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공덕동에 있는 서울창업허브 3층. ‘키친인큐베이팅’이란 프로젝트명이 붙은 이 공간에는 중앙홀 뒷편으로 대형주방이 있다. 주방 안에는 청년 여러명이 자신들이 만든 음식메뉴를 놓고 갑론을박 중이었다. 이들은 이곳에서 수련생활을 마치면 곧 장사전선에 뛰어들 예비창업가들이다.
국내 자영업 시장에서 주류로 평가되는 모델은 프랜차이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프랜차이즈의 불공정 거래 관행이 도마에 오르면서 대안모델 논의가 한창이다. 전문가들은 의존형 창업모델인 프랜차이즈가 아닌 자영업자의 자립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인큐베이팅(양성)을 대체모델로 꼽고 있다. 키친인큐베이팅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예비 창업자들에게 낚은 고기를 제공하는 것이 아닌 고기를 낚는 법을 양성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이곳의 가장 큰 장점은 창업의 문턱을 크게 낮췄다는 점. 오픈키친에는 메뉴개발에 필요한 모든 집기가 완비돼 있다.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에 참여한 창업가들은 무료로 이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여기서 3개월 간 수련한 창업가들은 푸드코트 형태인 프라이빗 키친으로 나와 3개월 간 입주기업이자 동료 창업가들을 대상으로 음식을 판매한다. 소정의 임대료가 책정돼 있지만 이 비용은 서울시가 부담한다.
홋카이도 스프커리를 판매하는 필요이상의 한요셉 대표는 “조리업 종사자들의 공통된 꿈은 자신만의 가게를 여는 건데 우리처럼 젊은 사람들은 사업장에 속해 일을 하면서 창업하기는 99.9% 불가능하다”며 “키친인큐베이팅은 메뉴개발이나 창업 전까지 소요되는 비용을 통제할 수 있어 창업의 자신감을 높여줬다”고 말했다.
필요이상은 한 대표와 박필규 대표가 공동 창업한 브랜드다. 두 사람의 인연도 키친인큐베이팅을 통해 이뤄졌다. ‘슈퍼스타K6’에서 입상하기도 한 박 대표는 가수의 꿈을 꾸다 자영업 시장으로 방향을 돌렸다.
박 대표는 “자영업은 혼자 창업하기가 힘든데 요셉이를 만나서 음식을 통한 소통이란 내 꿈을 펼칠 기회를 얻게 됐다”며 “우연하게 키친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알게 됐는데 메뉴개발이나 원가관리 등 장사를 하는 데 필요한 지원을 받아 창업의 문턱을 낮출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필요이상은 프라이빗키친 졸업 후 푸드트럭을 활용한 사업에 나설 계획이다.
프라이빗치킨이 음식서비스의 실전경험을 쌓을 수 있다면 오픈키친은 요식업 창업의 기본기를 닦을 수 있는 공간이다. 여기서 한달 반 동안 메뉴개발 삼매경에 빠져 있는 아윌비베이크는 각기 다른 직장을 다니던 고등학교 동창 셋이 모여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 자신들만의 메뉴는 대중적 인지도는 높지만 정작 판매처는 많지 않은 베이크로 정했다. 베이크는 빵 속에 볶음고기 등을 넣고 치즈를 가미한 음식이다.
이들 역시 키친인큐베이팅의 최대 장점으로 양성교육에 따른 창업의 자립성을 꼽았다. 조준수 아윌비베이크 대표는 “외식업 창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장소나 시설인데 여기에선 그런 비용을 전혀 쓰지 않아도 되는데다 판로개척이나 투자유치 등 자영업자가 감당할 수 없는 부분은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며 “맨몸으로 이 시장에 들어올 사람들에게 키친 인큐베이팅만한 모델이 없을 것 같다”고 흡족해했다.
방태석 공동대표는 “어떤 사람들은 인큐베이팅이 창업의 1부터 100까지를 채워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인큐베이팅은 성장할 수 있는 팁을 얻는 것이지 완성을 하는 것은 창업자의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