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업체들이 친환경차 제품 라인업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이브리드의 원조 일본뿐 아니라 디젤로 대표되던 독일 업체도 이제는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로 시장을 공략한다. 수입 디젤차가 국내 시장에서 선풍을 일으켰던 때처럼 국내 업체들이 친환경차 시장 주도권을 또 한번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4·4분기 수입 신차 키워드는 ‘친환경’=포문을 여는 곳은 하이브리드카의 원조인 도요타다. 한국토요타는 오는 19일 8세대 ‘신형 캠리 하이브리드’를 국내 출시한다. ‘프리우스’와 함께 전 세계에 도요타 하이브리드의 힘을 알렸던 대표 선수다. 저돌적으로 변한 전면 디자인 뿐 아니라 고급스러워진 실내, 여기에 대대적으로 개선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특징이다. ‘뉴 2.5ℓ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소형화·경량화 ·고효율화를 통해 기존 모델보다 연비가 약 30% 가량 개선됐다는 평가다. 미국 환경보호청(EPA) 기준 복합 연비는 ℓ당 약 22.1㎞다. 한국토요타는 이에 그치지 않고 럭셔리 브랜드 렉서스를 통해 연말 대형 최고급 세단 신형 ‘LS’의 하이브리드 모델도 선보인다. 양산차와 고급차 시장에서 양동작전을 펼친다.
디젤로 대표되던 독일 업체들도 친환경차로 방향타를 틀었다. 수입차 업계 1위 메르세데스-벤츠는 11월 국내 첫 번째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모델인 ‘GLC 350e’를 출시할 예정이다. PHEV는 외부 충전을 통해 하이브리드차와 순수 전기차의 강점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미래 친환경차다. 여기에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중형 SUV GLC의 모습인 점도 강점. 적정한 가격에만 출시되면 수입 친환경 시장 판도가 달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벤츠는 GLC 350e 모델부터 전기차 특화 브랜드 ‘EQ’ 적용한다.
BMW는 물량 공세에 나섰다. 총 3종(740e, X5 x드라이브40e, 330e) 출시를 예고했다. 모두 PHEV다. 뉴 3시리즈 기반의 330e는 최고 252마력에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6.1초만 걸린다. 친환경차지만 BMW 특유의 강력한 주행 성능이 특징이다. 최대 주행 거리도 600㎞로 여느 디젤 모델에 뒤지지 않는다. BMW의 첫 SUV PHEV인 X5 x드라이브 40e 역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인 x드라이브와 BMW의 이피션트 다이내믹스 e드라이브 기술이 합쳐져 역동성과 고급스러움, 효율성을 갖췄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올 4·4분기가 예고편이었다면 내년은 수입 친환경차의 국내 시장 지배력 강화의 원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BMW 코리아는 순수 전기차 신형 i3를 선보일 예정이다. 부분변경 모델로 한번 완충에 최장 300㎞까지 갈 수 있다. 재규어의 전기차 I-페이스는 내년 하반기 선보인다. 볼보의 중형 SUV XC60의 하이브리드 모델도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레인지로버 역시 하이브리드 모델로 시장 공략에 나선다. 전기차에서 SUV, 고급 SUV까지 범위도 넓고 종류도 많다.
◇국산차도 친환경차 전략 세분화 나서야=친환경차 시장에서 국내 자동차 업체들도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하이브리드가 대표적이다. 현대차(005380)는 올해 하이브리드 차량을 총 1만9,278대 판매했다. 지난해 대비 10.7% 증가했다. 기아차(000270)는 2만2,896대로 29.2% 늘었다. 현대차는 ‘그랜저 하이브리드’가, 기아차는 ‘니로’가 대활약한 결과다. 국산 브랜드도 제품이 좋으면 성공할 수 있음을 확인시켰다. 내년에는 전기차 부문을 강화한다. 현대차는 소형 SUV 코나 전기차를, 기아차는 니로 전기차를 각각 선보인다. 현대차는 강점을 가지고 있는 수소차를 내년 2월 평창올림픽 개최에 맞춰 조기 출시하고 판매에 나선다.
다만 다양한 수입 브랜드의 각종 친환경차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모델을 보다 다양화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 등에서 친환경차가 한종도 나오지 않고 있는 점이 대표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내연기관에서 주도권을 잡지 못했던 현대기아차가 친환경차 시대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전략을 구체화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