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맘에 안들면 3일내 전액환불"…북미서 승부수 던진 현대차

북미 법인 '구매자 보증' 시동

온라인 구매 편의 시스템 확대

가격 할인요소 한눈에 보여주고

車구입 서류 제출도 인터넷으로

판매 부진에 파격카드 꺼내들어

1215A13 현대차




미국 시장에서 부진의 늪에 빠진 현대자동차가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구매 보장 프로그램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매장이 아닌 온라인 중심의 소비 패턴을 반영한 구매 시스템을 도입하고 차량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3일 내 환불해주는 파격 조건도 내걸었다. 위기 때마다 현대차를 부활시킨 과감한 보증 프로그램이 이번에도 통할지 주목된다.


현대차 북미법인(HMA)은 10일(현지시간) 구매자 보증(Shopper Assurance·쇼퍼 어슈어런스) 프로그램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고객 88%가 판매 매장이 아니라 온라인을 기반으로 차량 구입을 진행한다는 특성을 적극 반영했다.

이번 구매자 보증 프로그램은 총 4단계로 구성된다. 차량 가격 조회 시스템부터 달라진다. 온라인으로 주요 판매사가 제시하는 가격뿐 아니라 할인 요소까지 모두 표기한다. 소비자가 인터넷이나 모바일 기기로 손쉽게 가격을 비교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관심 차량을 언제 어디서나 쉽게 시승할 수 있도록 한다. 딜러 매장을 방문해 진행되던 시승에서 인터넷이나 모바일 앱으로 간단히 신청해 원하는 장소와 시간에 차량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차량 구입 과정도 바꾼다. 매장에 관련 서류를 가져가 처리하는 번잡함을 없애고 대부분의 서류 및 구매 과정을 온라인으로 할 수 있다.


쇼퍼 어슈어런스의 백미는 차량 환불 보장이다. 3일 머니백(3-day money back guarantee)으로 이름 붙은 프로그램은 차량 구입 3일 이내 300마일(483㎞) 이상을 주행하지 않았다면 일부 검사 후 차량을 무상 환불받을 수 있다. 미국 시장에서 환불 제도 상시 운영은 현대차가 처음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인 2009년 고전했던 미국 GM과 크라이슬러가 60일 정도 비슷한 제도를 한시 운영한 바 있다. 차량을 온라인 기반으로 편리하게 접하고 환불까지 보장해 소비자가 현대차를 더 많이 사도록 유도하는 셈이다. 현대차는 마이애미나 댈러스 휴스턴 지역을 시작으로 미국 전역 870여개 매장으로 순차 확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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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파격 보증 프로그램을 꺼낸 것은 미국 시장 부진이 장기화 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9월까지 미국에서 51만1,740대를 팔았다. 지난해 대비 12.9% 급감했다. 미국 자동차 시장이 2009년 이후 8년 만에 10.5% 가량 역성장하고 있다지만 현대차의 경쟁자인 도요타(0.5%), 혼다(0.3%), 닛산(1.1%) 판매는 되레 늘어난 것을 보면 심각한 상황이다. 현대차는 미국 최고 인기 차종인 픽업트럭이 없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도 3종뿐이다. 판매 확대를 위해 ‘마케팅의 힘’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대차는 미국에서 과거에도 파격 보증으로 재미를 봤다. 1986년 미국 진출 첫해 17만대를 팔았던 현대차는 차체 부식 등 품질문제로 1998년 판매량이 9만대로 추락했다. 이듬해 현대차는 미국 업계 최초로 파워트레인(엔진·변속기) 10년·10만마일(16만㎞) 보증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5년·6만마일 정도의 업계 평균을 뛰어 넘는 파격 조건이었다. 이후 현대차의 판매는 연 30%씩 급증했고 미국 앨라바마 현지 공장 신설로 이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에는 ‘어슈어런스 프로그램’을 내놓고 소비자가 차량 구입 후 1년 내 실직하면 차를 환불해줬다. 경기침체로 언제든 실업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심리를 극복한 마케팅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2008년 40만1,702대였던 판매량은 2009년 43만5,064대, 2010년 53만8,228대로 급증했다. 파격 보증 덕에 현대차는 미국에서 고객 충성도 조사 8년 연속 1위(미국 브랜드키즈 조사)를 기록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미국법인에 최근 이경수 신임 사장이 부임하는 등 판매량을 끌어올리고 전미 딜러에 활기를 불어넣는 등 분위기 반전이 필요한 상황에서 파격적 조건을 내건 것”이라며 “품질에 대한 자신감도 바탕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강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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