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정기적으로 받는 돈에만"...윤곽 보이는 종교인 과세

신도가 주는 사례비는 비과세

정부, 종교단체와 세부안 협의







A목사는 교회에서 매달 일정금액의 생활비를 받는다. 최근에는 주례를 서면서 사례금을 받았고 신도가 입원해 있는 병원을 찾아 기도를 해주면서 교통비 명목으로 돈을 일부 받았다. 책을 쓰면서 받는 인세도 주기적으로 들어온다. 지금까지 A목사는 이 같은 소득에 세금을 안 냈지만 내년부터는 상황이 달라진다. 정기적으로 받는 돈은 과세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18일 이런 내용의 종교인 과세 세부기준안을 개신교와 불교·천주교 등 주요 종교 교단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을 보면 정부는 명칭이나 취지와 관계없이 종교인에게 매달 또는 정기적으로 일정액수를 지급하는 돈은 세금을 매기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생활비·사례비·상여금·격려금뿐 아니라 공과금과 사택공과금·건강관리비·의료비·목회활동비·사역지원금·연구비·수양비 등은 모두 과세대상이다.


반면 종교인이 신도로부터 받는 사례비는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병원에 방문하면서 받는 심방사례비나 결혼식 주례비 등이 그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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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종교인은 근로소득세와 동일한 세율(6~40%)을 적용한다. 종교인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분류돼 필요경비를 인정받고 소득 수준이 낮으면 근로소득장려세제(EITC)를 지원 받을 수 있다. 세금납부는 연말정산과 종합소득 신고 가운데 편한 것을 고르면 된다.

종교인 과세는 ‘조세정의’ 구현 측면이 크다. 종교인 과세로 늘어나는 세수는 약 100억원인 데 반해 EITC 지급액이 737억원이라는 분석이 있다. 내년에 전국 세무서에 종교인 과세 전담인력을 106명 충원하기로 한 것을 고려하면 정부 입장에서는 밑지는 장사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과세 측면에서 놓고 보면 종교인들이 무임승차를 해온 것”이라며 “이를 해소하는 게 가장 큰 의미”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종교인 과세에 관한 한 갈 길이 멀다고 보고 있다. 종교인의 상속세와 증여세 부분은 사실상 사각지대에 놓여 있고 비영리법인이라는 특성상 수익사업만 과세하는데 수익사업을 고유사업이라고 신고해 탈세를 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일반인과 달리 종교인의 상증세는 자금출처나 세무조사할 생각조차 못하고 있다”며 “수익사업 부분도 정치적 부담 탓에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세종=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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