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책

[환란20년, 한국경제 다시 비상벨] 자본시장, 화려함 속에 감춰진 그늘

2,500 초읽기 들어간 코스피

외국인이 20년간 시장 주물러

삼성전자만으로 330조 차익

초대형 IB 육성 등 난제 산적

미국 등 주요국들이 돈줄을 죄겠다는 신호를 보내는데도 국내 증시는 연이어 사상 최고치를 달리고 있다. 12일 코스피는 숨을 고르는 듯했지만 다시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틀간 1조5,216억원어치의 주식을 샀던 외국인은 이날도 2,440억원을 순매수했다. 지수는 2,474.76으로 2,500 돌파 초읽기에 들어갔다. 코스피지수가 전인미답(前人未踏)의 길을 걷지만 시장은 외국인 자금이 급속하게 빠져나가는 서든 스톱(sudden stop)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난 9월 말 채권시장에서 이틀 동안 3조원을 빼간 외국인의 행보는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를 떠오르게 한다.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은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자금흐름의 변동성이 커지며 서든 스톱은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12월8일 2,000선을 돌파한 후 증시는 화려하게 부활했지만 차익은 대부분 달러로 바뀌어졌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매몰차게 한국을 떠났던 외국인은 이듬해 돌아올 때 삼성전자 등 대형주의 비중을 높였다. 삼성전자는 20년 동안 외국인에게 330조원의 시세차익을 안겨줬다. 1997년 이후 삼성전자가 지난해까지 벌어들인 영업이익(264조원)보다 많다. 외국인은 환란 20년 동안 증시를 통해 산업과 금융자본을 파고들었다. 1998년 25.45%에 불과했던 KB금융의 외국인 지분율은 현재 68.51%까지 높아졌고 포스코는 30%에서 55.28%로 증가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발목을 잡았던 헤지펀드 엘리엇은 언제든 나타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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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자본시장을 주무르는 동안 증권시장의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공매도에 치이고 미공개정보·유사수신 등으로 1,000조원이 넘는 부동자금은 증시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의 경쟁을 위한 첫발인 초대형 IB 정책도 업권 간 형평성 문제와 시스템 우려 논쟁으로 출범도 하기 전에 좌초 위기다. /김현수 증권부장 hskim@sedaily.com

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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