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해줘’에서 임상미(서예지 분)는 두 남자, 한상환(옥택연 분)과 석동철(우도환 분)의 사랑을 동시에 받은 바 있다.
상환과 동철은 자신의 첫사랑인 상미를 구하기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동분서주했고, 이와 관련해 안방극장에서는 상미의 구선원 탈출과 더불어 상환과 동철 둘 중 누구와 이어질 것인가 또한 관심사로 떠오르기도 했다. 물론 결론은 그 누구와도 이어지지 않았다. 서예지는 “누구와도 러브라인이 이어지지 않았기에 ‘구해줘’가 더 현실성 있었던 것 같다”며 해맑게 웃었다.
Q. 한동안 ‘구해줘’ 속 임상미로 살았는데, 실제 서예지와 얼마나 닮아 있나요?
“능동적인 부분이 닮았던 것 같아요. 극중 상미는 스스로 자신을 구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던 친구였어요. 저 역시 스스로 위기와 문제를 극복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는데, 남에게 의지하기에 앞서 스스로 해결하고자 노력했던 부분이 상미와 저의 닮은 점이었죠.”
Q. ‘구해줘’에서 러브라인이 이어진 채 끝날 줄 알았는데, 그러지 못했어요. 아쉽지 않았나요?
“저는 ‘구해줘’에서 러브라인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사실 러브라인이 이어지지 않아서 더 좋았어요.(웃음) ‘구해줘’의 작품설명이 ‘사이비 종교 집단에 맞서 첫사랑을 구하기 위한 뜨거운 촌놈들의 좌충우돌 고군분투’라고 돼 있어서 많은 분들이 러브라인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사실 이러한 부분은 전개상 들어갈 수밖에 없었을 뿐, 상환이가 군대 가기 전 ‘우리 다 친구 아니가’ 이런 식으로 끝난 것이 더 현실적이었죠.”
Q. 러브라인이 없는 것이 현실적이었다고요?
“상미의 입장에서 한 번 생각해보세요. 엄밀히 말해 상미와 동철, 상환이 함께 있었던 순간은 학교였는데, 이들이 학교에서 한 것은 마주쳐서 인사한 것 밖에 없어요. 아 첫 만남 때 비오는 날 도와준 것도 있네요. 어찌 됐든 중요한 것은 상미의 입장에서 동철, 상환이 함께 어울렸던 시간이 많지 않았기에, 둘의 성격을 모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었어요. 극한의 상황에서 상환과 마주한 상미는, 상환이기 때문이 아닌, 최후의 수단으로 누군가에게 ‘구해줘’라고 말을 했던 것이었죠. 상미로서는 구선원에서 빨리 벗어나는 것이 우선이었지, 사랑이라는 감정이 생길 여유가 없었어요.”
Q. 그래도 상환과 동철 둘 중에 더 끌리는 사람이 있을 수 있었을 거 같아요.
“앞서 말한 것처럼 상미의 입장에서만 연기를 했기 때문에 사랑을 느낄 틈이 없었어요.(웃음) 일단 상환과 동철이 ‘구해줘’에서 보여준 성격이 달라요. 동철이가 능동적이었다면, 상환이는 ‘구해달라’는 상미의 외침을 유일하게 포착한 사람이었죠. 사실 상환이가 아니면 상미의 구출은 시도조차 이뤄지지 못했을 수도 있었죠. 동철이도 여러 가지로 고생을 했지만 상환이의 경우 초반 소극적이기는 했지만, 아버지(손병호 분)의 문제를 세상에 알렸잖아요. 상당히 용기가 필요했던 부분이고, 그 누구보다 능동적이자 진취적인 모습이었다고 생각해요.”
Q. ‘촌놈4인방’과 달리 또래 중에 여자가 없었어요. 심심하지는 않았었나요.
“촬영장에서 감독님과 스탭들이 잘 달래주셔서, 외로움을 느낄 틈이 없었어요. 그리고 함께 모녀호흡을 맞췄던 윤유선 선배가 정말 좋은 친구가 돼 주셨어요. 위로도 많이 받고 연기적인 조언도 많이 받았죠. 상미를 연기를 할 때는 누구보다 외로웠는데, 촬영현장에서 배우 서예지는 외롭지 않았어요.(웃음)”
Q. 극중 ‘영부 백정기’를 연기했던 조성하씨와의 연기호흡도 궁금해요. 극중에서 상미는 자신을 겁탈하기 위해 틈을 노리는 백정기로 인해 고생을 많이 했는데, 실제 연기호흡은 어땠나요?
“실제로 조성하 선배님은 정말 유쾌하신 분이세요. 장난을 걸면서 촬영장의 분위기를 편하게 만들어주셨고, 촬영을 하면서 너무 친해져서 부담감 없이 즐겁게 연기에 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다만 상미로서 백정기는 자신을 힘들게 한 인물이잖아요. 그래서 상미로서 마지막 회에서 백정기가 죽는 걸 보고 싶어서 옆에 있었는데, 선배님께서 이렇게 투정 부리시더라고요. ‘내가 왜 죽어야 하냐. 나는 한 남자로서 3년 동안 너만 바라보면서 사랑한 죄 밖에 없다’고요. 그래서 제가 무슨 소리 하시는 거냐고 했죠.(웃음)”
Q. 극중 상미의 삶은 말 그대로 ‘우여곡절’이 많았어요. 만약 극중 임상미였다면, 서예지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촬영을 하면서 ‘내가 만약 상미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생각을 해 봤는데, 아마 저도 상미와 같은 선택을 했을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구해줘’를 보면서 ‘고구마를 먹고 있다’고 하셨는데, 사실 상미를 연기하는 입장에서 ‘어떻게 빠져 나갈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몸으로 느꼈거든요. 무지군의 모든 사람들이 구선원, 백정기 편이었고, 상미는 이제 겨우 스무 살을 넘긴 여자아이였잖아요. 어린 저는 힘이 없었고, 제 가족을 지키면서 구선원에 벗어나기 위해서는 사람들을 속이며 기회를 엿볼 수밖에 없었을 것 같아요.”
Q. ‘구해줘’에서 상미는 교주 백정기가 죽음으로서 빠져나올 수 있었어요. 이 같은 ‘구해줘’의 엔딩이 마음에 드시나요?
“‘구해줘’를 하기 전에 SBS ‘그것이 알고싶다’를 본적이 있어요. 사이비종교의 문제점을 다룬 편이었는데, ‘구해줘’의 엔딩을 보면서 그 회차가 생각이 나더라고요. 작가님께서 현실을 다뤘구나 싶었죠. 실제로 상미는 백정기가 죽지 않는 이상 구선원에서 빠져나오기가 더 힘들었을 것 같아요. 현실반영이 많이 됐기에 불만은 없어요.”
Q. 2013년 ‘감자별’로 연기를 시작한 이후 이제 막 4년차 배우가 됐어요. 4년이라는 시간동안 배우로서 어느 정도 성장한 것 같나요?
“성장은 매 작품마다 이뤄지는 것 같아요. 배우라는 직업이 ‘배우려고 하는 직업’인 것 같아요. 특히 이번 ‘구해줘’를 통해 ‘배우는 배운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죠.”
Q. 연기를 한 것에 대한 후회나 아쉬움은 없나요?
“후회는 없어요. 앞으로 더 많은 것들이 주어지고, 연기하게 될 텐데 기대가 돼요. 여러 역할들을 찾아가면서 연기해 보고 싶어요.”
Q. 앞으로의 어떤 배우로 남고 싶으세요?
“노력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꾸준히 쭉, 시간이 가는대로 연기를 했더니 이만큼 나이가 먹었네라고 말할 수 있는 배우로 남고 싶어요.(웃음)”
/서경스타 금빛나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