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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 동계올림픽 메달 공개] 늘 앞면만 보진 않으셨습니까

이석우 디자이너, 1년 넘게 작업

올림픽 메달 최초 측면에 메시지

리본엔 한복 소재 '갑사' 활용

IOC집행위원들 "굉장히 독창적"

평창올림픽 금메달. /사진제공=평창올림픽조직위평창올림픽 금메달. /사진제공=평창올림픽조직위




‘ㅍㅇㅊㅇㄷㅇㄱㅇㄹㄹㅁㅍㄱㅇㄱㅇㅇㄹㅍㄹ.’


21일 서울과 뉴욕에서 동시 공개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메달의 ‘포인트’는 측면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이공일팔’에서 따온 자음을 4.4㎜~9.42㎜ 두께의 측면에 새겨넣었다.

내년 2월9일부터 25일까지 계속되는 평창올림픽은 지난 2월 G(Games)-1년 기념 성화봉·성화봉송 주자 유니폼 공개에 이어 이날 메달까지 공개하면서 ‘개막 모드’에 본격 진입했다. 개막 100일을 앞둔 오는 11월1일에는 성화가 입성해 101일간 전국을 밝힌 뒤 올림픽 주경기장에 둥지를 튼다.

개막을 141일 남긴 이날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진행된 메달 공개 행사는 국내는 물론 미국·일본·중국·러시아 등에서 30여명의 취재진도 찾았다. 지난해 6월부터 1년 이상 메달 디자인 작업에 매달렸다는 이석우 디자이너는 “측면에 메시지를 넣은 올림픽 메달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면과 측면의 디자인이 연결되도록 신경 썼다”며 “이전 올림픽 메달을 보면 동계 대회는 다소 실험적인 디자인이 눈에 띄는데 기존 메달과 다르게 어떻게 하면 입체적으로 구성할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3D 프린터를 통한 실험도 여러 차례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메달은 2주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들에게 먼저 공개됐는데 “굉장히 독창적”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2215A34 메달



◇한글과 한복, 그리고 기와=하계올림픽 메달 디자인에는 IOC의 규정이 있다. 그리스 신화 속 승리의 여신 니케가 앞면에 들어가야 한다. 동계올림픽 메달에는 이런 디자인 규정이 없다. 2015년 독일 레드닷 디자인어워드 디자인콘셉트 부문 톱10에 오른 이 디자이너가 독창성에 초점을 맞춘 것도 이 때문이다. 메달 측면에 주요 메시지를 넣은 것은 파격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는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문자이며 우리 문화의 근간이자 씨앗이라 생각한다. 이런 씨앗이 곧 선수들의 노력과 열정을 의미한다는 뜻에서 자음을 입체화했다”고 설명했다. 메달 정면의 사선 패턴은 그런 씨앗이 자란 줄기를 표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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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메달과 선수를 이어주는 리본(스트랩)은 전통 한복의 ‘갑사’ 소재로 제작해 그 안에 한글 눈꽃 패턴과 자수를 넣었다. 이 소재의 사용도 올림픽 사상 처음이다. 또 원목으로 만든 메달 케이스는 전통 기와지붕의 곡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적용했다. 금메달은 순은에 순금 6g 이상을 도금한 것이고 은메달은 순도 99.9%의 순은으로 제작했다. 동메달은 ‘단동’ 소재. 모두 IOC 규정에 따른 것으로 총 259세트를 준비했다. 앞서 공개된 성화봉은 전통백자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이었다.

◇‘평창’으로 물드는 가을=이날 메달 공개와 함께 대회 조직위원회는 평창올림픽 홍보의 총력전에 돌입했다. 23일 도쿄에서 열리는 ‘투어리즘 엑스포 재팬 2017’에 서울시·경기도·강원도 대표단과 함께 참석, 현지 언론을 대상으로 올림픽 준비상황을 설명한다. 투어리즘 엑스포 재팬은 140개국 19만명이 참가하는 세계적인 관광박람회다. 일본 피겨의 간판스타였던 안도 미키도 이날 현장에서 평창올림픽의 성공을 기원하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평창올림픽은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과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으로 이어지는 ‘아시아 스포츠 시대’의 첫 주자다. 평창올림픽에 관심이 클 수밖에 없는 일본과 중국은 대회 흥행에도 중요한 시장이다. 이희범 조직위원장은 “이번 행사를 통해 많은 일본인이 평창올림픽을 찾기를 기대한다”면서 “한국과 일본에서 연이어 개최되는 올림픽은 양국의 파트너십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로도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평창올림픽 기념지폐 2,000원권이 국내 발매 1주일 만에 매진되는 등 조직위의 대회 홍보는 날로 활기를 띠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3일부터 이틀간 서울의 5대 궁(경복궁·덕수궁·창덕궁·창경궁·경희궁) 내 10곳에서 평창올림픽 성공 기원 ‘심쿵심쿵 궁궐콘서트’를 진행한다. 70개 팀 330여명의 음악가가 국악부터 재즈·클래식·블루스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 공연을 선보인다. 궁 입장료(1,000~3,000원)만 내면 누구나 정오부터 저녁까지 펼쳐지는 공연을 즐길 수 있다.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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