24% 수준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제주항공의 부가사업 매출은 2009년 0.06%에서 2014년 4.9%, 2016년 7.8%로까지 성장했다”며 “부가사업 매출 비중이 아직은 7~8% 수준에 불과하지만, 해외 저비용항공사 사례를 고려하면 성장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기내에서 간단한 식사를 판매하는 제주항공 ‘에어카페’ 모습.기내에서 간단한 식사를 판매하는 제주항공 ‘에어카페’ 모습.





국내외 신규 노선 확대로 덩치 키운다

제주항공은 여객 매출을 늘리기 위한 작업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5월부터 김포~부산 노선 운항을 시작했다. 올해 3월에는 하루 왕복 2회 스케줄로 광주~제주 노선에 신규 취항하며 국내선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 같은 일련의 확장을 통해 제주항공은 국내선 여객 수송 분담률 2위인 아시아나항공을 뛰어넘겠다는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8개 국적항공사의 국내선 여객 수송분담률은 대한항공(25.6%), 아시아나항공(17.6%), 제주항공(14.7%) 순이었다. 그 뒤를 진에어(12.7%), 에어부산(11.8%), 이스타항공(8.2%), 티웨이항공(9.1%), 에어서울(0.3%)이 이었다.

현재 제주항공의 국내선 점유율은 아시아나항공과 2.9%포인트 차이에 불과하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국내선 신규취항은 제주항공의 국내선 시장지배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국제선 역시 신규취항을 통해 성장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설했다.

제주항공은 현재 일본·중국·홍콩·태국·필리핀·베트남·괌·사이판·말레이시아 등지에 36개 국제선 정기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제주항공의 국제선 여객 수송분담률은 5.6%였다. 국적항공사 중 대한항공(26.1%)과 아시아나항공(19.0%)에 이은 세 번째 실적이었다.

제주항공은 안정적인 순항고도에 접어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시장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은 부담스러운 요소다. 해외여행객 수가 증가하면서 저비용항공 사업자 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4분기 진에어가 상장하는 데 이어 티웨이항공도 내년 상장을 계획하며 공격적인 외형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또 신규 저비용항공 사업자인 에어로케이(청주)와 플라이양양(양양)이 내년 초를 목표로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그 밖에도 현재 저비용항공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에어대구(대구), 남부에어(밀양), 프라임항공(울산), 에어포항(포항) 등이 이륙 채비를 갖추고 있다.

제주항공은 규모의 경제를 갖춘 업체만이 시장에서 살아남는다는 항공업계의 일반적인 추세에 따라 올해 공격적 경영 전략을 마련했다. 올해 말까지 전체 항공기 대수를 32대로 늘리기로 했다. 불안정한 유가와 원·달러 환율 강세라는 불확실한 대외 변수 때문에 보수적인 경영 전략을 세우고 있는 다른 항공사들과는 대조적이다. 제주항공은 올해 상위 저비용항공사를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 보고, 노선 장악을 통해 후발주자들의 추격을 멀찌감치 따돌린다는 계획이다.


B737-800NG 기종 모습.B737-800NG 기종 모습.





추가로 도입되는 항공기는 신규 노선 취항과 함께 기존 노선 증편에도 투입된다. 제주항공은 오는 9월 말경 국적 저비용항공사 중 처음으로 인천~블라디보스토크 노선(매주 월, 수, 금, 일요일)에 취항한다. 이 노선은 현재 대한항공과 러시아항공, 시베리아항공만이 운항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이에 앞서 지난 7월에도 베트남 나트랑, 대만 가오슝의 하늘 길을 열었다. 이 노선들도 국적 저비용항공사 최초의 신규 취항이었다.

증편은 인기 노선을 중심으로 준비하고 있다. 여객 수요가 많은 인기 노선을 증편할 경우 탑승률도 어느 정도 확보될 뿐만 아니라 다른 항공사 고객도 끌어들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말한다. “인기 노선에 다양한 시간대로 (비행기를) 띄우면 이미 수요가 확보된 노선인 경우 탑승률도 일정 수준 이상 보장되고 경쟁사 수요도 빼앗는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저비용항공 시장의 저가 경쟁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결국 점유율 확대밖에 없습니다.”

제주항공은 외형 성장의 속도를 늦추지 않고 후발 항공사와의 격차를 더욱 벌려 나갈 생각이다. 제주항공은 2020년까지 연간 탑승객 1,000만 명, 운용 항공기 50대, 매출 1조5,000억 원 시대를 열겠다는 청사진을 내놓고 있다.

제주항공의 미래에 대한 시장 전망은 꽤 긍정적이다. 제주항공의 ‘밸류얼라이언스’ 합류가 성장세에 도움을 줄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밸류얼라이언스는 지난해 설립된 글로벌 저비용항공사 동맹이다. 제주항공을 포함해 세부 퍼시픽, 녹에어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저비용항공사들을 회원사로 두고 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제주항공 홈페이지에서 제주항공과 동맹항공사의 노선을 동시에 구입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소비자 선택의 폭이 한층 넓어지게 됐다”며 “현지 항공사 네트워크를 활용해 새로운 항공 수요를 발굴하고 공동의 서비스를 제공해 이익을 극대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주항공은 높은 정시성으로도 저비용항공사에 대한 편견을 깨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2016년 항공교통 서비스 보고서’에 따르면, 결항 횟수는 8개 국적 항공사 평균인 1.57%보다 낮은 1.36%였다. 이는 2만 5,781편의 운항 계획 중 351편이 결항됐다는 의미다. 제주항공은 안전성 측면에서도 양호한 성적을 내고 있다. 8개 국적 항공사의 최근 3년간(2014~2016년) 항공기 사고(1건) 및 준사고(12건) 현황 보고서에서 제주항공은 2015년 12월 B737이 비행 중 기내 압력 조절장치(여압장치) 이상으로 제주항공에 비상 착륙한 1건 만이 등록되어 있다.

제주항공은 현재 외형과 내실 측면에서 10여 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해있다. 안정화에도 성공해 순항고도에 접어들었다. 저비용항공사 1위가 아닌, 어엿한 ‘국내 3번째 국적항공사’로의 도약도 멀지 않았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하제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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