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방송되는 KBS1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버섯이 있어 행복한 소백산의 가을’ 편이 전파를 탄다.
오르막 30리 내리막 30리, 깊은 산골짝마다 스며든 진한 가을향! 능이, 송이, 까치버섯 가을 소백산이 내어 준 선물을 찾는 사람들. 소백산 자락길 골골마다 스며든 버섯 향 가득한 밥상을 찾아간다.
▲ 인생의 역사를 버섯과 함께 써오다 - 단양 동대리 버섯꾼들의 밥상
소백산 아래, 삼도 접경(충청도, 경상도, 강원도)에 위치한 단양 영춘면 동대리. 동도 트기 전, 새벽부터 동대리 사람들의 발걸음이 바쁘다. 가을철 고작 한 달 남짓 채취가 가능한 버섯들을 채취하기 위해서다. 배낭과 꼬챙이를 들고 산을 오르기 시작하는 버섯꾼들. 그중 아버지를 따라 13살 때부터 버섯을 따러 다녔다는 올해 75세의 조석조씨가 있다. 평생을 버섯꾼으로 살아온 그! 어렸을 때는 산 넘어 강원도 영월 장을 오가며 송이를 엮어 팔아 끼니를 이었고, 결혼해서는 버섯을 따서 자식들을 키웠다.
송이가 많이 나던 시절엔 송이를 된장에 담근 도시락을 들고 산에 오르기도 했었다는데. 된장에 담근 송이지는 냉장고가 없던 시절, 송이를 오래 두고 먹는 방법이었다. 지금은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별미가 됐지만 말이다. 새벽부터 늦은 오후까지 고된 버섯채취를 마치면 버섯꾼들은 채취하며 부러진 송이 파지들과 잡버섯들을 가득 넣고 송이파지닭백숙을 끓여 먹는다. 몸보신도 되지만, 이게 또 맛이 일품이란다. 인생의 희로애락을 소백산과 함께한 동대리 버섯꾼들의 삶이 담긴 밥상을 만나본다.
▲ 소백산 자락길에서 다진 우정 - 영주 다섯 여자의 능이버섯 밥상
고요했던 소백산 자락길에 아침부터 웃음소리가 퍼진다.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가장 아름답기로 소문난 1 자락길을 걷는다는 권정자씨와 친구들이 그 웃음소리의 주인공들이다. 자락길을 걷다 숲속에 모여 앉아 펼친 그녀들의 도시락! 귀하다는 능이로 만든 능이묵과 능이문어초회가 사람들의 이목을 끈다. 어릴 적, 약초방을 운영하셨던 아버지의 어깨너머로 자연스럽게 산에서 나는 산물들에 대해 배웠다는 권정자씨는 지금도 능이를 귀히 여기셨던 아버지의 말씀을 기억하며 가을이면 능이를 따서 말리고, 능이 음식들을 만든다. 능이를 삶아 메밀가루를 섞어서 묵을 쑤는가 하면, 능이를 채취해온 날이면 아버지를 위해 어머니가 만드셨던 밀가루를 넣고 끓인 추억의 능이배추풀국도 만든다. 능이는 위에 좋아 아무리 많이 먹어도 탈이 없다는 정자씨! 세상 떠나신 부모님 대신, 친구들과 능이버섯 음식을 나누며 또 다른 추억들을 만들어가고 있는 소백산 자락 권정자씨와 네 친구의 행복한 밥상을 찾아가 본다.
▲ 둥근 달이 가장 먼저 뜨는 소백산 아래 첫 동네 - 영주 삼가리 달밭골 송이 밥상
해발 700m 소백산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달밭골 마을. 소백산 아래 첫 동네이자 가장 먼저 달이 뜨는 마을이라 월전마을로도 불린다. 달밭골은 신라 화랑들이 몸과 마음을 가다듬으며 무예를 익히던 곳으로, 조선 시대 예언서인 정감록에 어떤 환란에도 몸을 보전할 수 있다는 십 승지 중 한 곳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일제 강점기 이후 이북에서 피난민들이 내려와
화전을 일구고 생계를 일궈오기도 했다. 차도 들어갈 수 없는 오솔길을 따라 산속으로 더 가다 보면 이북에서 내려온 아흔 살 이화순씨가 살고 있다. 아직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가마솥 걸린 부엌과, 이북식 움, 새참으로 내 온 가지순대는 달밭골의 옛 모습을 짐작게 한다. 마을에는 아직까지도 피난해 온 월남 3~4세대들이 많이 살고 있단다. 산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당연하고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마을 사람들! 마을 남자들이 새벽부터 산에 올라가 채취해 온 송이를 받아든 홍금순씨는 매의 눈으로 동송이(어린 송이)를 골라낸다. 상품 가치가 없는 동송이로 고추장 장아찌를 담그기 위해서라는데· 동송이를 고추장에 박아 잘 숙성시키면 송이는 송이대로, 고추장은 고추장대로 밥 비벼먹기도, 요리를 하기도 좋은 일품 반찬이 된다. 소백산 아래, 오랜 세월 동안 산과 함께 살아온 달밭골 사람들의 삶이 녹아있는 밥상을 맛본다.
▲ 마구령 넘어 추억을 담다! - 사과마을 임곡리의 버섯 밥상
사과로 유명한 영주 임곡리의 세 남자가 날 다람쥐 같은 발걸음으로 산을 오른다. 어렸을 때부터 험한 산세로 유명한 마구령을 넘어 형을 따라 버섯을 따러 다녔다는 이운형씨. 그는 어렵던 시절, 버섯을 팔아 수학여행을 가기도 했었단다. 지금이야 마을마다 버섯채취 구역들이 정해져 있지만, 그렇지 않았던 시절에는 귀한 버섯을 지키기 위해 보름 넘게 산에 텐트를 치고 먹고 자며 살기도 했다는데. 이렇게 오랜 산 생활을 한 후, 송이 결 사이사이 소금을 넣고 장작에 구워 먹는 송이구이는 피로가 녹는 맛이다. 오늘은 함께 송이구이를 먹은 이운형씨의 형수 문은숙씨가 솜씨를 발휘한다. 뒷마당에서 갓 따온 박을 썰어 향 좋은 송이를 넣고, 깻가루까지 솔솔 뿌려주면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송이박탕이 완성된다. 임곡리에서는 명절에
때면 빠지지 않는 음식이라는데~ 가끔 귀한 능이를 따오면 능이 물을 넣고 겉절이를 한다. 이 또한 별미인데, 능이 물과 사과를 넣은 겉절이는 맛과 향도 일품이지만, 아삭함이 오래가기도 한단다. 달콤한 사과 향과 묵직한 버섯 향이 가득한 임곡리의 밥상을 만나본다.
[사진=KBS 제공]
/서경스타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