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원전 기술의 안전성과 경제성, 우수성을 강조해온 세계적인 환경운동가 마이클 쉘렌버거가 12일 “한국 원전 수입을 추진해온 케냐와 영국이 한국 정부의 탈원전 발표 이후 재고하겠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고 주장했다. 우리 정부의 섣부른 탈(脫)원전 정책이 한국 원전 기술에 대한 신뢰도와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경고다.
미국의 청정에너지 연구단체 ‘환경진보’ 대표인 쉘렌버거는 이날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주 케냐와 영국 정부 고위 관계자를 직접 만나 들은 이야기”라며 “케냐는 (한국 대신) 러시아에서 원전을 수입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고, 영국도 재고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케냐와 영국은 독자적 기술과 오랜 원전 건설·운영 경험으로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우리나라의 원전 도입을 추진해왔다. 2033년까지 4,000MW(메가와트) 규모의 신규 원전 도입을 추진 중인 케냐는 지난해 9월 우리 산업통상자원부와 원자력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한국 원전 수입을 위한 첫발을 디뎠다. 영국도 21조원 규모의 원전 건설 사업의 파트너로 중국과 우리나라를 저울질하다가 최근 한국형 원전 모델(APR-1400) 채택으로 기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쉘렌버거의 주장에 따르면 이런 수출길도 막힐 위험에 처했다.
그는 “한국 정부에서 탈원전 발표를 하면서 한국 원전 기술과 수출력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며 자동차에 빗대어 “한국 대통령이 현대자동차가 위험하다고 하면 아무도 현대자동차를 타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백운규 산자부 장관이 11일 “정부의 에너지 전환은 지진 위험성 때문”이라고 발언한 데 대해서도 셸렌버거는 “지난해 경주 지진은 2011년 일본 토호쿠 지진에 비해 35만 배 약했는데도 정부가 이처럼 말도 안 되는 정보로 국민을 오도해선 안 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쉘렌버거는 탈원전 정책이 문재인 정부의 주요 목표인 일자리 창출과도 상충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원전을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으로 대체할 경우 그 비용과 LNG 수입으로 드는 비용이 연간 2,000~4,000억달러에 이른다”며 “이는 연봉 약 3,000만원(2만9,125달러)짜리 일자리를 34만3,000개 창출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론화위원회 시민참여단에게 드리는 말씀’이란 주제로 기자회견을 연 쉘렌버거는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비용 효율적인 원자력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다”며 “한국은 원전 건설에 있어 중국, 러시아와 경쟁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 강조했다. 이어 “한국의 원자력 발전 프로그램은 한국은 물론 전 인류의 평화, 번영, 환경보호를 위한 큰 희망”이라며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론화위원회 시민참여단을 향해 “과학적 사실에 근거해 올바른 결정을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셸렌버거는 2008년 미국 타임지(TIMES) 선정 ‘환경의 영웅(Hero of the environment)’으로 뽑힌 환경정책 전문가다. 원전의 친환경성과 안전성을 주장하는 ‘찬핵’ 환경론자로서 한국의 탈원전 정책에 꾸준히 우려를 표해왔다.
이로써 네 번째 한국을 찾은 쉘렌버거는 “한국은 경제적이고 안전한 원전을 지을 수 있는 유일한 나라이기 때문에 특별하다”고 자신의 활동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한국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판단은 한국 국민들이 내려야 하고 공론화 방식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내가 판단할 수 없다”면서도 “왜 몇 달 만에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 또 왜 국회를 거치지 않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내가 한국 국민이라면 강하게 반대할 것”이라고도 했다.
쉘렌버거는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사실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시민참여단이 인터넷에 공개돼 있는 수많은 과학적 사실과 정보를 알아보고 그에 근거한 결정을 내리길 바란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