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환란20년 한국경제 다시 비상벨<3>] 위기상황에서 20년 전처럼 기싸움만 벌이는 금융당국

금융소비자보호원 통할권 등 놓고

금융위-금감원 "밀리면 끝" 대치

국가부도라는 사상 초유의 위기가 목전까지 닥쳐왔던 지난 1997년 1월 정부는 ‘금융개혁위원회’를 발족했다. 과거 재무부의 ‘남대문 출장소’로까지 불렸던 한국은행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금융감독체계를 선진화하자는 취지였다.

의도는 좋았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당시 한국은행은 은행감독원을 거느리고 있었고 재정경제부는 금융감독 전반을 총괄해 양측의 알력 다툼이 끊이지 않았다. 이때는 이미 위기의 불길이 코앞까지 미친 상황이었는데도 양 기관은 청와대와 정치권 등에 마지막 순간까지 ‘로비’를 벌이고 있었다고 전직 관료들은 증언한다. 일단 불부터 끄고 예민한 조직 재편을 다뤘어야 하는데 위기 상황에서 예민한 밥그릇 싸움을 벌이느라 현안 해결에는 오히려 역량을 집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내년 금융감독체계 조직 재편을 앞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도 20년 전과 비슷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최흥식 금감원장은 취임 직후부터 “소비자 보호가 최우선 과제”라고 공공연히 밝혀왔다. 최종구 금융위원장 역시 지난달 ‘소비자 중심 금융개혁추진단’을 발족해 맞대응에 나섰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신설 예정인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어느 쪽에서 통할하느냐가 최대 관심사”라며 “조직 재편에서 밀리면 양 기관 내부가 흔들리고 조직 장악도 어려워진다는 측면에서 수장들이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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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금융권에서는 △금융위의 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가 흡수해 과거 ‘금융감독위원회’ 체제로 돌아가는 방안 △금융위가 기재부의 국제금융 기능을 가져와 ‘금융부’로 격상하는 방안 △금감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떼어 낸 뒤 행정기관인 ‘금융감독청’으로 재편하는 방안 등이 다양하게 거론되고 있다. 조직 재편 방향에 따라 금융위와 금감원의 위상과 명운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게 금융권의 중론이다.

구조조정 등 금융 현안을 두고 컨트롤타워가 사라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진해운과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에서 총대를 메고 현장을 진두지휘했던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같은 리더가 실종됐다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다시 한 번 외환위기와 같은 사태가 터질 경우 ‘대책반장’ 역할을 해줄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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