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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초점] 이경실-손보승 모자의 ‘동반출연’을 둘러싼 불편한 시선

방송인 이경실이 오랜만에 카메라 앞에 섰다. 배우로서 활동 중인 아들 손보승을 응원하기 위해서였다. 손보승의 수상 내역도 자랑한 이경실은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아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노력했지만, 돌아온 반응은 “연예인 자녀 띄어주기”라는 싸늘한 시선뿐이다.

19일 방송된 KBS1 ‘아침마당’의 ‘모전자전-피는 못 속여’ 편에서는 이경실과 손보승 모자가 출연했다.




사진=‘아침마당’ 캡처사진=‘아침마당’ 캡처


‘방송인’이 아닌 ‘엄마’로서 방송출연을 결심한 이경실은 MBC 주말드라마 ‘아버님 제가 모실게요’를 통해 배우로 데뷔한 손보승의 실력 자랑에 나섰다. 이경실은 손보승이 지난해 학교 뮤지컬 ‘페임’에서 조연으로 출연해 최우수 가창상을 받았던 사실과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에서 ‘레미제라블’로 장려상을 수상했던 이력을 공개하면서 “실력이 괜찮다”고 그를 치켜세운 것이다.

이와 동시에 최근 연예계에서 불고 있는 ‘연예인 2세 특혜 의혹’에 대해 “연예인의 아들이니 일반인들보다 관심을 받는다. 그래서 혜택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굉장히 조심스럽기도 하다”며 “드라마 현장에 가본 적이 없다. 함께 출연하는 선배님들과 다 친하다. 하지만 한 번도 전화해서 부탁해본 적이 없다. 오해를 살까봐”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심스러운 이경실의 입장에도 이들을 향한 비난 여론은 매섭기만 하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연예인’을 꿈꾸는 이들에게 있어 방송출연은 자신을 알릴 수 있는 큰 기회인데, 부모가 연예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스튜디오에 오른다는 것은 출발 선상을 앞당기게 도와주는 특혜이자 ‘연예계 세습’에 또 다른 형태라는 것이다. 이는 최근 방송계에 불고 있는 가족예능을 향한 대중의 불편한 시선과 일맥상통하다.

사진=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사진=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


연예계 세습 논란의 불을 지핀 주인공은 배우 조재현의 딸 조혜정이다. 아빠 조재현과 함께 SBS 예능프로그램 ‘아빠를 부탁해’에 출연하면서 인기를 모았던 조혜정은 이후 MBC에브리원 드라마 ‘상상고양이’의 주연이자, 유승호의 상대 배역으로 발탁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조혜정의 연기는 대중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고, 한동안 ‘연예계 금수저’에 이름을 올려야만 했다. 이후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 ‘역도요정 김복주’ 등의 작품에 조연으로 출연한 조혜정은 ‘상상고양이’ 때보다는 나아진 연기력으로 호평을 받기도 했으나, 여전히 그가 극복해야 할 산은 높은 상황이다.


조혜정 뿐만이 아니다. 최근 종영한 tvN 예능프로그램 ‘둥지탈출’의 경우 연예인 2세들이 총출동한 프로그램으로 초반 ‘자녀 띄우기’냐는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 했으며, 이중 출연자였던 최유성이 MBC드라마 ‘죽어야 사는 남자’에서 아버지 최민수의 어린 시절로 등장하면서 더욱 빈축을 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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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net ‘아이돌 학교’에 출연하면서 가수 김흥국의 딸 김주현은 최근 ‘부모 후광효과’를 가장 톡톡히 본 사례로 꼽힌다. “일반인이 출연”했다는 PD의 말이 무색하게 전 걸그룹 출신, 아역배우 출신, 유명 기획사 연습생 출신들이 ‘아이돌 학교’에 대거 참여한 가운데 김주현은 ‘아버지가 가수’라는 이유만으로 주목을 받은 출연자이다. 높은 인지도가 투표수가 되고, 투표수가 높을수록 살아남을 확률이 높은 프로그램의 특성상 ‘김흥국의 딸’라는 타이틀은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아이돌 학교’에서 김주현은 ‘김흥국의 딸’이라는 타이틀을 뛰어넘을 만한 실력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시청자들 사이 ‘생존’에 대한 의구심을 심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사진=서경스타 DB사진=서경스타 DB


황신혜의 딸 이진이 역시 ‘금수저 연예인’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엄마 황신혜의 후광이 아닌 실력으로 인정을 받기 위해 본명 대신 예명으로 활동을 시작했다고 하지만, 이미 모녀화보 등을 통해 공공연하게 알려 진지 오래였으며, 심지어 지난 6월 ‘택시’에 황신혜와 함께 출연하면서 이마저도 무색하게 만들었다. 모델로서 활동을 이어왔던 이진이는 tvN 단막극 ‘직립보행의 역사’를 통해 배우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이어간다. 아직 연기에 대해 보여준 것이 없는 만큼 실격에 대해 왈가왈부하기는 이르나, ‘부모를 통해 쌓은 인지도로 출연을 확정했다’ 인식을 지우지 못한 만큼 여전히 이에 따른 곱지 못한 시선이 뒤따르고 있다.

물론 이들 모두 부모의 후광만으로 방송출연을 확정한 것은 아닐 것이다. 손보승의 경우 오디션을 통해 ‘아버님 제가 모실게요’의 출연을 확정했고, 기대 이상의 연기력을 보여주며 안방극장의 호평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출연 전 엄마 이경실, 누나 손수아와 JTBC ‘유자식 상팔자’에 출연했었다는 이력은, 실력과 상관없이 어딘지 모르게 석연치 않은 여지를 남겨주고 있다.

부모의 끼를 물려받은 연예인 2세들이 연예계로 진출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 수도 있다. 이들의 연예계 진출 자체를 지적하는 것이 아니다. 실력을 갖춘 연예인 지망생이 문을 두드리더라도 그 문이 열릴까 말까 한 곳이 연예계이고 방송 출연이다. 그런 상황에서 연예인 가족이라는 ‘핏줄 마케팅’을 통해 남들보다 쉽게 방송에 출연하고 인지도를 높이는 것은 ‘기회의 공정성’에 어긋나는 셈인 동시에, 이마저도 실력이 뒷받침 되지 않을 경우 상대적 박탈감에서 오는 불편함과 불만은 적지 않다.

이제 더 이상 “연예인 2세다 보니 조심스럽다”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이미 많은 사람들은 말하고 있다. 부모 덕이 아닌 진짜 실력으로 인정을 받고 싶다면 ‘부모와 동반출연’이 아닌, 실력으로 인정을 받은 이후 가족을 공개하라고. ‘배우 김용건의 아들’이 아닌 배우로서 실력을 인정받고 이름을 알렸던 하정우처럼 말이다.

/서경스타 금빛나기자 sestar@sedaily.com

금빛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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