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370조 예산 쏟아부을 공무원 증원 꼭 해야 하나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공약 중 하나인 공무원 증원이 현실화되면 총 374조원의 재정을 부담해야 한다는 국회예산정책처의 분석이 나왔다. 5년간 17만4,000명을 증원할 경우 퇴직 때까지 30년간 연금 급여를 위해 봉급에서 빠져나가는 기여금과 부담금을 뺀 순수 인건비로 280조원이 나가고 은퇴 후에는 25년간 연금으로 94조원이 지급된다는 것이다. 이는 올해 본예산 400조원과 맞먹는 금액이다. 이것도 가장 보수적으로 잡은 수치다. 공무원 평균보수 상승률이 아닌 명목임금 상승률을 적용하거나 9급이 아닌 7급으로 채용하면 비용은 수십조원이 더 늘어난다. 재정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일단 공무원을 늘려 급하게나마 공공 부문에서 청년취업의 물꼬를 튼 후 민간기업으로 확산시키겠다는 취지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이는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은 설익은 정책일 뿐이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일자리 부족은 일시적 요인이 아니라 구조적 원인에서 비롯된 문제다. 대기업 노조가 철밥통을 고수하고 이로 인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각종 규제로 기업 투자마저 가로막혀 있는 현실에서 공무원 증원만으로 고용창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은 착각에 불과하다. 일자리 마중물은 고사하고 수만명의 청년들을 ‘공시족’으로 내모는 부작용만 키울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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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문제에 공무원 증원으로 접근한다는 것은 민간으로 가야 할 인재를 공공 부문이 빼앗아오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위해 체질 변화를 서둘러야 하는 기업에는 독과 같다. 미래 세대에도 짐이 되기는 마찬가지다. 가뜩이나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는 복지지출에 공무원 증원 부담까지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정책을 대통령 공약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강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 필요한 것은 기업의 투자확대를 이끌어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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