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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①] 조성하 “사이비 교주 도전…피부색까지 표백화”

배우 조성하의 변신은 ‘도전적’을 넘어선 파격적이었다. 새하얗게 탈색한 머리부터 하얀색 정장에 구두까지, 그야말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새하얗게 물들인 조성하는 인자한 얼굴 뒤 숨겨진 사악한 욕망을 지닌 사이비 교주가 돼 안방극장을 경악케 만들었다.

조성하는 OCN 토일드라마 ‘구해줘’에서 두 얼굴을 가진 구선원의 교주 백정기를 연기했다. 극중 백정기는 잘생긴 외모와 화려한 언변으로 구선원이란 사이비 종교를 만들어 스스로를 영부(영의 아버지)라 칭하며 신자들을 유혹하는 인물로, 구원의 배에 승선하기 위해서는 물욕을 버려야 한다며 신도들의 헌금을 갈취하고 여성을 성 노리개로 삼는 파렴치한이다.




사진제공=HB엔터테인먼트, 라쏨사진제공=HB엔터테인먼트, 라쏨


“작품을 처음 받았을 때 사이비를 이야기 한 적은 없었었고, 교주를 한 사람은 누구도 한 적이 없었으니 도전해 볼만한 가치가 있겠다 싶었다”는 조성하의 말처럼 백정기는 결코 연기하기 쉬운 인물이 아니다. ‘구해줘’의 최종보스였던 백정기였던 만큼 이를 연기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을 휘어잡는 카리스마는 필수, 겁탈하려는 여성 앞에서 검은 욕망을 가득 담아 “과일은 잘 영글어야 더 달고 맛이 난다”라는 대사를 천연덕스럽게 소화할 줄 아는 전달력까지 갖춰야 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조성하의 도전은 성공적이었다. 백정기를 연기하면서 ‘역겨운 엔딩요정’이라는 별명을 얻게 될 정도로 조성하는 진짜 사이비 교주가 된 듯 사람들을 사로잡아 나갔다. 얼마나 탁월하게 소화했는지 “믿습니까. 내가 너희들의 구원자가 되어 줄 것이다”는 유행어 아닌 유행어가 탄생할 정도였다.

조성하가 백정기라는 인물을 만들어 나가는 데 있어 영감을 준 인물이 있다. 2014년 세월호 참사와 연관된 고(故)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설교 동영상이었다. 조성하는 “세월호의 유명한 분이 흰 머리에 흰 양복을 입고 설교하는 동영상을 봤는데, 뇌리에 강하게 남았다. (유병언의 모습을) 외형적 콘셉트를 잡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고, 탈색을 시도했다. 탈색만 16번 이상 했다”고 고백했다.

“외형적으로 강한 인상을 주기 위해서 특별히 액세서리도 맞췄다. 나 혼자 사이비 교주의 모습을 만들어 나갔다고 하기 보다는 스텝들과 의논해서 사이비 교주를 만들어 나갔다. 스텝들과 감독, 작가님이 큰 힘이 됐다.”

탈색을 한 백발부터 시작해서, 반지 하나, 목에 차는 브로치 같은 액세서리 하나하나 등 신경을 안 쓴 부분이 없었던 조성하. 조성하는 이러한 공들임이 ‘신의 한 수’로 활용됐다는 것에 감사하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사진제공=OCN사진제공=OCN


“사실 피부색도 신경을 썼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처음에는 제 피부색에 가까운 기본 톤에서 점점 더 하얀 색으로 표백화 됐다.(웃음) 상징적인 어떤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노력을 했는데, 그런 것들을 반감 없이 예쁘게 봐 주시고, 또 공포의 대상으로 여겨주셔서 만족스럽다.”

조성하는 백정기의 액세서리를 말을 하면서 그에 따른 비하인드를 언급하기도 했다. 백정기를 연기하기 위해 제작했던 반지를 촬영이 끝남과 동시에 ‘구해줘’의 연출을 맡았던 김성수 PD에게 선물했다는 것이었다. 특별히 선물을 한 이유가 있느냐는 질문에 조성하는 “감독님께서 반지가 마음에 드신 것 같더라”고 웃었다.


“‘구해줘’를 연출하면서 여러 측면에서 고생을 했던 김성수 PD에게 선물이자 기념품으로 드렸다. 마지막 촬영 날 마지막 오케이를 받자마자 감사의 표시로 손에 끼었던 반지를 드렸다. 무척 좋아하시더라.(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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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해줘’의 연출을 맡았던 김성수 PD의 경우 사이비 종교와 관련된 아픔이 있었다고 짧게 밝힌 바 있다. 백정기라는 인물을 잡아가는 과정에서 김성수 PD가 주었던 조언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조성하는 “우연의 일치인지 감독, 작가, 제작자들이 다들 그런 경험을 갖고 있더라. 그래서 자료나 동영상 수집에 있어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됐다”고 고백했다.

“시작하기 전에 작가님과 감독님과 같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백정기는 어찌 됐든 목자라는 타이틀을 건 인물이다. 그리고 구선원은 기본적으로 기독교를 바탕으로 하는 사이비 종교이다. 그래서 종교를 비롯해 목사님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고, 목사님들이 할 수 있는 화술과 화법은 무엇인가, 설득력은 어디서 나오는가를 놓고 공부를 많이 했던 것 같다.”

실제 ‘구해줘’ 속 조성하는 목소리나 억양들이 좋게 말하면 목사, 나쁘게 말하면 교주와 꼭 같았다. 이에 대해 말을 했더니 조성하는 “저는 교회를 다니는 사람이 아니다. 최대한 비슷해 보이도록 노력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HB엔터테인먼트, 라쏨사진제공=HB엔터테인먼트, 라쏨


사이비 교주를 연기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없었을까. 이에 대해 조성하는 대사를 꼽았다. 아무래도 교주이고, 설교를 하는 장면이 많다보니 대사가 필연적으로 만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백정기의 대사 대부분 예배를 집도하는 것들이다 보니 대사의 양이 정말 많았다. A4 5~6장 정도 됐는데, 매회 예배신이 한 번에서 두 번 있으니 정말 많은 스텝들과 배우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 대사를 외웠다. 어느 정도였냐면 촬영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틈만 있으면 대본을 놓지 않았고, 식구들과 밥 한 끼 안 먹고 몰두했다. 최대한 좋은 그림을 보여주면서 설득력 있게 극을 이끌어 나기 위해 공을 들였다.”

백정기를 연기하면서 받았던 가장 인상적인 반응으로 조성하는 “진짜 교주 같다”를 꼽았다. 이에 대한 안방극장의 반응에 대해 조성하는 “무척 감사했다”고 뿌듯해 했다.

“사이비 교주로서 뭔가 위협을 가하지 않아도 존재 자체로도 공포감을 제공하고 싶었다. 시청자들이 이러한 공포감을 느끼고 그것에 대해 ‘진짜 교주’같다고 표현을 해 주셔서, 연기하는 배우의 입장에서는 무척 감사했다. 악은 선한 얼굴로 다가온다고 했다. 사이비 교주를 만나서도 안 되지만, 많은 분들이 만나더라도 잘 분별하는 이성을 가지셨으면 좋겠다.”

조성하는 사이비 종교에 대한 당부를 아끼지 않았다.

“사이비라는 곳을 살펴보면, 표면적으로 사랑을 베풀고 있는 종교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뿔이 달린 괴물이 아닌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기에 구별을 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그 끝은 분명 올바른 종교와는 다른, 그들(사이비 종교)이 원하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분별하기 어려운 세상인데, 많은 이들이 살아가면서 징검다리를 두들기면서 건넌다는 생각으로 주위에 상담도 하고 도움을 구하면서 깨어 살아가셨으면 한다.”

/서경스타 금빛나기자 sestar@sedaily.com

금빛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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