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금융업 인가 합리화를 위해 증권사도 은행처럼 통합 인가하는 방안을 연말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은행은 통합 인가하는데 증권은 업무 단위별로 단위를 나눠 인가하고 있어서 이를 은행이든 증권이든 동일 하게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증권업 인가는 업무별로 쪼개서 진행됐다. 예를 들어 현재 심사 중인 초대형 투자은행(IB)인가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한 후 핵심 기능인 발행어음 취급 업무를 별도로 인가한다. 반면 인터넷 은행의 인가에서는 업무 단위를 나누지 않았다.
금융계에서는 오래전부터 같은 업무도 업권에 따라 규제가 달라지면서 불필요한 규제 중복이나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는 비판이 많았다. 국내 금융법 체계는 기본적으로 업권별로 칸막이를 두되, 자본시장 통합법 통과를 계기로 금융투자업계와 보험업계 일부에서는 업권이 아닌 기능별로 감독하는 체계가 혼용돼 있다. 업권 별 칸막이를 나누려는 시도는 노무현 정부에서 처음 금융통합법이라는 이름으로 추진했으나, 자본시장 통합법 제정으로 은행 등 다른 권역으로는 확대하지 못했다.
궁극적으로는 은행이든 증권이든 구분 없이 자본 건전성과 소비자 보호 등 요건을 갖추면 업무를 다룰 수 있게 하는 포괄주의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게 금융혁신위의 주문이다. 우리나라는 미국을 본떠 업권별로 업무 영역이 나뉜 전업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나 미국조차 은행이 부수업무로 증권업을 영위하는 데 구분을 두지 않고 있다. 비교적 금융규제가 강한 일본도 은행이 파생상품 거래를 포함한 증권업을 영위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영국과 호주는 아예 업권이 아닌 기능별로 인가하고 감독하는 포괄주의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다. 특히 영국은 은행업, 금융투자업의 구분 없이 예금대출, 증권, 옵션, 보험 등 상품별로 취급업무를 추가하고 있
하지만 당장 기능별 인가방식은 출범을 앞둔 초대형 IB 업무의 업권간 갈등을 유발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석헌 금융혁신위원장은 앞서 “은행은 상대적으로 강한 자기자본 규제를 받는 반면 (은행처럼 기업 금융을 다룰)초대형IB는 그렇지 않은 문제가 있다”면서 은행과 증권 간 다른 신용 공여 규제를 지적했다. 윤 위원장의 지적은 일정 정리가 됐던 업권간 갈등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 올렸다. 은행업계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은행은 국제적 자본 건전성 규제인 바젤 III를 선제적으로 도입하는 등 엄격한 감독을 받는 반면, 증권은 대형사를 중심으로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이 완화돼 왔다”면서 “기업 고객 입장에서는 은행이든 증권사든 누가 IB를 하든 더 잘하는 쪽에 맡기면 되는 것이지 꼭 증권사만 초대형 IB를 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증권업계에서는 “발행어음 업무를 통해 자기자본의 2배까지 레버리지가 가능한데 이 중 50%는 기업금융에 투자를 통해 모험자본을 활성화 시킬 것”이라며 안정적 수익을 올리는 은행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업무가 아니라고 맞받아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