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차기 의장이 누가 될지 미 월가는 물론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내년 2월 초 임기를 마치는 재닛 옐런 현 의장의 후임으로 제롬 파월 연준 이사와 케빈 워시 전 이사가 가장 유력한 후보로 떠오른 가운데 존 테일러 교수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사실이 전해지면서 다시 4파전 구도가 부상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이하 현지시간) 미 연준 의장 후보 중 한 명인 테일러 스탠포드대 교수를 만나 면접을 진행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백악관 관리를 인용해 “므누신 재무장관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인터뷰에 참석했다”며 “수주 안에 차기 연준 의장을 지명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달 말 파월 연준 이사와 워시 전 이사를 만났다. 이에 따라 두 명의 후보가 가장 유력한 차기 의장으로 떠올랐지만 최근 테일러 교수의 면접이 진행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옐런 현 의장과 함께 다시 4파전 구도에 관심이 집중됐다.
테일러 교수는 양적완화 정책 및 제로금리 비판론자로 차기 연준 의장 후보들 중에서 가장 매파(긴축 지지)적인 인사로 꼽힌다. 그는 세계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결정 기준 중 하나로 쓰는 ‘테일러 준칙’을 고안해 유명세를 탔다. 중앙은행의 적극적인 경기 대응보다는 규칙(물가상승률, 고용지표 등)에 의거한 통화정책을 중시하는 것으로 테일러 교수가 차기 의장이 되면 연준의 정책 기조에도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현재 가장 유력한 차기 의장 후보로 꼽히고 있는 파월 이사와 워시 전 이사도 매파에 속한다. 미 정치 베팅사이트 프레딕트잇의 예측 상황을 보면 지난 12일 기준 파월이 39%의 확률로 선두를 달리고 있고 워시가 30%로 뒤를 바짝 쫓고 있다. 공화당원인 파월 이사는 조지 H 부시 행정부 시절 재무부에서 일한 뒤 지난 2012년 연준 이사진에 합류했다. 분더리히증권의 수석투자전략가인 아트 호건은 “워시는 다소 분란꾼에 가깝다”며 파월 낙점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옐런 의장은 다른 세 후보와 달리 금융완화 정책을 옹호하며 점진적 기준금리 인상을 지지하는 ‘비둘기파’로 분류된다. 그는 연준의 첫 여성 의장으로 만약 재지명되지 못하면 1979년 이후 처음으로 연임을 하지 못하는 사례가 된다. 다만 트럼프는 지난해 대선 후보 당시 연중과 옐런 의장이 금리를 너무 낮게 유지하고 있다고 비난한 바 있어 연임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연준 의장은 전통적으로 대통령이 임기 만료 전 해 가을에 차기 의장 후보를 지명하면, 상원이 인사청문회를 통해 최종 검증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달 말 기자들에게 차기 연준 의장을 “향후 2~3주 안에 결정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으나 실제 결정은 이보다 다소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은 12일 “현재 인터뷰를 한 인사들은 1차 선택으로, 앞으로도 인터뷰를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므누신 장관도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구체적인 데드라인은 없다”면서 “대통령이 다음 달 결정을 하려고 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