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올려달라” VS “무슨 소리” 후판 가격 줄다리기 길어지는 조선·철강업계

후판 가격 톤당 70만원, 열연 강판보다 10만원 낮아

조선사 불황 지속, 후판가 크게 뛰면 회사가 흔들



세계적인 발주 불황에 근근이 버티고 있는 조선업계와 중국발 구조조정에 회복하고 있는 철강업계가 철강 후판 가격을 두고 몇 개월째 협상을 벌이고 있다. 요약하면 조선사들은 어려우니 가격 인상을 자제해달라는 건데 철강사들은 언제까지 시세보다 낮게 팔 수 없다는 입장이다.

1일 국내 주요 조선업계와 철강업체는 상반기부터 시작된 후판 협상을 마무리 못 하고 있다. 후판은 강판 두께가 6mm 이상인 철강제품으로 선박 건조에 쓰인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빅3는 일반 컨테이너선은 물론 초대형컨테이너선까지 건조한다. 보통 20피트 컨테이너(1TEU) 2만개를 실을 수 있는 초대형컨테이너선 건조에는 수 만톤이 넘는 후판이 들어가기 때문에 철강사 입장에선 조선업체가 큰 소비자다.

하지만 철강업체들은 빅 바이어(Big buyer)인 조선사에 되레 큰 소리를 내고 있다. 세계적으로 철강석 가격이 오르며 생산 단가가 올랐기 때문에 후판 가격을 올려달라는 요구다. 철강사와 조선사는 후판 가격 협상을 연간 두 번(상·하반기) 한다. 상반기에 시작한 하반기 후판 납품가 협상이 10월인 아직도 끝나지 않은 셈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통당 56만원 선이었던 후판 유통가격은 원자재 등 생산단가가 오르며 올해 9월 70만원선까지 뛰었다. 문제는 통상 후판 가격과 연동되는 열연 강판 가격에 비해 덜 올랐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59만원으로 후판(56만원) 가격과 유사하게 흐르던 열연 강판 가격은 올 9월 80만원까지 상승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후판 가격이 열연 가격만큼 올라야 하지만 조선업체들의 요구에 가격 인상폭을 억눌러왔다”며 “철강사가 조선사가 어렵다고 시세보다 낮게 팔아 적자를 볼 순 없지 않느냐”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조선사들은 더 절박하다. 발주 물량 감소에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은 순환휴직에 돌입한 상황이다. 또 최근 몇 년간 불황을 버티며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컨테이너선 한 척당 영업이익률이 1~2%인데, 후판 가격을 올려버리면 인력을 더 줄이거나 세계 시장에서 좀 더 비싼 값에 수주를 해야 한다. 하지만 이미 저가를 앞세운 중국업체와 경쟁 중이라 높은 가격을 부르면 수주 자체를 못할 수도 있다. 조선업체가 무너져버리면 고객 자체를 잃기 때문에 철강사들도 딜레마다.

업계는 이번 후판 협상의 줄다리기가 가격을 올리되 인상 폭은 최소화해 타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 업황 회복이 내후년을 기약하고 있기 때문에 철강사들이 후판 가격을 많이 올리지는 못할 것”이라며 “서로 적자를 유발하지 않은 선에서 윈윈(win-win)하는 전략을 취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현대제철이 생산한 후판./서울경제DB현대제철이 생산한 후판./서울경제DB


구경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