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13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 절차 개시와 관련해 여야 간 공방이 벌어졌다. 자유한국당에서는 정부와 여당이 FTA 개정과 관련해 계속 말 바꾸기를 하고 있다고 공격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통상 문제를 정치쟁점화 해서는 안된다고 반박했다.
윤한홍 한국당 의원은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에게 “국회에서 FTA 재협상은 없을 것이라고 하더니 얼마안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FTA 폐기를 언급했다고 하면서 개정협상 절차를 개시하기로 합의했다”며 “개정협상으로 국익에 손해가 갈 때를 대비한 면피용으로 미국이 폐기를 거론했다는 말을 꺼낸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윤 의원은 이어 “2007년 한명숙 당시 총리 등 현재 여권 관계자들이 FTA를 극찬하다가 2011년 이후에는 돌연 극렬하게 비난하기 시작했다”며 정부와 여당이 FTA와 관련해 말 바꾸기를 계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도읍 한국당 의원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FTA 개정협상에 관해 꾸준히 언급했는데도 우리 정부는 국내 정치용 발언이라는 식으로만 일축했다”며 미국에서 계속된 시그널을 보냈음에도 정부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 아니냐고 따졌다. 김 의원은 또 “FTA 개정협상이 논란이 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800만 달러 대북 지원을 발표했다”며 “안보 동맹과 경제 동맹은 뗄 수 없는 관계인데 대한민국 대통령이 이걸 인식 못하는 것이냐 그렇게 무능하냐”고 비판했다.
이에 김 본부장은 “참여정부에서 FTA 협상을 했을 당시 저도 화형식도 당하고 매국노라고 불려봤지만 몇 년 지나고 보니 숫자가 우리에 나쁘지 않았다”면서 “여야가 잘 도와주면 최대한 좋은 협상 결과를 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또 여권에서 2011년 이후 FTA를 비난한 부분에 대해서는 “ISD나 추가 협상 결과가 균형이 깨졌기 때문에 그 자체에 대해서 아마 반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민주당 측은 재협상 문제가 정쟁의 도구가 돼서는 안 된다며 정부에 투명하고 당당하게 협상에 임해달라고 주문했다. 권칠승 의원은 “FTA는 스포츠 게임과 달라 일방이 완승하는 경우는 있을 수 없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그동안 한미 FTA에 대해 당당하게 이익의 균형을 맞춰나가는 협상을 해야 한다고 한 만큼 이런 기조로 투명하고 당당하게 협상에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권 의원은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 의원 시절 FTA 폐기를 주장한 적 있다거나 최근 FTA 재협상은 없다고 언급했었다는 야권의 주장에 대해 김 본부장의 해명을 요구했다. 김 본부장은 이와 관련해 “참여정부는 한미 FTA를 주도하고 지지했었다”며 “재협상에서 균형이 깨진 부분 자체에 대해 반대를 하셨던 것 같다”고 답했다. 또 “(문 대통령은)재협상이 없다고 말한 것이 아니라 재협상에 합의한 바가 없다고 말했던 것”이라며 “(대통령의 발언이) 해석이 잘못됐던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김경수 의원도 “외교나 통상 문제를 갖고 정쟁의 도구로 삼는 정치 시대를 벗어나야 한다”고 FTA 개정협상의 정치 쟁점화를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