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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감독·선수까지...'노답' 한국축구

모로코 2군에게도 1대3 완패

유럽 원정 2경기서 3골 7실점

감독, 변형 스리백으로 망신 자초

선수들 움직임서도 투지 사라져

축협은 내달 평가전 상대 못구해

11일 모로코와의 평가전에서 패한 뒤 허탈해하는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 /연합뉴스11일 모로코와의 평가전에서 패한 뒤 허탈해하는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 /연합뉴스


“국가대표 감독이 되면 원래 다 저렇게 변하는 건가?”

“이 정도 경기력이면 선수들 태업도 의심해봐야 하는 것 아닌가요?”

축구대표팀이 ‘1.5~2군급’의 모로코에 1대3으로 진 11일(한국시간) 인터넷 포털 사이트와 각종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감독·선수 할 것 없이 대표팀 전체를 비난하는 글이 쇄도했다. 보통 평가전에서는 결과와 관계없이 ‘그래도 이런 면에서는 소득이 있었다’는 반응이 나오게 마련인데 신태용호를 둘러싼 시선은 험악하기만 하다.


대표팀은 지난 7일 러시아 원정 평가전에서 2대4로 패한 데 이어 스위스로 옮겨 치른 모로코전에서 1대3으로 또 졌다. 2경기 3골 7실점. 신태용 감독이 부임한 후 월드컵 최종예선 2경기에서 모두 0대0에 그쳤던 대표팀은 이번 유럽 원정에서 골 가뭄을 해갈하기는 했다. 그러나 러시아전 2골은 0대4로 뒤지던 ‘가비지 타임(점수 차가 크게 벌어져 상대가 전력을 다하지 않는 경기 막판)’에 나온 것이었고 모로코전 득점도 0대3 상황에서 페널티킥(손흥민)으로 겨우 영패를 면한 것이었다. 수비 자원이 부족해 ‘변형 스리백’ 전술을 썼다는 신 감독은 러시아전 실패에도 선수만 바꿔 모로코전 전반 중반까지 같은 전술을 고집한 결과 똑같이 망신을 당했다. 설상가상 선수들의 움직임에서는 어떻게든 감독의 눈도장을 받겠다는 의지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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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수 팬들은 신 감독의 현실인식이 가장 큰 문제라고 꼬집는다. 경기 후 인터뷰가 도화선이 됐다. “냉정히 따지면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부터 반성할 것”이라면서도 “선수들 경기력이 너무 떨어져서 나도 깜짝 놀랐다”는 말을 했다. 러시아전 직후의 장거리 이동에 따른 피로를 고려하더라도 심각한 경기력이었다는 진단이다. 팬들은 “결국 선수 탓이냐” “선수 파악 못한 것은 감독 탓 아닌가” “대표팀 감독은 원래 저렇게 남 탓하는 자리냐”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신 감독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전임 울리 슈틸리케 감독도 인터뷰에서 선수 탓을 했다가 불화설에 휘말렸고 끝내 경기력을 끌어올리지 못해 경질당했다는 것이다.

축구협회라도 제구실을 하면 다행인데 협회는 다음달 있을 국내 평가전 상대도 구하지 못했다. 일찌감치 평가전 일정을 확정한 일본이 오는 11월 유럽 원정에서 브라질·벨기에와 맞붙는 것과 대조적이다. 협회는 최근 ‘히딩크 논란’ 때는 말 바꾸기로 일관하다 대표팀에 멍에만 씌운 꼴이 됐다. 팬들은 “제가 히딩크 감독이어도 한국은 안 온다”는 안정환 전 대표팀 공격수의 발언에 속 시원해하고 있다. 모로코전 TV 해설 중 나온 말인데 거스 히딩크 전 감독 측이 한국 감독을 맡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친 뒤 협회가 보인 아마추어적 대응을 지적한 것이다.

대표팀의 11월 평가전(9·14일)에는 이번 유럽 원정에 제외됐던 K리거들도 소집된다. 유럽파 등 해외파와 K리거를 모두 모을 수 있는 올해 마지막 기회다. 감독과 협회는 ‘완전체’로 싸울 수 있는 다음달에는 경기력도 꽤 좋아질 것이라고 믿는 눈치다. 면접 과정 중인 외국인 전술·피지컬 코치 또한 이때는 합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 달 뒤라고 갑자기 나아질 수 있을까. 히딩크 논란을 업고 잔뜩 위축된 채로 유럽으로 떠났던 대표팀은 잇따른 참패에 더 의기소침해진 모습이다. 변화를 위한 방법은 여럿 있다. 젊은 피를 수혈하거나 현실을 인정하고 지지 않는 축구에 ‘올인’하거나 아니면 감독 교체의 극약 처방을 한 번 더 쓰는 것 등이다. 어느 쪽이든 시간은 많지 않다.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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