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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건강상식] 햇빛이 발암물질 1군인데 …계란살충제는 왜 2군일까

IARC, 발암물질 등급 분류 기준

해악정도보다 '확실성'과 관련깊어

‘○○제품에서 발암물질 검출’

최근 ‘살충제 계란’과 ‘독성 생리대’ 이슈가 한국사회를 혼란의 도가니로 몰고 갔다. 매일 입고 쓰고 먹던 물품에서 암을 유발하는 물질이 검출됐다는 소식은 사람들에게 공포를 일으킨다. 하지만 무턱대고 화내고 불안에 떨기보다는 검출됐다는 발암물질이 대체 뭔지, 얼마나 우리 몸에 위험한지 알아두는 것도 중요하다.


암세포는 유전자(DNA)의 변이로 발생한다는 것이 정설이고 DNA 변이를 일으키는 이유로는 유전과 환경적 영향이 꼽힌다. 유전적 영향을 제외한 외부 요인, 예컨대 벤젠 등의 화학물질부터 자연적 노출(자외선 등), 치료 수단(방사선·호르몬 제제 등), 근무 및 가정환경, 환경오염 등까지 모두 발암물질에 포함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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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암물질을 규정하는 기관은 크게 세 곳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의 국제암연구소(IARC), 미국 보건당국이 규정하는 ‘국가독성프로그램(NTP)’, 미국환경청(EPA)이 고지하는 통합위험정보시스템(IRIS) 등이다. 가장 많이 인용되는 IARC는 지난 30년간 900개가 넘는 물질을 평가해 1군(Group 1)·2A군·2B군·3군·4군 등 다섯 가지로 분류했다. 이 중 1군과 2A·2B군이 발암 가능성이 있는 물질이다. 현재 1군에 포함된 물질은 120개다.

다만 많은 사람이 오해하는 것처럼 1군에 포함된다고 해서 무조건 더 해로운 것은 아니다. ‘1군’이 ‘1급’으로 오역되며 마치 발암물질에 등급이 있는 듯한 오해가 생긴 것. IARC의 분류는 해악의 정도보다 ‘확실성’과 관련이 깊다. 발암 가능성이 있다는 증거가 명백한 순서대로 1군, 2A군, 2B군이 된다. 예컨대 1군에 포함된 물질로는 아주 해롭다고 연상하기는 어려운 가죽 먼지와 햇빛 등이 있다. 반면 온 국민을 ‘계란 공포’에 떨게 한 살충제 피프로닐의 경우 EPA 기준 그룹C로 분류돼 있는데 이는 ‘암을 일으킨다는 암시적 증거(suggestive evidence)가 있는’ 물질을 뜻하며 IARC 기준 2B군에 해당한다.

전문가들은 더불어 발암물질의 종류와 검출량 등도 함께 따져볼 것을 권한다. 권훈정 한국독성학회 회장(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은 “독성물질은 ‘위험한 것’ ‘위험하지 않은 것’으로 분류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기준 아래에서는 전혀 위험하지 않은 것과 용량에 비례해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구분된다”며 “이번 살충제 이슈에서 발견된 화합물질은 전자에 속하기에 인체 위해의 가능성이 낮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방사능 등 작은 용량에서도 암 유발 가능성을 높이는 물질은 존재하지만 자연에서도 검출되는 물질을 인간이 완벽히 차단하기란 역부족”이라며 “이 경우 여러 번의 동물 실험 등을 거쳐 매우 안전하다고 판단된 용량만을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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