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난맥은 관치금융이 지배하는 우리 금융시장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거래소가 후보자 심사를 하다 말고 돌연 2차 공모에 들어가면서 불거졌다. 거래소는 “특정 후보 내정설이 돌아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라고 해명했지만 군색하기 짝이 없다. 전문성과 경륜을 갖춘 후보자가 다수 응모한 가운데 정상적으로 심사를 하다 돌연 추가 모집을 한 것은 석연찮다. 거래소 자체 결정이라기보다 외압이 작용했을 개연성이 크다. 거래소가 정권의 부침에 따라 외풍에 시달린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박근혜 정부 초기 때는 낙하산·관치 논란 끝에 3개월간 이사장 공모 절차가 중단되기도 했다. 전 정부가 기용한 이사장을 중도 퇴진시키기 위해 정부가 거래소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했다는 의혹도 있다.
정작 거래소의 주인인 금융투자 업계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수장 자리가 한 주의 주식도 없는 여권 내부의 자리다툼 대상으로 전락했다는 허탈감과 냉소주의가 팽배하다. 해외 주요 거래소가 글로벌 인수합병으로 경쟁력을 키우면서 세계 자본을 빨아들이고 있는 것과는 완전 딴판이다. 주인도 아니면서 감독권을 무기로 이사장 선임을 좌지우지하는 관치금융으로는 금융 경쟁력을 키울 수 없다. 거래소를 이제 금융투자 업계에 돌려줘야 한다. 금융당국의 이사장 거부권을 포함해 낙하산 시비를 원천 차단할 장치부터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