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을 비롯한 제약업계의 감소 폭이 두드러졌다.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한 영업활동은 물론 정부기관을 대상으로 한 대외활동에 차질이 빚어진 여파 때문이다.
27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매출액 기준 상위 500대 기업 가운데 접대비를 분리 공시한 139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 상반기 접대비는 970억원으로 나타났다. 김영란법 시행 이전인 지난해 상반기보다 15.1%(173억원) 줄어든 규모다.
조사대상 기업 가운데 접대비를 줄인 곳은 전체의 73.4%인 102개였다. 유한양행이 무려 81.4%나 줄였다. 엔씨소프트(74.0%)와 대웅제약(73.5%)도 70% 이상 줄인 것으로 조사됐다. 하림과 한신공영, LIG넥스원, 신세계인터내셔날, KTcs, 한양 등이 60% 이상 축소했다. 금호산업과 롯데쇼핑, GS홈쇼핑, 대유에이텍, 네이버 등도 접대비 지출을 절반 이상 줄여 감소폭이 큰 기업에 속했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접대비를 늘린 기업은 37개에 불과했다. 기업별로는 미래에셋캐피털이 94.6% 늘어나 증가율이 가장 컸다.
업종별로는 조사 대상 18개 업종(기타 제외) 중 15개 업종에서 접대비가 줄었다. 제약업종이 51.2%나 줄어들어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조선·기계·설비(38.4%), 서비스(29.9%), 유통(25.1%), 자동차·부품(20.3%) 등이 뒤를 이었다. 접대비가 증가한 업종은 IT·전기·전자(11.7%)와 상사(11.0%), 여신금융(3.6%) 등 3개였다.
접대비가 줄었다고 해서 매출이 줄어든 건 아니다. 같은 기간 이들 기업의 매출은 6.3%(13조3,656억원) 증가했다. 부정청탁 없이도 성장이 가능함을 입증한 것으로 김영란법 시행 효과가 상당했다는 평가다.
한편 접대비 내역은 의무공시 사항이 아니어서 상당수 기업은 별도의 공시를 하지 않았다. 매출 10대 기업 중에서도 기아자동차와 현대중공업, 현대모비스 등 3개사만 접대비 항목을 공시했다. 삼성전자를 비롯 현대자동차, 한국전력, LG전자, 포스코, SK이노베이션, 삼성생명 등 7개사는 전혀 공시하지 않았다.
손금주 국민의당 의원은 “청탁금지법의 취지와 이 법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고용저하와 실업률 증가 등 사회문제로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며 “특히 소상공인과 소기업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는데 뾰족한 대안이 없는 상태라 소상공인·소기업 경영지원, 내수활성화·경기회복 등을 위한 정부 지원책 마련 역시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현호·빈난새기자 hhl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