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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란20년 한국경제 다시 비상벨<4>] '명퇴 아빠'처럼...'코스닥 대박' 좇는 개미들

'닷컴버블' 겪고도 단타매매 여전

'장기성장 기업' 투자문화 세워야



국내 대형 은행에서 차장까지 역임한 한형수(62·가명)씨는 외환위기 폭풍이 몰아친 지난 1998년 희망퇴직했다. 은행의 인수합병(M&A)이 지속되면 향후 정리해고 대상이 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직장을 떠난 한씨의 퇴직금 수억원은 정보기술(IT) 업종 코스닥 상장사로 향했다. 당시 코스닥은 벤처 버블 덕분에 ‘묻지 마 투자’가 횡행하고 있었다. 세계 최초의 무료 인터넷전화 ‘다이얼패드’ 출시로 화제가 된 ‘새롬기술(솔본)’의 시가총액은 1999년 12월 금호·롯데·동아·코오롱 등 대기업 시총을 합친 것보다 많았다. 하지만 한씨는 희망퇴직보다 더 고통스러운 반대매매를 당하며 시장을 떠나야 했다. ‘닷컴 버블’로 2,800대를 넘어섰던 코스닥지수는 2001년 말 700대로 내려앉으며 한씨의 주식은 휴지 조각이 됐다. 1999년 당시 17만원에 달했던 새롬기술 주가도 2001년 6,300원으로 떨어졌고 대장주의 몰락과 함께 다른 코스닥 종목의 주가도 추풍낙엽처럼 폭락했다.

코스닥의 흥망성쇠는 사실상 IMF 외환위기로 직장에서 나온 가장들의 인생과 궤를 같이한다. 코스닥 시장은 1999년 인터넷 산업 급성장으로 폭등해 2000년 3월10일에는 2,834.40으로 사상 최고 지수를 기록했다. 개인투자자들의 소액투자 열기 덕분이다. 1999년 하루 평균 4,290억원에 불과했던 거래대금은 2000년 2조4,000억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거품이 꺼지는 데는 3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2000년대 초반 일부 상장사의 횡령·비위 등이 발생하면서 위기를 맞은 것. 코스닥 기업 중 상당수가 다양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었지만 혁신이 성장동력으로 이어지지 못한 영향도 컸다. 1999년 코스닥 상장사 시가총액은 98조7,000억원에 달했지만 이익성장을 실현하지 못하면서 이듬해인 2000년 29조원으로 고꾸라졌다. 자연스레 개인투자자들의 손실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후 20년이 지났지만 이 같은 코스닥 시장의 투자 패턴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코스닥 시장을 이끄는 90%의 투자자들은 여전히 ‘개인’이며 이들은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 당시처럼 단기에 큰 수확을 내는 투자를 노린다. 현재 코스닥 전체 시가총액은 2011년 100조원을 돌파한 후 꾸준히 성장해 현재 230조원 안팎을 오가고 있다. 반면 지수는 600대 중반으로 박스권에 머문다. 신규 상장이나 유상증자가 늘어났지만 신규 투자는 늘지 않은 탓이다. 코스닥 거래대금은 2015년부터 정체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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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코스닥 시장에 여전히 신뢰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IT·바이오 등 벤처기업이 주를 이루니 상장폐지와 관리종목 지정 위험이 크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는 투자자들의 투자문화가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처럼 개인들이 단타매매를 지속할 경우 기업이 펀더멘털에 기초한 성장이 아닌 우연한 이벤트로 자금을 조달할 가능성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이는 자본시장에도 역효과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로또와 같은 주식투자문화 대신 최소 1년 이상은 망하지 않을 기업에 투자하겠다는 개인의 인식 변화가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코스닥 기업은 대부분 초기 기업이기 때문에 정보 공유 의무에 대해 코스피 상장사보다 소홀한 게 사실”이라며 “버블 기업을 찾기보다 장기적으로 성장할 기업을 찾아 키워내면 주요 기업이 코스닥에서 원활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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