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한미FTA까지 위기로 내모는 대북정책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얼마 전 한 세미나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에 나선 한국의 정책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좋아하지 않는다”며 “이런 분위기가 한미 FTA를 폐기하고 싶어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고 한다. 로스 장관은 북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을 잘 모르겠다면서 이런 기류가 협상에 변수로 작용한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의 외교·안보상황이 한미 FTA 재협상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은 예견됐던 바다. 미국 조야에서 통상과 안보 이슈 분리 여부를 놓고 의견 대립을 보여온 것이 단적인 예다. 그럼에도 미 통상 사령탑 입에서 대북정책을 우려하며 FTA와 연관 짓는 발언이 나왔다는 것은 예사롭게 넘길 일이 아니다. 이런 가운데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의 FTA 폐기 위협이 실제적이고 임박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미국이 실제 폐기를 한국에 통보하는 편지까지 작성했었다”고 심상찮은 분위기를 전했다. 트럼프의 폐기 발언이 엄포에 불과하다며 평가절하했던 기존 입장을 뒤집는 것이어서 국민들로서는 헷갈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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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는 한반도 안보상황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경제동맹의 핵심 사안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고조되는 마당에 어느 때보다 중요한 양국 간 안보동맹에 균열을 만들 수도 있다. 미국 의회와 산업계에서 한미 FTA를 일방 폐기할 경우 경제적 피해보다 정치적 피해가 훨씬 더 크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신중한 자세를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데도 우리 측에서 툭하면 한미동맹이 깨질 수 있다는 등의 극단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는가 하면 대북 제재에 미온적인 자세를 보이면서 한미 FTA를 위기로 내몰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결국 FTA의 위기는 이 같은 신뢰의 위기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이럴수록 양국 정상이 긴밀한 유대관계를 맺고 소통과 신뢰를 쌓아야 한다. 활발한 정상외교로 신뢰관계가 구축되면 대북정책과 관련한 불필요한 논란도 사라질 것이다. 외교·안보 갈등의 불똥이 경제 분야로까지 튀지 않도록 세심한 관리가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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