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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회’ 첫방] 동명이인 토크쇼?…‘이름’만 내세우기엔 빈약한 연결고리

동명이인 토크쇼 ‘한명회’가 베일을 벗었다. 그러나 이름으로만 묶인 출연자들 사이에는 연결고리가 빈약했다. 이름에 얽힌 사연만 이야기하기에는 1시간을 채우기 힘들어보였고, 이름을 배제한 사연을 듣자니 타 토크쇼와 비교해 특별하지도, 깊이가 있지도 않았다.

지난 10일 첫 방송된 JTBC 새 교양프로그램 ‘내 이름을 불러줘-한명회’(이하 ‘한명회’)에서는 김정은이라는 이름을 가진 동명이인 8명이 출연, MC를 맡은 개그맨 김국진, 모델 한혜진, 방송인 노홍철과 함께 이름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JTBC ‘한명회’/사진=JTBC ‘한명회’


‘한명회’는 국내 최초로 시도되는 동명이인들의 소셜 라이프 클럽.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이름부터, 유명인과 같은 이름, 특이하고 재밌는 이름 등 같은 이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각기 다른 인생의 이야기와 다양한 삶의 단면을 담고자 한 프로그램이다.

닮은 점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일반인 출연자 8명에게는 삶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치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김정은’이라는 것. 북한 김정은의 영향으로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것은 물론, 배우 김정은과도 이름이 겹치기에 이에 얽힌 사연도 많았다.

우선 마로니에 객원 멤버였던 가수 김정은은 배우 김정은으로 착각해 여러 섭외 전화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이에 공감한 한혜진은 배우 한혜진과 혼동되지 않기 위해 모델 한혜진이라고 본인을 소개한다며 출연료를 잘못 받아서 돌려줘야 했던 에피소드를 덧붙였다.

‘나이팅게일 김정은’은 기사에도 등장할 정도로 신기한 사연의 주인공이었다. 한국에서 남아공으로 돈을 송금하던 중 북한 김정은이 보낸 테러 자금으로 오해 받아 미국 중개은행에 돈이 묶여있었던 것. 은행에서 사과 한 박스를 가지고 사과하러 온 후일담까지 밝혔다.

‘북으로 가는 김정은’은 군대 밀집 지역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군인들이 주로 찾는 곳에서 이름을 걸고 영업하는 그는 상표등록을 하려고 했더니 저명인사의 이름이어서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국군의 날에는 ‘핵폭탄 세일’을 했다며 유쾌한 면모도 보였다.

아나운서 장성규가 진행하는 팩트체크 코너도 있었다. 전문가의 설명 및 데이터 분석을 통해 김정은에 대한 다양한 팩트를 전달하는 시간이었다. 장성규는 “이름에 관련된 모든 것을 정확하고 재미있고 흥미롭게 전달하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장성규는 김정은이 후계자로 결정된 후 이름의 한자가 ‘바를 정’과 ‘은혜 은’임이 밝혀진 것부터 북한은 최고지도자와 동일한 이름을 가질 수 없어 북한 전역에서 600여 명의 김정은이 개명한 것 등을 설명했다. 북한 김정은에 초점을 맞춘 팩트체크였다.


또한 김정은을 들었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10년간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북한, 김일성, 김정일 등이 나왔다. 돼지라는 키워드도 눈길을 끌었는데, 김국진은 ‘똘이 장군’, ‘동물농장’ 속 돼지 이미지에서 온 것이 아닐까 해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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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이라는 이름에는 북한 김정은의 이미지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이후의 토크는 ‘내 인생의 핵폭탄’을 주제로 진행됐다. 출연진들은 저마다 자신의 인생에서 핵폭탄이라고 꼽을 수 있을 만큼 강렬했던 사연을 하나둘씩 털어놨다.

‘중국통 김정은’은 월드 미스 유니버시티 대회에 출전했던 경험이 있었다. 내정자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1등에 당선됐다. 그러나 본인이 내정자의 주인공처럼 오해를 받아 기쁘지만 힘들었던 경험이었다고 설명했다.

‘나야나 김정은’과 ‘다둥이맘 김정은’은 부모님을 일찍 여읜 후 많이 고생했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살고 있는 모습으로 감동을 자아냈다. ‘나이팅게일 김정은’은 “나만 힘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김정은이라는 이름을 걸고 더 바르고 정직하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사진=JTBC ‘한명회’/사진=JTBC ‘한명회’


‘한명회’는 같은 이름을 가졌지만 다른 인생을 살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웃음과 감동을 전달하고자 했다. ‘김제동의 톡투유’를 연출한 이민수 PD가 참여한 만큼 일반인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소소한 감동을 만들어내는 것은 어느 정도 이뤄냈다.

그러나 프로그램의 당초 기획 의도를 살펴보면 아쉬운 점이 남는다. ‘이름을 통해 본 우리 사회의 단면, 이름의 사회학과 휴먼 스토리’는 사실상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나마 교양적 성격이 녹아있던 장성규의 팩트체크는 북한 김정은을 설명하는 데 그칠 뿐이었다.

‘김정은’에서 따온 ‘내 인생의 핵폭탄’이라는 토크 주제를 내세웠지만 이 역시도 이름과는 상관없이 그저 출연자의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이럴 경우 사연 자체가 얼마나 흥미로운지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사연 간 결속력이 없어 의미 없이 흩어졌다.

최근 선보이는 프로그램마다 호평을 받았던 JTBC다. 그러나 이번에 시도한 ‘한명회’는 ‘김제동의 톡투유’를 이어받은 일반인 중심의 시사교양프로그램으로서도, 김숙과 윤정수가 크게 활약했던 ‘최고의 사랑’ 후속작으로서도 큰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제작진은 프로그램 말미 김희선, 이승엽, 윤동주, 홍길동 등의 이름을 가진 일반인 모집 광고를 내보냈다. 이름만 봐도 토크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예상되기는 하나, 제작진의 사전 조사와 일반인 출연자 섭외 노력 등에 따라 충분히 재미와 감동을 만들 수도 있다.

이름은 평생 동안 듣는 것이며 그 사람의 전체적인 이미지를 형성하는 것이기도 하다. 누군가의 이름을 걸고 방송을 기획한 만큼 그 이름을 겉핥기식으로만 언급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웃음과 감동은 물론 유익함까지 잡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양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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