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윤모 특허청장이 추석 연휴도 잊은 채 해외에서 국내 특허행정의 글로벌화를 위해 연일 강행군을 펼치고 있어 주목된다.
6일 특허청에 따르면 성 청장은 부임 후 첫 외교 행보로 지난 2일부터 11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제57차 세계지식재산기구(WIPO) 회원국 총회에 참석, 세계 각국의 특허 관련 담당자들과 릴레이 미팅을 이어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료 출신인 성 청장은 지난 2009~2013년 주(駐)스위스 제네바대표부 공사참사관으로 근무하며 현지 정관계 인사들과의 네트워크가 탄탄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 청장은 스위스 도착 첫날인 지난 1일(이상 현지시간) 오후 WIPO 회의실로 이동, 조셉 머탈 미국특허상표청(USPTO) 청장 직무대리와 한미 청장회의를 열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세계5대 특허청(IP) 협력의 효율성 강화방안’에 대한 지속적인 협력과 한·미간 디자인 우선권 서류의 전자적 교환 조속추진, 한미 특허 공동심사(CSP) 2차 시범사업의 성공적 추진 등에 관해 논의했다.
성 청장은 지난 2일엔 WIPO 회원국 총회에 참석, ‘제4차산업 혁명 시대 도래에 따른 글로벌 지재권 제도 개선’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성 청장은 지재권을 이용한 경제발전 경험을 바탕으로 선진국과 개도국 간 개발 격차 해소를 위한 우리나라의 역할 확대를 약속했다.
성 청장은 앞서 지난달 22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WIPO 총회에서 제안할 의제를 살짝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빅데이터·인공지능(AI)과 같은 신기술 발전의 가속화로 글로벌 지재권 환경에도 많은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며 “WIPO 총회에서 ‘AI의 창착물 보호’와 같은 새로운 시대에 맞는 글로벌 지식재산 규범의 선제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과 기술과 아이디어를 유연하고 더욱 강력하게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전세계가 함께 고민해야 할 시기라는 점을 강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지식재산권 분야에서 아시아 지역 국가들이 중심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며 “WIPO의 새로운 지역사무소 선정 및 인력 채용에 그간 아시아 국가들의 역할에 대한 합당한 고려를 WIPO에 요구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기조연설 이후에도 성 청장의 강행군은 계속 이어졌다. 성 청장은 2일 모니카 안드레아 라미네즈 히네스트로자 콜롬비아 상공감독원 부원장과 만나 콜롬비아가 한국을 특허협력조약(PCT) 출원 건에 대한 국제조사기관(ISA)으로 지정하는 것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어 크리스티앙 아흐샹보 유럽지식재산청(EUIPO) 차장과 양 청 간의 지재권 데이터 상호 교환에 관한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3일엔 호주 지식재산청(IP Australia))청장, 아랍에미리트(UAE) 경제부 차관, 우크라이나 경제개발무역부 차관 등과 연쇄회담을 열고 양국 간 지재권 제도 및 행정 교류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성 청장은 4일 스위스 제네바 WIPO 본부에서 프란시스 거리 WIPO 사무총장과 회담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 국제 지재권 제도 발전을 위해 우리 특허청과 WIPO간 협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약속했으며 거리 사무총장은 지재권 분야에서 한국의 기여에 대해 높이 평가하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어 성 청장은 브누아 바티스텔리 유럽특허청(EPO) 청장과 만나 양국 간 2017-2019 년 업무계획 및 특허분류(CPC) 분야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날 회의에서 양국은 세계 5대 특허청(IP5) 협력 과제 진척상황을 점검하고, 특허분류, 특허심사정보 교환 및 전자출원 등의 분야에서 양청 간 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 특허청의 관계자는 “세계 5대 특허 강국으로서 WIPO에서 한국의 발언권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며 “우수한 국내의 특허 행정을 전세계에 알리는 동시에 글로벌 특허 협력을 강화해 나가는데 매우 중요한 시기인 만큼 청장을 비롯한 실무진들이 추석 연휴도 잊은 채 강행군을 펼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