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삼성 세대교체]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외국인이 맡나

■속도내는 조직개편

권오현 의장직은 수행한다지만

연말께 외부인으로 교체될 수도

JY 재단이사장 사퇴 여부도 관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8월 1심 결심공판 최후진술을 통해 “(저에 대한) 오해와 불신이 풀리지 않으면 삼성을 대표하는 경영인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논란 불식과 함께 삼성이 이전 시대와 결별하고 환골탈태하고 있음을 보여주겠다는 다짐으로 읽힌다. 그런 맥락에서 13일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사퇴로 잇따를 인사와 조직 개편은 ‘이재용 체제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특히 이 부회장은 평소 구글·애플 등 실리콘밸리 기업처럼 이사회 중심 경영을 하겠다고 수차례 밝혀왔다. 그랬던 만큼 어떤 식으로든 이사회에 무게중심이 실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계열사 인사를 마무리해 기업별 전문경영인 체제 구축과는 별도로 이 부회장 자신이 몸담은 삼성전자 이사회에 대한 개혁 작업도 단행할 여지가 있다”며 “이는 투명경영 등 경영쇄신작업에 대한 오너의 확고한 의지를 대내외에 과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고 짚었다.


삼성은 그간 개혁조치를 펴 왔다. 지난 2월 말 미래전략실을 해체했고 계열사 전체를 아우르는 소통창구였던 그룹 사장단 회의도 폐지했다. 4월에는 경영승계 작업과 연계돼 있다는 비판을 불렀던 지주사 전환도 포기했다. 특히 보유 자사주도 전부 소각하겠다고 선언해 자사주 의결권 부활을 통한 지배력 확대 시도에도 확실히 선을 그었다. 이런 일련의 조치는 8월 말 이 부회장에 대한 1심 선고를 앞둔 시점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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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부회장의 전격 퇴진에 따른 조직개편 작업도 이 부회장 항소심과 떼어내 생각하기 어렵다. 일단 가능한 개혁조치로는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에 외부인을 앉히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월 정관 개정을 통해 ‘삼성맨’이 아닌 사외이사나 외국인에게 이사회 의장이 될 자격을 터놓았다. 만약 이 관측이 현실이 되면 삼성 입장에서는 글로벌 스탠더드 도입으로 오너 경영에 따른 비판적 여론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의해야 할 대목은 권 부회장이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직은 내년 3월까지 수행하기로 한 점이다. 권 의장 체제가 이 부회장 2심 선고(2월께) 뒤까지 유지되는 셈인데 이전에 또 다른 깜짝 변화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여차하면 연말이 가기 전에 이사회 의장 체제를 바꿀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이사회 의장 자리에 외국인을 선임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하고 있다. 삼성 내부인 선임에 대한 반(反) 삼성 진영의 거부감을 누그러뜨리는 동시에 실리콘밸리 식 선택과 집중을 경영에 접목하고 있는 이 부회장의 의중을 잘 아는 이를 중용할 수 있는 양수겸장의 카드라는 것이 그 근거다.

이 부회장이 2015년 5월에 취임한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 직위를 내려놓을지도 관심사다. 이 부회장 스스로 삼성전자 등기이사 겸 부회장 역할에 전념하겠다는 의지를 공공연히 밝혀왔던 만큼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불필요한 오해를 차단하는 차원에서 용단을 내릴 수도 있다.

그래도 남는 문제는 컨트롤타워 부재다. 삼성은 그간 ‘오너-미전실-계열사 CEO’라는 삼각체제를 통해 의사결정을 해왔다. 세 개의 솥발 중 계열사 CEO만 남은 게 현재다. 전자·생명·물산 등 소그룹 체제를 꾸릴 것이라는 관측도 있지만 현행법상 불가능한 시나리오다. 연 매출 300조원으로 우리나라 수출의 33%, 임직원만 50만명에 달하는 ‘항공모함’ 삼성을 건사하려면 중심을 잡아줄 뭔가가 있어야 한다. 이참에 컨트롤타워의 현실적 필요성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 작업이 구체화될 여지도 있다.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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