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월가가 보는 북핵문제] "한국, 전쟁은 없을 것...트럼프 리스크가 투자 발목"

"트럼프 강경발언에 신경 곤두서...

韓 지정학적 리스크, 시장 지속 위협"

피치, 국가신용등급 AA- 유지

삼성전자는 AA-로 한단계 상향

文 정부 위기관리 능력에 주목

돌파구 열 땐 경제 신인도 개선

바이런 위언 부회장바이런 위언 부회장




페릴 롤 CIO페릴 롤 CIO


크레이그 드릴 CEO (가운데)크레이그 드릴 CEO (가운데)


조영 대표조영 대표


거듭되는 북한·미국 간 ‘말폭탄’ 공방으로 한반도 위기설이 부각되고 있지만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미 월가는 북핵 문제를 별다른 위험요인으로 취급하지 않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이 11일(현지시간) 만난 월가의 투자 대가들은 “일부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한반도에서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한국 투자에 있어 발목을 잡는 것이 ‘전쟁’ 리스크는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정작 한국 투자를 신중하게 만드는 것은 불안감을 고조시키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오럴 리스크’다. 월가의 투자자들은 앞서 한반도 위기설이 실질적으로 부각된 배경도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 때문이었다며 미국을 비롯해 세계 경제 개선이 뚜렷해지는 상황에서 ‘북핵’과 ‘트럼프 리스크’의 짐을 지고 있는 한국의 투자 매력도는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문재인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 발휘 여부에 따라 한국 경제의 신뢰도가 오히려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도 이어졌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의 바이런 위언 부회장은 북핵 리스크가 한국 투자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한반도 전쟁은 없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단언하면서 “북한이 추가로 미사일을 쏠 수 있겠지만 미국이 어떤 식으로든 중국과 협조하면서 북핵 문제에 대응할 것으로 보여 한국 투자에 큰 변화를 줄 이유는 없어 보인다”고 강조했다.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듯 3대 국제신용평가사 중 한 곳인 피치는 이날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하고 한국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의 장기 신용등급은 ‘A+’에서 ‘AA-’로 한 단계 상향했다. 피치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이 등급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줬다”면서도 한반도에서 전면전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한국의 국가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평가했다.




피치는 지난 2012년 9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네 번째 등급인 ‘AA-’로 상향 조정한 뒤 5년째 이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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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펀드인 드릴캐피털을 30년간 운영하고 있는 크레이그 드릴 최고경영자(CEO)도 맨해튼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북한의 핵실험이나 이란의 핵 위험 등 지정학적 리스크는 여전히 금융시장을 지속적으로 위협하고 있지만 그 영향을 정확히 가늠하기 어렵고 단기적 측면이 강해 최근 증시 분위기에서는 그다지 큰 위험으로 간주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드릴 대표는 프린스턴대와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후 50년 가까이 월가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다만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능력을 급신장시켜 북핵에 대해 미국인 대다수가 심각하게 여기고 있고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완전 파괴’ 등 강경 발언으로 군사옵션을 계속 배제하지 않는 데 대한 우려는 월가에 팽배해 있다. 자산운용사인 하딩뢰브너의 페릴 롤 최고운용본부장(CIO)은 “북한이 ‘벼랑 끝 위협’으로 미국에 도발하는 것은 월가에서 더 이상 뉴스가 아니다”라면서 “문제는 세계 최강국인 미국의 대통령이 초강경 자세로 ‘군사옵션’ 등을 거론하면서 신경을 곤두서게 한다는 것”이라며 북핵 자체보다는 ‘트럼프 리스크’가 투자심리를 악화시킨다고 지적했다. 그는 “뉴욕이 트럼프 대통령의 본거지여서 그를 아는 사람이 적지 않은데 ‘트럼프는 좀 무섭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면서 “운용 중이던 한국물을 최근에 40%가량 팔고 비중을 줄인 것도 그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위언 부회장도 “북핵 문제가 매우 심각하게 한국에 악영향을 주지는 않고 있지만 미국과 유로존·일본 등의 경제가 좋고 신흥국들 중 경기가 호조세를 보이는 곳도 늘어나고 있어 상대적으로 한국에 대한 투자 매력도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드릴 CEO는 이와 관련해 “한국에서 새로 출범한 정부가 한편으로 ‘운이 나쁘지 않다’고 본다”면서 “세계 경제 상황이 나빠지는데 북핵 문제가 지금처럼 부각됐으면 한국은 심각한 타격을 입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리스크’로 북핵 문제에 대한 불안이 증폭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문재인 정부가 한미동맹을 미일동맹 이상으로 빈틈없이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세계적 컨설팅 업체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파트너를 지낸 조 영 앤드롭J인베스트먼트그룹 대표는 “월가는 문재인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을 주목하고 있다”며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의 뉴욕 경제설명회에 대한 반응이 지금까지는 좋아서 북핵 문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며 돌파구를 찾는다면 한국 경제 신인도는 한 단계 더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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